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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현아,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남아로서 당당하게 군입대한 네가 자랑스럽다. 스물한 살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야무지게 성장해준 네가 고맙다. 물론 오늘에 네가 있기까지는 부모의 곱살 맞은 고슴도치 사랑이 버무려졌기는 했지만, 그래도 모든 일들에 있어 네 의지가 중요했다. 넌 그래서 소중하다.

충무 신병교육대대에 입소한 아들 박현 필자의 아들 박현이가 11월 23일, 39사단 충무 신병교육대대에 입소 하였습니다.
▲ 충무 신병교육대대에 입소한 아들 박현 필자의 아들 박현이가 11월 23일, 39사단 충무 신병교육대대에 입소 하였습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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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지금쯤은 까까머리로 입소식을 마치고 강한 대한의 남아로서 군복을 입고 있을 테지. 자그마한 체구에 유다르게 눈에 띌 네 모습이 선하다. 처음 입어 보는 군복, 다소 어색하고, 갑자기 변한 주위 환경에 당혹스럽기도 할 게다. 하지만 함께 한 동료들의 모습을 거울 보듯 그 속에서 또 다른 네 모습을 찾았겠지. 장하다.

새로운 인생은 방향을 찾음으로써 시작된다

흔히 그러지. 남아로서 마땅히 군에는 갔다 와야 한다고. 그래야 비로소 남자다운 남자가 된다고. 그렇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미꾸라지 손아귀를 빠져나가듯 그런 군무를 마다하기 위해서 갖은 술수를 쓰는 못된 무리들도 있다. 바른 삶을 살지 못하는 덜된 인간들은 정도가 있는데도 곁다리를 하나 더 두려고 하지. 그건 옳은 삶의 정리가 아니다.

까까머리를 깎기위한 준비 필자의 아들 박현, 돌 때 까까머리를 해보고 군입대를 앞두고 다시 한번 까까머리를 준비합니다.
▲ 까까머리를 깎기위한 준비 필자의 아들 박현, 돌 때 까까머리를 해보고 군입대를 앞두고 다시 한번 까까머리를 준비합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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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이 부모의 마음에는 애지중지하며 키운 아들을 군에 보내고 마음 편한 사람은 없을 거다. 근데도 너를 보내고 난 지금 엄마아빠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입대를 앞두고 지난 서너 달 동안 네가 몸소 보였던 행동 하나하나가 든든한 믿음이 되었기 때문이다. 넌 그렇게 의젓한 아들이었다.

그만큼 너는 지금까지 항상 긍정의 잣대로 생활했었다. 그런 까닭에 누구 못지않게 군대 생활도 잘 견뎌 내리라 확신한다. 아빠의 믿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웃으며 군무를 향하는 네 모습을 보고 참 행복했다. 그렇지만 현아, 오늘저녁 네 방을 정리하면서 엄마아빠는 마음이 무척 아렸다. 부모가 생각하기에 아직 넌 무척 여리고 다부지지 못하다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으리라.

머리를 깎고 있는 훈련병 박현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들의 머리를 꺾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찹찹했습니다.
▲ 머리를 깎고 있는 훈련병 박현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들의 머리를 꺾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찹찹했습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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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빠도 훈련병의 전 과정을 겪었기에 앞으로 4주 동안 네가 이겨내야 할 고난의 과정들이 불현듯 떠오른다. 부대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 군대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말이야. 훈련일정은 3단계로 진행되더구나. 1단계는, 입소식에 이어 제식훈련, 경계와 정신교육으로 진짜사나이, 강한 친구 대한민국 육군이 되기 위한 소양교육이야. 군인으로서 마땅히 갖춰야할 인성교육이다. 무엇보다도 사범대생으로서 그 동안 네가 함양했던 네 의지라면 1주차 교육에는 그다지 애로점이 없으리라. 교육에 충실히 임하면서 꿋꿋한 네 의지를 다시금 진작해 보려 뭐나.

"항상 긍정의 잣대로, 네 의지대로 생활해"

2단계는 군인으로서 역할수행에 필요한 기초전투와 기술숙달로, 개인화기 사격과 화생방, 각개전투, 기초유격으로 짜여 있더구나. 물론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힘 더는 과정이다. 부단히 참고 인내하는 자기의지가 필요한 때다. 때론 힘겨워 쓰러지거나 버거워서 그만 두었으면 하는 체력 한계를 경험하게 될 거다. 그러나 쉽사리 포기하기보다는 이를 앙다물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의지를 곧추세워야할 시점이다. 어디 군인이 아무나 되나. 일정정도의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자랑스러운 군복을 입을 수 없다. 명심하고 평생 네 삶에 명확한 지표가 될 수 있는 네 삶의 의지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보렴. 난 널 믿는다.

터먹머리가 까까머리로 대학 2학년, 그렇게 잘 길렀던 머리칼이 싹뚝 잘려져 나간 순간, 아들은 되레 환하게 웃었습니다. 어떤 마음일까요?
▲ 터먹머리가 까까머리로 대학 2학년, 그렇게 잘 길렀던 머리칼이 싹뚝 잘려져 나간 순간, 아들은 되레 환하게 웃었습니다. 어떤 마음일까요?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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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단계는, 마땅한 군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훈련과정으로, 총검술과 정신교육으로 네가 당당한 군인으로 거듭나게 될 시간이 될 것 같다. 훈련에 임하다 보면 때때로 모든 과정이 네게 힘에 부칠 때도 있으리라. 그렇지만 사랑하는 내 아들 현이는 거뜬하게 훈련과정을 이겨내리라 확신한다. 넌 그러한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견뎌낼 것이다. 엄마아빠는 그런 네가 새삼 자랑스럽다.

현아,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하라 사막 서쪽에는 사하라의 중심이라 불리는 한 작은 마을이 있지. 매년 적지 않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사막을 찾아. 하지만 레빈이라는 사람이 그곳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 마을은 전혀 개방되지 않은 낙후된 곳이었어.

이곳 사람들은 한 번도 사막을 벗어난 적이 없었어. 많은 이들이 이 척박한 곳을 떠나고 싶어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단 한 명도 성공한 사람이 없었어. 레빈은 믿을 수가 없어 손짓발짓으로 마을을 떠나지 못한 이유를 물어보았지. 근데 사람들의 대답은 모두 같았어.

"어느 방향으로 가든 결국은 처음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그는 이 말이 사실인지 실험해보기 위해 직접 북쪽을 향해 걸었고, 3일 만에 사막을 빠져나왔지.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은 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일까? 레빈은 답답한 마음에 이번에는 마을 사람 가운데 청년 한 명을 데리고 청년이 가는 대로 따라갔어.

10일이 지났어.

밤낮 없이 길을 걸었지만, 11일째 되는 날 마을 사람들의 말대로 그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 레빈은 마침내 그들이 사막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를 알아냈어. 바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북극성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야.

레빈은 지난번 실험에 참가했던 청년을 데리고 다시 함께 길을 떠났어. 그리고 낮에는 충분히 휴식하며 체력을 아꼈다가 밤에 북극성을 따라 걷다보면 사막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러주었어. 청년은 레빈의 말대로 했고, 과연 사흘 만에 사막의 경계지역에 다다를 수 있었지.

그 청년은 훗날 사막의 개척자가 되었고, 개척지 중심에 그의 동상이 세워졌는데, 동상 아래에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어.

'새로운 인생은 방향을 찾음으로써 시작된다.'

그렇다. 사람은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삶의 목표를 정한 그날부터 진정한 인생의 항해가 시작되며, 이전의 날들은 그저 쳇바퀴를 도는 듯한 생활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는 우리 인생여정의 길잡이가 될 '북극성'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삶의 목표가 그런 역할을 한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아들 입대를 앞두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아들 모습, 처연합니다.
▲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아들 입대를 앞두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아들 모습, 처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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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지금까지 너도 사하라 사막 서쪽에는 사하라의 중심이라 불리는 한 작은 마을에 사는 한 사람과 같은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부모의 울타리 속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였다는 거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었던 편안한 생활을 하였다. 이는 함께 군무에 임하고 있는 동료들도 마찬가지리라. 다들 얼마나 소중한 아들들이냐. 아무리 군대생활에 편안하다고 해도 하나 됨을 우선하는 군대는 자유보다는 통제 상태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것을 여유 있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인생을 찾고, 또한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온전히 네 몫이다.

"넌 너이기에 최고다"

그렇기에 이제까지 혼자만의 생각으로 네 하고픈 것 스스럼없이 챙겼다면 이제부터는 '나보다는 남을 먼저 헤아려 드는 동료애를 가져야 할 때'다. 명심해라. 군대는 네가 편안하게 생각하였던 일반사회의 안주가 용납되지 않는 또 하나의 사회다. 모든 것은 네가 하는 것만큼 주어진다. 조금 힘 든다고, 어렵다고, 고통스럽다고 해서 부정의 잣대를 두지 마라. 세상 모든 일은 부정하기보다는 긍정하며 사는 데 더 큰 희망이 영근다. 그 결과 네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아들 박현의 환한 모습 입대를 앞두고 점심을 먹고난 후 여유롭게 사탕하나를 물었습니다.
▲ 아들 박현의 환한 모습 입대를 앞두고 점심을 먹고난 후 여유롭게 사탕하나를 물었습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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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쳐 세상모르게 곤히 잠든 네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엄마아빠는 지금 불면상태다. 물론 네가 생각하기에는 까닭 없는 걱정을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겠지만 부모의 마음은 다 그런가 보다. 사족이 길었다. 너를 믿는다면 그 모든 게 기우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막상 아들을 군에 보내 놓은 부모의 심정은 마음이 편치 않다. 짧다면 짧고 기다면 긴 4주간의 훈련병 시절, 그러나 네 인생에 있어 다시는 겪어보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다. 조그만 것 하나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신심을 다해 보람 있게 보내기 바란다. 현아, 넌 너이기에 최고다. 동료들과 끈끈한 전우애를 다지며 건강 유의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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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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