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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에게 간이식을 해 준 신승호씨가 외출증을 받아 잠시 집에들렸다.
▲ 신승호 장모에게 간이식을 해 준 신승호씨가 외출증을 받아 잠시 집에들렸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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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주일 후면 퇴원합니다. 주위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장모님께서 회복이 되어 가는 걸 보니 기쁨니다. 저도 많이 좋아졌습니다.정상적인 사회활동은 좀더 시일이 걸릴 거라고 하네요."

이제 결혼한 지 1년여 밖에 안 된 신승호(30)씨(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와동리)는 지난해 12월 4일, 간부전증으로 간이식을 하지 않으면 2주일밖에 살 수 없다는 장모에게 선뜻 자신의 간을 내줘 파주를 비롯 인근 지역에서 '기특한 사위'로 화제가 되었던 젊은이다.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 일이고 삭막한 사회를 살아가는데 미담이라 위로·격려차 수소문 끝에 전화를 했더니 마침 병원에서 외출 허가를 받아 아내(31·주정윤)와 파주시 금촌 택지지구에 있는 장모님댁에 와 있다고 했다. 신분을 밝히고 기특한 사위(신승호)를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달 2일 장모님이 입원해 계신 병원에서 간이식에 대한 검사를, 4일  수술을  받은 후 병원에서 외출 허가 받아 오랜만에 집에 잠시 들렸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에 저나 장모님이 회복이 잘 되어 가고 있습니다."

- 아직 환자 티가 좀 나네요. 몸이 많이 불편하진 않나요? 이제 신혼 1년차이고 친아들도 아닌 사위인데 참 쉽지 않은 결정을 하셨네요.
"장모님께서는 2008년 8월 강북 삼성병원에서 간경화 판정을 받고 약물 치료를 계속해서 받아 왔습니다. 자신의 치료와 집안 살림도 함께 병행 해 오셨지요. 그러다 2009년 11월초 상태가 급성 간부전증으로 악화되어 혼수상태에 빠지는 위험한 상황까지 오게되자 일원동 삼성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새로 옮긴 병원에서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진료 카드보다도 훨씬 상태가 나빠 하루빨리  간이식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 회사를 다니는데 지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해 보셨나요?
"저는 회사일에 집중하면서도 장모님의 병에 대한 '간 이식'에 관한 상식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2월 2일 제 자신 스스로  간이식이 가능한지 검사를 받게 되었고 결과는 조건이 된다는 거였습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제가 O형에 간이 아주 깨끗하다고 했습니다."

- 쉽지 않은 결정을 하셨는데요. 친 부모님들의 승락도 쉽지 않았을 테고요. 수술 전 부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제 처가 세자매 중에 막내입니다. 위로 언니 두 분이 계시고요. 세자매가 모두 B형간염 보균자라 대상에서 제외가 됐습니다. 당시 병원에서 주치의 선생님으로 부터 절망적인 선고를 받은 터라 두 분 처형들은 장모님 영정사진까지 준비를 했었습니다. 제가 간 이식을 하겠다고 하자 처형 두 분께서는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라며 말렸었지요 저 또한 2남 2녀 중 막내고요. 부모님께서도 쉽게 허락을 하시고 싶었겠습니까? 자식인데...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지요. 하지만 '처 부모도 부모다. 건강이 허락된다면 너도 자식된 도리로서 당연히 생명을 구해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버님께서 혼쾌히 승락을 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있던 장모 지연순(58)씨는 12월 3일 약간의 의식이 돌아왔다고 했다. 다음날 4일 나란히 수술에 들어간 장모는 11시간, 사위 신씨는 7시간의 대수술을 받았고 사위 신씨 자신은 수술 후 2시간 만에 회복실로 옮겨졌고 수술 결과는 아주 좋았다고 했다.

신씨의 아내 주정윤씨가 옆에서 말했다.

"어머니는 16년 전인 지난 1994년 남편을 잃고 홀몸으로 세 딸을 아주 잘 키우셨어요. 그런 엄마인데 그저 멀건히 바라만 보고 있다가 신랑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엄마를 생명을 구해 주어서 너무 고맙기도 하고 미안 하기도 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해 주신 시부모님들께도 송구 스럽고요."

수술 후 상당히 호전되어 가고 있는 신씨의 장모 지씨는 아직 자신에게 간 기증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한다. 사위인 신씨가 장모를 면회할 때면 사복으로 갈아 입고 가기때문이다. 혹시나 막내사위가 간기증을 한 것을 알게되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장모 지씨는 현재  병실을 걸어 다닐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고 한다.

신승호씨는 현재 실업자인 상태다. 장모에게 간이식을 해주는 바람에 회복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퇴사처리가 된 상태다. 부인 주정윤씨 역시 어머니와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상태다. 수술비 또한 4000여만원 정도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 역시 걱정이다.

자신의 몸 일부를 떼어 내어 장모를 살린 사위 신승호씨는 효자다. 먼 옛날 나라에서는 효도를 하는 자식에게 임금님께서 상을 주었다고 한다. 나라에서 상은 아니더라도 그가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 복직을 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세상에서 가장 못난 불효 자식은 나같이 못난 것을 왜 낳았느냐고 항의 하는 자식이다'라는 말이 있다. 돈 몇 푼에 눈이 뒤집혀 제 부모를 살해를 하는 인면수심의 짐승 같은 자식들도 있다. 신은 이유 없이 고난을 주지 않는다. 이제 30살의 문턱에 들어선 젊은이 신승호. 요즘같은 각박한 세상에 신을 미소짓게 하는 이 진정한 효자부부가 예전에 근무하던 직장으로 다시 돌아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파주시민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간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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