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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은 목적지에 있지 않고 길 위에 있다고 한다. 하여 길을 나서면서 여행은 시작되는 셈이다. 그 길에서 뜻밖의 사연과 광경을 만났을 때 여행은 더 빛나고 풍요로워진다. 최근 걷는 여행이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런 연유다.

 

남도에는 걷기 좋은 길이 참 많다. 영산강과 섬진강이 있어 물길 따라 걷는 길이 많다. 서해와 남해를 끼고 있어 길의 끝과 시작점이 많다. 첩첩산중의 길이 아니라서 사람을 고달프게 만들지도 않는다. 공단 도시가 적어 대형 트럭의 위협적인 질주도 드물다.

 

판소리 가락 같은 구성진 길도 있다. 삭힌 홍어 같은 코끝 찡한 길도 있다. 남도의 이 길에는 정겨움이 있다. 구수하고 정감있는 남도의 음식점처럼…. 걸을수록 몸과 마음이 행복한 건 이 때문이다. 비록 연휴는 짧지만 추석을 전후해 고향 오가는 길에 들러볼만한 남도의 명품 길을 소개한다.

 

명품 중의 명품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2004년 산림청에서 주최한 '전국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명품 숲길이다. 담양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과 농촌 들녘 풍경이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주말이면 각지에서 몰려 든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고 싶다면 담양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른 새벽에 들러보면 좋다. 새벽안개가 피어올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전거를 빌려 사랑하는 연인, 가족과 함께 가로수 길을 달리면 더 좋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의 멋진 풍경을 색다르게 느껴볼 수 있다.

 

이 길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관방제림이다. 수령 200년 이상 된 활엽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연인과 함께 관방제림부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까지 쭉 걷다보면 시간이 멈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기억된다. 가까운 곳에 가마골생태공원과 죽녹원, 소쇄원 등이 있다.

 

피안의 세계로 가는 '곡성 태안사 숲길'

 

태안사는 천년 수도승들의 고귀한 설법이 전해지는 피안의 세계로 가는 길이다. 길이 자그마치 3㎞나 된다. 하늘을 덮고 있어 고즈넉하다.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사찰로 들어가는 오솔길을 걸으면 맑은 산새소리, 청량한 계곡 물소리가 삶의 여유를 선사한다.

 

특히 능파각은 태안사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다. 여기에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금세 맑아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피안의 세계를 산책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섬진강 기차마을과 도림사, 심청 이야기마을이 가까이 있다.

 

다산의 숨결을 느껴지는 '강진 다산초당 오솔길'

 

실학사상의 산실인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의 다산초당에 있다. 다산 선생이 유배생활을 하던 중 백련사 혜장스님을 만나러 다니던 그 길이다. 숲 사이로 난 가파른 길이지만 사계절 짙은 녹음이 깔려있어 가족들과 삼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전망이 탁 트인 천일각에 오르면 강진만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천일각과 백련사로 가는 길은 평탄하다. 동행과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며 걸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령 300년을 웃도는 울창한 동백나무 숲길도 운치를 더해준다. 주변에 백련사와 영랑생가, 무위사, 월남사지 등이 있다.

 

노을이 아름다운 '영광 백수해안도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아홉 번째로 선정된 길이다. 아름다운 노을로 유명하다. 노을전시관도 들어서 있다. 해안도로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는 전시관은 전체가 투명유리로 덮여 있어 시원하게 뚫린 해안도로와 기암절벽을 바라볼 수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아름다운 노을도 감상할 수 있다.

 

서해안을 끼고 있는 넓은 바다와 기암괴석 그리고 풀꽃들이 어우러진 멋진 경치로도 인기가 높다. 구불구불 도는 백수해안도로를 걷다보면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백암정과 영화 '마파도'로 유명해진 백암리 동백마을을 만날 수 있다. 마을 곳곳에 촬영용으로 지어진 집을 비롯 항아리, 가구, 절구, 우물 등의 영화소품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잠시나마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에 젖을 수 있다.

 

백수해안도로의 백미는 낙조. 해질녘에 크고 작은 섬 사이로 칠산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는 보는 이의 마음속까지 황홀하게 해준다. 주변에 원불교 영산성지, 불갑수변공원, 내산서원 등이 있다.

 


태그:#명품길, #오솔길, #해안길,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 #백수해안일주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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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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