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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부터 20일까지 총 9일간 개최된 '2009 파주 헤이리 판 페스티벌' 시각 예술제의 전시에 오픈스튜디오, 기획전, 특별전의 19개 행사를 통틀어 크게 차별되는 한 전시가 있었습니다.

 

시각예술그룹 '신신낭만新新浪漫'이 주축이 된 '예, 모여라! 사람을 만나다'전입니다.

 

 

이 전시는  57명의 작가에 의한 평면과 입체 그리고 설치 등의 108작품이 전시된 비교적 규모가 큰 전시였습니다. 참여 작가군도 10대에서 70대까지 고른 연령대이었으며 그 작가들이 기반한 지역도 헤이리는 물론, 파주와 경기도 전역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헤이리 축제가 '판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 번째를 맞은 이번 축제는 'In the Circle'이라는 타이틀로 서클의 '모나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진 순환과 조화'의 이미지를 차용해 '안과 밖의 경계를 구분하는 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원으로 모여 더 큰 원을 만들어가는 경계의 확장'을 추구했지만 기존의 헤이리 축제와는 달리 올해 처음으로 '파주'라는 수식어를 더 갖게 됨으로 축제의 면면은 공연과 전시 등 오히려 헤이리와 파주를 제외한 아티스트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것은 파주시의 예산을 지원받게 됨으로서 빚어진 어쩔 수 없는 형편이라 하드라도 경계의 확장으로서의 서클이 아니라 오히려 경계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지요.

 

반면, '사람을 만나다'전은 경계의 확장은 물론 경계를 허무는 파격을 보였습니다.

 

 

그 파격은 우선 직업작가와 취미작가가 경계를 두지 않고 서로 섞였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직업작가의 경우 아마추어작가들과 함께 섞이기를 꺼려왔던게 사실입니다. 이는 스스로 자신의 격을 낮추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염려의 결과일 것입니다. 창작이 생업이기도한 직업작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위계 없이 함께 섞임으로서 기존의 직업작가가 창작에 한없이 애정은 있지만 그 문턱을 넘기를 주저한 취미작가들에게 큰 용기를 주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이는 직업작가들이 자신의 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웃과 사회에 공헌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했습니다.

 

 

취미작가 중에는 10대의 중학생이 있었고, 칠순을 오래전에 넘긴 분도 계셨으며 심신장애를 가진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에게 오히려 직업작가들보다 더 많은 작품을 출품할 수 있도록 했고 공간의 배치도 주목도를 높일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이 결과는 이분들에게 큰 용기로 작용했습니다. 취미작가가 개인전을 계획하게 되었고 7순의 취미작가는 팔순의 회고전을 계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만나다'전은 헤이리와 파주의 작가로 국한 하지 않았습니다. 축제는 해당 지역민이 그것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주체가 될지언정 그것에 참여하고 향유하는 것은 탈지역적이 되어야겠지요. 그러므로 파주와 헤이리뿐만아니라 경기도일원과 서울 등에 기반한 작가들의 대폭적인 참여가 퍽 흡족하고 만족스럽습니다.

 

 

또한 헤이리 이웃들의 전폭적인 참여가 돋보였습니다. 그동안 학창시절부터 꿈꾸어오던 창작자의 욕구를 접고 주부와 약사 등 가정과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던 경계를 넘어 스스로 자신의 창작 욕구를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중 일부는 연대해서 학습하고 공동으로 창작하는 방안을 이번 전시 기간 중에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예술의 향유자인 관객의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예술'이 아니라 '나와 친하고 싶은 예술'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술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의 출구가 되어야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헤이리마을로서도 긍정적인 선례가 되었습니다. 예술마을의 지고지순한 가치는 '창작'일 것입니다. 시각예술창작소그룹 '신신낭만'의 탄생은 또 다른 성격의 창작그룹의 발족을 고무할 수 있고, 이번의 '예, 모여라!'전은 창작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어 더 많은 이웃들이 각자의 관심에 따른 활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창작그룹의 활동은 예술마을의 정체성을 더욱 든든히 하고 예술적 담론을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주도한 시각예술그룹 '신신낭만'의 일원으로서 이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은 꽃잠 같은 설레임이었고, 전시의 아퀴를 낸 지금 나비잠처럼 달콤합니다. 저도 사회와 자연, 그리고 내면을 보는 108개의 시선을 통해 함께했던 관객들이 예술의 생활화와 현상의 인식과 사고의 유연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큰 소득으로 얻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과
블로그 www.travelog.co.kr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마음등불, #신신낭만, #사람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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