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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 '판사 사진 화형식' 보수국민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극우·보수성향 시민단체 회원 50여 명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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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어버이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용훈 대법원장과 문성관 판사 사퇴를 요구하며 화형식을 하고 있다.
 MBC 'PD수첩'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어버이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용훈 대법원장과 문성관 판사 사퇴를 요구하며 화형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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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저지, 계란 투척, 화형식 등 일부 극우·보수단체의 사법부에 대한 항의 시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판결에 불복할 경우 상고 등 적법한 절차가 있음에도 물리력을 동원한 이념 공세로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판사 화형식' 퍼포먼스... MBC기자에겐 휘발유 투척

보수국민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극우·보수성향 시민단체 회원 50여 명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에게 전날(20일) 법원이 전원 무죄 판결을 선고한 것에 대한 항의 집회였다.

대부분 50대 이상 노인층으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무죄를 선고한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판사와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문성관 판사의 사진에 검은색 띠를 두르고, '근조'라는 글을 새겨 넣은 피켓 수십 개를 들고 나와 보는 이들에게 섬뜩함을 줬다.

이들이 외치는 구호 역시 "헌정질서 파괴하고 국민 신뢰 무너뜨린 문성관 판사는 즉각 사퇴하라", "국민법정서 무시한 이용훈 대법원장과 우리법연구회 좌경판사들은 즉각 사퇴하라" 등 극단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특히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짧게 낭독한 뒤, 어디선가 문성관 판사의 사진과 사퇴를 촉구하는 표어를 붙인 대형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이후 한 관계자가 상자 위에 휘발유를 뿌렸다. 이른바 '판사 화형식' 퍼포먼스를 시도한 것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복경찰이 급히 달려들어 제지를 시도했지만, 이미 상자에 불이 붙은 뒤였다.

순식간에 솟아오른 불길은 상자와 문 판사의 사진을 태우기 시작했다. 법원 경비원이 소화기를 들고 달려와 진화하려 했지만, 이 역시 단체 관계자들에 의해 차단됐다. 치솟은 불길에 격앙된 집회 참석자들은 '문성관 사퇴, 이용훈 사퇴'를 주문처럼 외치며 피켓과 팔을 연신 치켜들었다.

결국 인근에 있던 경찰 수십 명이 달려들어 참석자들과 격한 몸싸움을 벌이고서야 상자에 붙은 불을 껐고 문성관 판사의 사진과 상자를 압수했다. 그러나 집회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단체 관계자들은 "법원 안으로 들어가자"며 집회 참석자들을 법원 쪽으로 이끌었다. 이에 놀란 경찰이 급히 법원 정문으로 달려가 막아섰고 철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집회 참석자들과 경찰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 측은 "여러분은 지금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 빨리 해산하지 않으면 전원 사법처리 하겠다"고 두 차례에 걸쳐 경고했다.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인 집회 참석자들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집회를 끝낼 조짐을 보이지 않자, 경찰은 다시 세 번째 경고에 나섰다. 그제야 단체 관계자는 "경찰이 경고하니 일단 끝내자, 그러나 우리는 내일도 이곳에 다시 올 것"이라며 참석자들을 해산시켰다. 발길을 돌리던 일부 참석자들은 법원을 향해 "이용훈이 옷 벗을 때까지 매일 오겠다", "아예 여기에 무덤을 만들어야 한다"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이들 단체는 "내일(22일) 오전에는 문성관 판사의 집 앞에서 출근 저지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이용훈 대법원장과 문성관 판사 사퇴 촉구 기자회견' 중 한 보수단체 회원이 취재를 하고 있던 MBC 카메라 기자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있다.
 2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이용훈 대법원장과 문성관 판사 사퇴 촉구 기자회견' 중 한 보수단체 회원이 취재를 하고 있던 MBC 카메라 기자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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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카메라 기자가 보수단체 회원이 뿌린 휘발유를 닦아내고 있다.
 MBC 카메라 기자가 보수단체 회원이 뿌린 휘발유를 닦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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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회원들이 MBC 'PD수첩' 무죄판결에 항의하며 MBC 카메라 기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MBC 'PD수첩' 무죄판결에 항의하며 MBC 카메라 기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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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집회 대열 한쪽에서는 MBC 취재기자들과 집회 참석자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위압적인 자세로 "'매국노' MBC는 찍지 마라", "'빨갱이' MBC는 해체하라" 등 소리를 질렀고, 일부 참석자는 MBC 카메라 기자에게 발길질하거나 카메라를 끌어당겼다. 심지어 한 참석자는 MBC 카메라 기자의 얼굴을 향해 휘발유를 투척했다. 카메라 기자의 눈이 휘발유로 인해 붉게 충혈됐고, 카메라 렌즈에도 휘발유가 뿌려졌다.

경찰들이 뒤늦게 이들을 막아서자, 한 집회 참석자는 경찰을 향해 "다 자네들을 위해서 그러는데 왜 이러느냐"며 섭섭함을 나타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법원 "비이성적인 물리력 행사, 동의할 수 없다"... 신변보호 강화

이들은 앞서 이날 오전 이용훈 대법원장의 공관 앞에서 출근 저지를 시도하다가,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각자 처한 입장이나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비이성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보수단체에서 판사들의 사진을 이용해 항의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오석준 공보관은 "그들이 판사들의 사진을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신문들에서 판사의 사진을 싣는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조선일보 등 보수성향의 신문들은 문성관 판사의 사진과 이력 등을 게재하며 <PD수첩> 판결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대법원장 관용차량에 계란을 투척한 사건이나, 화형식 등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경찰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한 판사들에 대한 신변 보호 조치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 공보관은 "대법원장에 대한 신변 보호는 대법원 자체에서 이미 하고 있고, 다른 판사들도 소속된 각급 법원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오병욱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은 "보수적인 법원에서 나온 최근 일련의 무죄 판결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었다"며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당연한 판결 내용을 가지고 판사의 집 앞까지 찾아가 항의하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편향돼 있고, 삐뚤어져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어버이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MBC 'PD수첩' 무죄 판결에 항의하며 이용훈 대법원장과 문성관 판사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어버이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MBC 'PD수첩' 무죄 판결에 항의하며 이용훈 대법원장과 문성관 판사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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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PD수첩, #이용훈 대법원장, #어버이연합, #화형식, #광우병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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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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