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금쯤은 모두 지난 토요일 KBS의 "스타 골든벨"이라는 인기 쇼에서 해고된 진행자 김제동에 대해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된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해고 이유는 김씨가 사회를 본 기간이 5년이라 너무 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씨에 대한 평도 좋은 편이었고, 다른 한국 티비쇼에서는 더 길게 고정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많은 데다 마지막 녹화 딱 3일 전에 통지를 받은 것, 이 모든 것이 혹시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 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한국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재빨리 이 문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 다수가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김씨는그의 정치적 견해와 활동 때문에 해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가 진보적 견해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 참여와 최근 쌍용 자동차 파업에 관련된 발언이다.

비슷한 경우로는 가수 윤도현과 엔터테이너 김미화가 정부를 비판하고 해고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 사건을 예로 들어 KBS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들을 제거하려는 정부 계획이 현실화된 것이라 분석하기까지 했다.

김씨 사건에 대한 나의 의견은?

원칙적으로 나는 자유시장주의 옹호자이며, 그래서 본질적으로는 어떤 회사도 원하지 않는 사람을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없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위태롭게까지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한다면, 그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회사의 신망에 해가될 만한 것이라면 사무실 밖에서의 행동도 거기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여기 서서 이런 자유방임 태도가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직원들에게보다는 회사에 힘이 있는 것이 보통이고, 그래서 그들에게는 고용주의 기분에 따라 해고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보호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분석의 문제점은, 정부가 단순히 하나의 고용주나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나라의 모든 시민들에게 의무와 책임이 있으며 이는 그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런 민권에는 언론의 자유와 함께 다른 의견,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의견을 낼 권리도 들어간다. 개인의 자유라는 특권을 가지고 자라온 우리 모두 아주 가까이에 있지만 그런 권리가 거의 없는 나라, 북한을 생각할 때면 혐오감에 몸서리 치게 되지 않는가?


사람들에겐 몇 가지 정해진 신념만이 허락되며 언론은 단지 그것을 영속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인 나라말이다.


현 정권에서 일반인들의 몇가지 기본권이 침해받아왔다는 말을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말하는데 그 대가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불쾌한 이야기와 그 때문에 야기된 국제적인 논란이 떠오른다. 사실 그 때 미네르바가 유죄를 선고받으면 한국을 떠나야할지도 모른다고 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유라고 발표된 것이 뭐였든간에, 누군가가 자신의 사견을 말한다고 해서 당시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법을 어겼다며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자체가 소름끼쳤다. 너무 소름이 끼쳐서 한편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박탈하고, 또 한편으론 편중되고 부패한 미디어를 선전기관으로 사용,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통한 현실을 창조해내는 독재주의 체제 방식들이 생각날 지경이었다.

그러면 대체 정부는 얼만큼이나 간섭해야 하는건지?

정치 비판적 의견으로 한정하는 문제라면, 질문은 정부가 얼마나 간섭을 해야 하느냐가 되겠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것은 정부의 힘보다는 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의견이 정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힘으로 누르는 것이 옳은 적이 있었던가? 강해보이는 대신 이미 지고있는 측이 자포자기로 마지막시도를 하는 것과도 같아 보인다.

게다가 공중 매체에서 진보주의적 의견과 그 지지자들을 없애려는 계획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 계획은 사람들을 더 자극해서 열받게 만들 만큼 너무나도 부실하게 시행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번 일은 정부가 주재하는 정책이라기보다 현재 KBS의 경영진이 정권에 잘보이고자 애쓰다가 벌어진 일로 보인다.

만약에 그렇다면, 집권당이 바뀌었을 때 이 일로 KBS에 어떤 결과가 돌아갈지 궁금한 일이다.

어쨌든 저 멀리서 울리는 반대의 목소리 하나를 용납 못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정부 때문에 한국의 시민권과 자유 언론은 오늘도 날씨 흐림이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골든벨, #비판, #진보, #정치, #독재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