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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던 시절 장학사의 시찰이 있던 날은 총비상이 걸리는 날이었다. 복도와 교실을 쓸고 닦고 공개수업시간에 선생님께 해야 할 질문을 미리 연습하기도 했다.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보다 더 힘있는 존재 앞에서 모두가 긴장했다. 그렇게 선생님과 학교를 지도하고 관리하던 교육청은 긴장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올해부터는 그 교육청을 이끄는 교육감뿐만 아니라 교육의원도 선거로 뽑는다. 명실상부한 교육자치의 원년이다. 교육청과 관련 기관들이 긴장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민주적인 의사반영의 대상이 된 것이다. 대통령도 4일 방송된 대국민 국정연설에서 교육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만큼 올해 6월에 있을 교육자치선거는 그 향방이 주목된다. 특히 우리 국민이 그 동안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교육자치제에 시동을 거는 일이니 그 중요함도 더해진다고 할 수 있다.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이란 저서를 통해 교육개혁의 원동력으로써 10대의 사회참여를 주장한 바 있는 정대진(33)씨를 만나 새해 교육개혁과 교육자치제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저자 정대진 씨 "교육정책의 당사자인 학생들이 교육자치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 16세 투표권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합니다."
  정대진씨는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던 20대 시절 사교육 논술강사로 줄곧 일하며 사교육 현장을 경험했다. 국제법 전공자로서 외교부장관 논문상도 받고 국회연구원, 해군통역장교로도 근무했다. 양극화 시대의 교육격차 문제를 사교육 현장에서 경험한 후 생각한 바가 있어 "이름없는 시민이지만 창피함을 무릅쓰고 윤택하지 못한 붓을 들어 책을 썼다"고 한다. 

 

- 교육자치제 선거는 불필요한 선거가 아니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교육자치제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제도 불필요한 제도로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중앙집중의 권력문화가 팽배해 있는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 당사자들이 지배하면서 지배 받는다는데 가장 큰 특징이 있습니다.

 

서울의 중앙권력에 모든 걸 위임해서는 각 지방의 민생과제를 정확하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부산이나 목포 등에서는 해양발전정책과 맞물린 교육계획이 필요하고 해양대학이나 특성화된 고교를 위한 특수한 정책이 필요할 겁니다. 충청과 대전에서는 지역특성에 맞게 과학기술에 특화된 교육정책이 필요할 것이고요.

 

그런데 이 모든 걸 중앙에서 결정하고 집행하도록 위임하는 건 지역민 의사반영과 나라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역의 필요와 특성에 맞는 교육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교육자치제를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 그렇다면 해당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투표가 필요할 건데요, 교육자치제 선거 같은 경우 학부모 유권자 아니면 크게 관심을 가지기 힘들어 보입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민의 각성과 행동이라는 명분만으로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선거에 관심을 가지라고 촉구하는 건 잘 먹혀 들지 않을 겁니다. 먼 훗날 민주시민의식이 많이 고양되어 이상적인 선거문화와 투표가 이루어지는 날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지 않죠. 그래서 교육문제를 논하는 데 있어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반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당면한 현실과제입니다.

 

저는 학부모 유권자뿐만 아니라 10대 학생들의 참여도 가능하도록 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교육문제는 한국인의 일상에 경제문제와 함께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데 정작 그 당사자인 10대들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어른들이 짜놓은 경쟁의 틀에서 입시경쟁을 치르고 그 꼬리표에 따라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게 현재 한국사회의 구조인데 당사자들이 게임의 룰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한다는 건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책에서도 주장했듯이 만16세 투표권 등의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합니다."

 

- 책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책에서 교육자치제와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요?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에서 제가 주장하는 바는 발달된 사회여건상 만16세 정도면 투표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단 만16세면 고1정도의 나이입니다. 한국에서 각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대입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시기입니다.

 

이와 관련된 교육문제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교육개혁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인터넷 등으로 정보공개와 수용이 많이 자유롭고 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주체적으로 판단력 있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민주시민을 기르는데 선거에 직접 참여해보는 것만큼 좋은 기회도 없습니다.

 

특히 당사자 문제인 교육문제를 놓고 투표하는데 생각을 더 많이 하겠죠. 그리고 형사미성년(만14세이하), 혼인연령(남자 만18세, 여자 만16세), 운전면허취득연령(만18세)을 고려해도 만16세 정도면 자기의식을 가지고 투표라는 국가행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중우정치의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른들만 투표한 지금 이 현실에 대해서도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새로운 개혁의 원동력을 찾아봐야 할 때입니다."

 

- 앞으로 교육자치제를 통해 해결해가야 할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많은 이들이 진단하듯이 단기적으로는 사교육을 완화해나가는 정책이 급선무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나아가 대한민국 사회문화 변화와 맞물려 돌아가야 할 과제로서 탈중앙권력을 지향해야 합니다.

 

사교육이 팽창하고 대입경쟁에 모두가 목숨걸고 매달리는 이유가 뭡니까? 모두다 서울대와 명문대를 가려고 하는 시도 때문이죠. 거기를 안 나오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패자부활전이 허락되어 있지도 않고요. 과잉경쟁을 하다보니 사교육을 동원해서라도 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공교육은 사실상 시험문제 내고 점수 주는 공인기관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교육자치제를 통해 각 지역특성에 맞는 교육정책을 개발해서 굳이 서울로 모두 몰려들지 않아도 각자 지역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사람으로서 존중 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첫 단추를 꿰는 교육자치 선거가 있는 올해 교육문제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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