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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순천에서 만난 고재경, 그는 섬진강처럼 늘 푸른 청년이었다.
 전남 순천에서 만난 고재경, 그는 섬진강처럼 늘 푸른 청년이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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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87학번으로 '전방입소철폐 인문대위원장'과 '통일선봉대장'을 지낸 고재경(41)씨가 연고도 없는 전남 순천에 온 것은 노동운동과 지역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993년부터 순천에 거점을 마련하고 지역운동을 시작한 그는 '순천늘푸른청년회'와 '순천KYC' 회장과 '편리한 시내버스 만들기 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지냈다.

6~7년 전 순천에서 만난 훤칠한 청년. 윗니를 드러내는 경쾌한 웃음과 활기찬 인사가 꽤 인상적이었던 그는 섬진강처럼 늘 푸르렀고 지역은 경쾌하게 출렁였다. 그래서 운동권 선후배는 물론이고 지역인사들 또한 운동권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고 머리를 맞대며 아름다운 지역 만들기를 논의하고 추진했다. 그렇게 지역운동에 뿌리를 잘 내린 그가 순천을 종종 비우는 일이 있었다.

그건 전남대 삼민투위원장 출신으로 운동권 직계 선배인 강기정 후보의 선거지원을 위해서였다. 16대 총선과 2002년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광주 북구에 출마한 강 후보는 6선의 민주당 김상현 후보를 누르고 마침내 금배지를 달았다. 선거지원을 마친 그는 다시 순천 지역으로 복귀했는데 강기정 당선자가 여의도 입성에 동반할 것을 요청했고, 그는 지역운동 선배들과 고심 끝에 상경을 결정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6년째... 강기정과 고재경은 동지 관계

 고재경 보좌관
 고재경 보좌관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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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국회의원회관 738호 강기정 의원실이 고재경 수석보좌관의 근무처다. 권력의 중심권인 국회로 이동한 지 6년째, 그는 어떻게 변했을까? 아니 얼마나 버려졌을까? 그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2009년 연말 무렵, 국회는 예산문제로 전쟁 중이었고 그는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해 관계부처 관계자와 협의하느라 바빴고 곧 이어 의원실을 방문한 관계부처 고위공직자와 티타임을 갖는 등 분주한 일정에 쫓겼다.

강기정 의원은 정치현안에 쫓기기 때문에 고재경 수석보좌관은 5명의 보좌관과 비서관, 2명의 인턴 등을 총괄하며 지역구 관리, 민원접수 및 처리, 정책과 정무, 홍보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뿐만 아니라 강 의원이 법률 제안·의결, 정부 예산안 심의·확정과 국정감사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보좌하기 위해 738호의 불을 늦도록 켜야 한다. 무엇보다 보좌 활동은 정치 이슈를 점검하고 국민의 관심 정책을 개발하면서 의원을 주목받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보좌관은 대체로 주종관계이다. 하지만 운동권 선후배로 출발한 강 의원과 고 보좌관은 동지적 관계다. 운동 전선에서 정치적 깃발을 함께 들었던 선후배는 각종 현안과 지역구 관리 등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하면서 바람직한 해법을 도출한다. 보좌관의 파워는 국회의원이 보좌관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강 의원의 의중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집행하는 정치적 분신인 고 보좌관의 위치는 확고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권력 실세인 의원 못지않게 실세 보좌관도 위험하다. 국회의원 보좌관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는 민원처리다. 정치권력이 있는 곳엔 그 권력을 사려는 자들이 꼬이기 마련이고, 청탁과 이권에 개입한 보좌관은 '쇠고랑 찼다!'는 뉴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음침한 밤이거나 혹은 음습한 외부에서 만나자는 민원을 정중히 거절한다. 수상한 민원처리 방식에 자칫 발목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민원 가운데 90% 가량은 병실 확보 부탁이란다. 각종 암에 걸린 환자 가족들이 입원할 수 있도록 병실 마련을 부탁해오거나 2인실에 입원한 환자를 일반실로 옮겨달라는 딱한 사연이란다. 하지만 대형병원 운영시스템이 전산-컴퓨터로 작동되기 때문에 '빽'이 먹혀들지 않는 세상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을 수는 없는 일, 평소 알고 지내는 의료진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딱한 민원들을 해결한다고 그는 밝혔다.

17대 대선 당시 강기정 의원실은 바빴다!

 강기정 의원실 식구들. 왼쪽에서 세 번째가 고재경 수석보좌관 네 번쩨가 강기정 의원이다.
 강기정 의원실 식구들. 왼쪽에서 세 번째가 고재경 수석보좌관 네 번쩨가 강기정 의원이다.
ⓒ 강기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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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딸을 유령직원으로 등재시켜 탈세와 횡령을 일삼은 부동산 임대업자 이명박 후보의 부도덕성을 밝혀낸 사건입니다!"

보좌관 생활 6년에서 가장 기억나는 사건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집권여당 후보의 지지도는 좀처럼 뜨지 않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강기정 의원실은 각종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작업에 돌입했는데 그 중에서 초점을 맞춘 곳은 이 후보가 빌딩 임대사업을 하는 대명기업이었다. 이 업체에 관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자료를 확보한 뒤 직원명단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시형'이란 한 직원의 이름이 꽂혔다.

'혹시 이명박 후보의 아들이 아닐까?'

보도된 언론자료를 뒤졌다. '슬리퍼를 신고 히딩크 감독과 기념촬영을 한 이명박 후보의 아들 이시형씨가 맞는 것 같다.' 제보나 물증도 없이 직감으로 파헤친 이명박 부동산 임대업자의 탈세-횡령사건은 이렇게 드러났다. 강기정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아들과 딸을 유령직원으로 등재해 월급을 빼내고 탈세한 이 후보의 부도덕성을 연일 폭로했고 이명박 후보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꼼짝 못하고 잘못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강기정 의원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계산에 들어갔다.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아들딸 유령직원 등재에 의한 탈세와 횡령 등의 건수를 집계해보니 수 십 건에 달했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조차 없는 기가 막힌 지경이었지만 유권자들은 괘념치 않고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 후 인터넷과 일부 국민들 사이에선 '대통령'이란 명칭 앞에 '전과 14범'이란 수식어를 불이는 일이 벌어졌다. '국격'을 논할 수 있는 나라도 대통령도 아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의 자랑은 입법 활동이다. 고 보좌관에게 입법 활동에 대한 보람을 물었더니 노인복지법 제정을 꼽았다. 강기정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내리 4년을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했는데 하반기 2년은 간사 겸 법안소위위원장을 맡으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기초노령연금법'을 제정하면서 노인복지의 기초를 다졌다. 덕분에 강 의원은 다른 386 정치인에 비해 노인 유권자들에게 환영받는다.

"광주 북구 갑에선 공천헌금 없습니다!"

 여의도 생활 6년째인 고재경 보좌관의 꿈은?
 여의도 생활 6년째인 고재경 보좌관의 꿈은?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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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갑에서 공천헌금이 없다는 것은 100%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고재경 보좌관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한다는 민주당 텃발 광주 그리고, 지역구인 북구 갑 선거구에서의 키워드는 '혁신'과 '투명'이란다. 강기정 의원실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민배심원제와 토론회를 통한 자질검증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역량 있는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격세지감이다. 지역민의 원성을 사던 정치세력을 규탄하던 운동권 출신들이 그 권력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혁신을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자신할 수 없는 일이다. '구악척결'을 내세운 자가 권력자가 되는 동시에 '구악척결'의 대상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누군들 구악이 되고 싶어 구악이 되었겠는가. 정치현실이 '돈 먹는 하마'이기 때문에 구악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묻자 고 보좌관은 "정치자금에 구애받지 않고 당당하게 정치할 수 있는 배경은 소액 다수의 후원금이며 강 의원은 매년 정치후원금 모금에서 선두를 차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보좌관이 바라보는 강기정 의원의 강점은 무엇일까?

"부지런함과 정직함 그리고 뚝심입니다. 강 의원은 매주 금요일 밤 기차를 타고 지역구에 내려갔다가 월요일 아침 5시20분에 상경합니다. 지역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지역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저희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입법 활동 과정에서 그게 옳다고 결정하면 이해집단의 반발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뚫고 갑니다. 당장 손해와 이익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치를 위해서 정도를 가는 선배를 보면서 자부심을 갖습니다."

고 보좌관에게 여의도 생활 6년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정치 혁신의 장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잃은 것에 대해 묻자 '건강'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이명 현상과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진찰 결과 의학적 원인은 명확치 않지만 의사들은 보좌관 격무에 의한 스트레스가 중요 원인일 것 같다고 짐작한단다.

각종 민원과 정치 현안에 쫓기면서 살다보니 그의 눈은 핏줄이 설 정도로 긴장돼 있었다. 그에게 보좌관 자리는 '달콤한 권력'을 맛보는 자리가 아니라 역사와 시대적 책무를 다해야하는 무거운 자리다. 민주주의 제단에 목숨을 바친 오월 영령과 민주주의 열사들을 생각하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다. 산 자의 몫을 다하며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흐트러진 몸을 다잡는단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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