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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00명에서 200,000에 달하는 해외 입양 수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한 양상이 되었다.
 160,000명에서 200,000에 달하는 해외 입양 수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한 양상이 되었다.
ⓒ 마티아스 슈페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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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입양 정책과 경향을 다루는 유명 비영리 단체에서 다른 인종으로의 입양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이를 뉴욕타임즈에서 보도함에 따라(읽으시려면 여기) 다시 한 번 이 주제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EvanB. Donaldson Adoption Institute는 이 연구에서 지난 50년 간 다른 인종의 미국 부모에게 입양된아이들의 경험을 분석하고, 특수한 어려움과 문제점을 지적하며 입양에 특정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주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흥미롭지만, 한국 독자들이나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겐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입양된 첫세대의 아이들에 중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외국 아이들을 그렇게 많이 입양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다. 공식적으로 16만명에 달하는 한국 아이들이 1953~2007년 사이에 미국인들로부터 입양되었다. 미국에서 다른 인종의부모에게 입양된 수도 한국 출신 아이들이 가장 많으며,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입양아들의 숫자가 미국에 사는 한국 인구의 10%에 달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백인 사회에서 자라났으며, 다른 아시아인들과는 거의 접촉이 없었거나 아예 접촉한 적이 없이 자라났다. 또 연구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78%의 입양아들이 어릴 적에 자신을 백인으로 생각했거나, 백인이 되길 바랐다고 한다. 중학교에 들어갈 즈음엔 응답자의 60%가 자신의 신원과 뿌리에 관심을 가졌으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이 중 61%가 친부모를 찾아 한국을 여행했다.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입양아들은 자라나면서 모두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하는 듯하다. 자신과 다른 인종이 사는 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종차별'의 고통을 받기도 한다. 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은 '양부모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거부의 사인으로 보이지 않을까' 등의 생각 때문에, 양부모와 이에 대해 상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성인이 돼 자신의 문화와 뿌리를 찾기위해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많은 이들이 '진짜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한국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고통스럽게 한국사회에서 거부당해 상처는 받는다.

한국의 국제 입양 역사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국제 입양은 전쟁통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나 한국 어머니와 외국 군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이런 노력이 곧 정부에서 후원하는 한국 아동의 복지프로그램 대용으로 변모했다고 말한다.

정부의 격려로 1980년대까지 입양 비율은 점점 증가했는데, 이는 새로운 가정이 필요한 고아들을 양산해낸 전쟁이 끝난 지 한참 후다. 실제로 많은 비공식 집계에서는 입양 아동의 총 수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은  20만명에 달하며, 지난 50년 동안 한국에서 국제 입양을 위해 버려진 아이들이 하루에 11명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초반 정부의 '전쟁 고아를 돌보자'는 목적으로 정당화시킬 수 없는 아주 긴 기간이며 수치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많은 일들이 그러했듯이, 여기서도 1988년올림픽으로 세계의 눈이 한국으로 향한 시점에서야 인도주의적 변화가 생겼다. 국제 커뮤니티에서 한국이 아직도 '아기 수출 국가'라고 강력 비난 받는 이유는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은, 아직까지 건재한 국제 입양 프로그램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에만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냈다.

국제 인권 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현재 상황은 여전히 황폐하다. 악용 사례는 만연한데 이를 방지할 법이나 규정은 부재한 상태다. 또 한국 정부 역시 이 문제에 관해서는 계속적으로 눈을 감고 있는 상태다. 현행 법을 개정하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특별 대책팀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체들은 어떤 입양아 단체나 미혼모 단체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어떤 필요한 변화도 생기지 않은 것이다.

오늘날까지 한국의 국제 입양은 민간 에이전시가 다루고 있으며, 국내 입양과는 달리 어떠한 특별 법정 허가도 요구되지않는다. 이는 마진이 매우 높은 사업으로, 건강부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보통 에이전시들은 아이당 1300만원에서 2천만원까지 돈을 받고 국제 입양을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마진과 느슨한 정부의 규정이 부패한 에이전시 시스템을 키웠으며, 이들 에이전시의 목적은 당연히 가족에게 필요한 카운셀링이나 엄마와 아이를 위한 복지가 아니라 단지 돈을 버는 것에 있다. 중립적인 정부 에이전시의 부재 속에서, 미혼모들이 처음 상담을 위해 접하는 것은 종종 이런 입양 회사들로, 그들은 미혼모에게 부담감을 느끼게 하여 아이를 포기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기 농장'이란 말은 더더욱 더럽게 들리지만, 많은 비평가들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미혼모 안식처를 운영하고 있는 커다란 4개 입양 에이전시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 게다가 이 에이전시들은 아이와 친부모, 입양 절차 기록을 잘 보관하지 않거나(백신 접종 여부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거짓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가짜 서류 문제를 일컬어 '고아 호적'이라고 부른다. 많은 나라에서 고아에 한해서만 국제 입양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아기 농장이나 아이를 파는 등의 악용을 막기 위해), 한국 에이전시들은 실제 부모가 있는 아이들을 고아로 만들기 위해 기록을 조작한다. 이런 상황은 보통 돈세탁에 빗대어 '아이 세탁'이라고 부른다. 이런 불법 행위의 결과로 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이들 중 2.7%만이 나중에 자신의 신분을 알고 싶을 때 친부모를 찾을 수 있다. 그들 삶에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국제 입양에 관한 정책은 1950년대 이래로 거의 변하지 않고 남았다. 한국은 생모의 권리를 보호하고 악용의 여지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규정들이 포함된 헤이그 조약을 비준하지도, 아동 권리에 대한UN조약의 국제 규정도 따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국제 입양에 대해 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는 상기된 조약에 기준하여 현행 법과 정책을 보수하고, 영리목적 회사들이 국제 입양에 미치는 영향력을 없애고, 아이들과 생모의 권리를 보호하는 목적만을 지닌 국가 조직으로 하여금 이를 다루게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출산율이 OECD에서 최저치를 기록함에 따라, 정부에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고 한가정 다자녀를 격려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에서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생모와 함께 건강하게 보호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발표한 입양 통계는 이를 뒷받침해 준다. 해외로 혹은 국내로 입양된 아이들 중 90%가 미혼모의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혼모와 기혼모에게 지급되는 경제적 지원을 보면, 한국의현행법이 미혼모들을 차별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미혼모에게 매달 5만원씩 지급하고 있지만 이마저 받기 위해서는 소득이 충분히 낮음이 증명되어야만 하고, 반면 기혼모에게는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매달 10만원씩 지원하고있다.

그러나 한국의 미혼모 차별과 이에 따라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미혼모들이 사랑하는아이들을 버리게 되는 것은 사회적 낙인 때문으로, 다수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에서 다시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는 것이다.

마치면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당장 국가 입양 정책 등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는 것만은 우리 모두가 할수 있는 거란 얘길 덧붙이고 싶다. 다른 인종의 부모 밑의 서양에서 자란 한국 아이들은 일생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리고 결국엔 얼마나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자랐든지 간에, 그게 바로 그들이 해외로 입양돼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어도단일 것이다. 많은 경우 실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이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뿌리와 개인적 신원을 찾으면 무디 편견, 경멸과 거부가 아닌 조력, 사랑과 수용으로 그들을 맞아들이는 것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국제, #해외, #입양, #고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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