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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동 버스종점에서 내려다 본 넙너리 마을 풍경
 신월동 버스종점에서 내려다 본 넙너리 마을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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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2번 버스 종점 신월동 넙너리

여수의 시작은 어딜까? 가장 빠른 버스노선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여수시내버스는 1번이 없고 2번부터 시작한다. 여수 2번 버스 기종점이 신월동 넙너리다. 버스에서 내리면 올망졸망한 섬 사이로 바다가 흐르는 풍경이 펼쳐진다. 항상 바쁠 것 같은 초록색 버스들이 종점에 빈차로 줄줄이 서있는 모습이 허전하게 느껴진다. 방금 타고 온 버스도 맨 끝에 줄지어 선다.

버스종점에서 바다 쪽으로 마을이 보인다. 오래된 마을? 바로 아래 넙너리가 자리 잡았다. 예전부터 해안을 따라 가다 고개를 넘어야 하는 곳에 마을이 있어 너머 마을이라고 부른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이름이 재미있다. 큰 길 난간사이로 난 좁은 계단을 따라 마을로 들어선다.

여수 신월동에서 남산동까지 걸어가는 길. 5.2km 정도이며, 여유롭게 걸으면 1시간 반정도 걸린다.
 여수 신월동에서 남산동까지 걸어가는 길. 5.2km 정도이며, 여유롭게 걸으면 1시간 반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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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너리 골목 풍경. 낡은 슈퍼 간판과 골목에서 노는 애들도 본다.
 넙너리 골목 풍경. 낡은 슈퍼 간판과 골목에서 노는 애들도 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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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마을이 산위로 올라가는데, 이 마을은 바다로 내려가고 있다. 선술집을 겸한 낡은 슈퍼 간판이 정겹다. 골목에는 놀이에 열중하는 애들도 보인다.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 들어간다. 마치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애들도 마을을 닮아가나 보다.

빛바랜 부둣가 풍경 속으로

구불거리는 골목을 내려서니 선창이다. 작은 어선들이 포구에 가득 차 있다. 페인트로 스크루를 그린 간판도 정겹고, 배를 수리하는 집들도 많다. 한적하다. 파스텔 톤으로 탈색된 부둣가는 옛날의 북적거림은 어디로 갔는지 쓸쓸하게 느껴진다.

선박 정비하는 가게
 선박 정비하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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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낡은 간판이지만 한 때는...
 지금은 낡은 간판이지만 한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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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을 따라 걷는다. 오토바이가 따라온다. 나를 앞서가더니 배에서 멸치를 하역 작업하는 곳에 멈춰 선다. 철가방에서 여러 음식들을 바닥에 펼쳐놓는다. 배에서는 여전히 바쁘게 일하고 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표정하다. 언젠가 활짝 웃는 날이 오겠지.

작은 방파제를 연달아 지나치더니 커다란 항구가 이어진다. 국동항(菊洞港)이다. 일명 어항단지.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어항이지 싶다. 조선 세종대왕 때 일본과 통상을 하기로 하면서 삼포(동래, 울산, 창원)를 개항했는데, 지정항 이외에 은밀히 항구역할을 수행할 곳으로 이곳 국포(菊浦)를 지정했다고 한다. 국포(菊浦)란 지명은 지형이 국화(菊花)모양으로 생겨서 유래되었다는데, 지금은 매립되어 옛날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여수의 대표음식. 구석구석 장어요리 집들이

수많은 어선들이 물양장에 줄지어 정박해 있다. 사이사이 빈 공간에서는 낚시를 즐긴다. 가까이 다가가니 물통에는 갑오징어가 먹물을 뒤집어 쓴 채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 요즘 갑오징어가 많이 잡히나 보다.

잠수기 수협 앞 골목은 장어탕 골목이다. 여수하면 장어요리? 다양한 장어 요리가 있다. 가장 고전적인 탕에서부터 구이, 회까지. 이곳 장어탕 골목은 통장어를 끓여 나온다. 특히 굵은 장어를 적당한 크기로 넣어 시래기와 함께 끓여내는 장어탕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풍경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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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국동항 풍경. 손질을 위해 펼쳐놓은 그물이 항구와 잘 어울린다.
 여수 국동항 풍경. 손질을 위해 펼쳐놓은 그물이 항구와 잘 어울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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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는 크다. 수많은 어선들이 만선을 꿈꾸며 기다리고 있다. 배들도 다양하다. 작은 어선에서부터 전등을 줄줄이 달고 있는 배, 빨강, 검정 깃발이 있는 배, 멸치상자를 가득 싣고 출항을 기다리는 조금 큰 배까지. 넓은 항구에는 그물은 손질하는 어부들이 간간히 보인다. 멀리 돌산대교가 보인다.

수협 위판장을 지나고 항구가 끝나는 곳에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영당(影堂) 있고 마을이 이어진다. 당머리 마을이다. 마을은 한여름 뜨거운 열기가 식었는지 조용하다. 골목길로 들어선다. 이 골목은 참장어(하모)로 유명하다. 참장어 요리는 경도가 유명하지만 경도를 마주보고 있는 당머리 골목도 여름 내내 북적거린다. 아마 다른 곳 보다 조금 싸게 먹을 수 있어서 일까?

당머리 마을 위로 돌산대교가 지나간다.
 당머리 마을 위로 돌산대교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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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난 지금은 철지난 바닷가 마냥 한가롭다. 수조에는 여름을 피한 참장어들이 골목구경을 하고 있다. 골목이 끝나는 곳에 조그만 포구가 있고 돌산대교로 이어진다.

여수 수산시장을 기웃거리다

돌산대교 아래로 지나간다. 매번 위로만 지나갔는데. 다리 밑으로 걸어가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다. 거문도 가는 여객선이 커다란 몸을 다리 사이로 들이민다. 배에게 길을 내준 바닷물은 해안으로 밀려온다.  조개껍질이 가득한 해변과 부딪쳐 부서지면서 자그락거린다.

골목을 따라 나오니 큰길과 만난다. 조금 걸어가니 돌산갓김치 판매장이 모여 있다. 판매장마다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여수의 특산품 돌산갓김치. 참 아이러니하다. 중독성 있는 여수 특유의 젓갈 양념에 맛들이면 쉽게 끊지 못한다.

여수 시내로 들어서는 길에 여수수산시장 건물이 보인다. 다른 시장보다 삶의 진한 끈적거림이 넘쳐나는 곳이 수산물시장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시장으로 들어서니 가게마다 "자연산"을 외친다. 자연산? 수산물 특히 활어를 먹을 때 따라다니는 말. 딱 깨놓고 말하면 수입산 만 아니길 바라는 게 낫다. 원산지? 수조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머리에다 붙여 놓을 수도 없고.

여수 수산시장 풍경. 생선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수 수산시장 풍경. 생선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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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를 써는 칼질. 1kg에 만오천원. 양이 많다. 2명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정도.
 전어를 써는 칼질. 1kg에 만오천원. 양이 많다. 2명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정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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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에 전어가 싱싱하다. 가을 전어라는데. 걸음을 멈추고 가격을 물어보니 의외로 싸다. 아주머니 칼솜씨가 달인 수준이다. 살이 통통하고 찰지다.

덧붙이는 글 | 신월동 가는 버스는 여수 구도심 어디서나 탈 수 있으며,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다닌다.



태그:#신월동 넙너리, #국동 어항, #당머리, #여수 수산시장, #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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