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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하게 진열해놓은 갈치
 가지런하게 진열해놓은 갈치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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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서울에 살면서 청량리에 있는 재래시장이라면 청과물시장을 떠올렸다. 그래서 청량리에는 청과물시장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추석을 사흘 앞둔 9월 30일 청량리에 나갔다가 우연히 청량리 수산물 어시장을 찾게 된 것이다.

모르면 바로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법이라던가. 정말 그랬다. 수십 년 동안 모르고 지냈던 청량리 수산물시장은 바로 청량리 청과물 시장 맞은편 큰길 건너에 있었다. 시장 규모도 작은 게 아니었다.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팔리고 있는 생선들의 값도 비교적 싸고 품질도 좋았다.

낙지
 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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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류
 조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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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이 시장을 모르고 지냈다고요? 청량리 어시장이 얼마나 유명한데요. 이 시장이 생긴 지가 30년이 훨씬 넘었는걸요. 세상에..."

조기와 고등어 등 좌판을 크게 벌인 가게 아주머니는 아주 생뚱맞다는 표정을 짓는다. 추석을 앞둔 시기여서 그런지 시장 골목은 장보러 나온 시민들로 왁자지껄 붐볐다. 갈치를 골라 놓은 아주머니가 흥정을 벌이고 있는 사이 함께 시장에 온 남편은 낙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손님 많잖아요? 추석대목인데 요즘 장사 안 되면 가게 문 닫아야지요."

갈치와 고등어 등 생선을 골고루 진열해 놓고 파는 가게 아저씨는 한창 바쁜데 이것저것 질문하는 필자가 조금은 귀찮은 표정이었다. 그래도 생선시장은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에 크게 위축되지 않은 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조기와 돔 병어
 조기와 돔 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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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와 가자미
 상어와 가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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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새우
 왕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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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 가게엔 작은 바구니마다 따로따로 담아 놓은 조개류들이 오가는 손님들을 유혹한다. 참조기가 아닌 부세와 도미도 싱싱한 모습이 주부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커다란 왕새우들을 진열해 놓은 가게 앞엔 남성들 두 사람이 망설이고 있는 모습이다.

생선들 중에 오징어는 매우 잘 팔리는 품목 중 하나였다. 오징어들도 그 크기가 다양해서 세 마리부터 다섯 마리까지 담아 놓은 바구니들은 한 바구니에 5천 원씩에 팔려나가고 있었다. 한 가게에는 커다란 냉동 대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나이 들어 보이는 어느 노인은 넓적하고 커다란 홍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백화점이요? 이런 재래시장이 얼마나 값도 싸고 좋은데, 백화점에선 이만한 홍어 이런 값에 어림도 없어요"

무게가 4킬로그램인 칠레산 홍어는 한 마리에 3만 원이었다. 노인은 홍어를 매우 좋아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값비싼 국내산 홍어는 엄두가 나지 않아 칠레산 수입홍어를 대신 샀다며 홍어회와 홍어탕을 만들어 먹을 것이라고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오징어 한 바구니 5천원
 오징어 한 바구니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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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태
 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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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산 홍어 4킬로그램 한 마리 3만원
 칠레산 홍어 4킬로그램 한 마리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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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은 아예 가지를 않아요. 평생을 이렇게 재래시장만 이용해온 걸요, 이런 재래시장이 이용하기도 편하고 좋아요."

자그마한 키에 등에 배낭을 메고 시장에 나온 김옥분(69) 할머니는 멀리 장위동에서 왔다고 했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절대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엔 가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이 내키지 않을뿐더러 왠지 불편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쩌다 자녀들을 따라 그런 곳엘 가보면 장보러 나온 기분도 들지 않고 몸도 마음도 눈도 피곤하기만 하다는 것이었다.

"내일도 또 나올 거구먼요. 오늘은 생선을 사러 나왔고 내일은 제수용품을 사러 나와요."

할머니는 시장 골목을 누비며 구경하고 흥정하는 맛이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이 할머니는 오늘은 이 시장에서 생선을 사고 내일은 다시 나와 과일과 잡화, 그리고 제수용품들을 살 거라고 귀띔했다. 할머니의 말처럼 수산물시장이었지만 시장 골목 생선가게 사이에는 각종 야채와 과일 버섯 등을 파는 가게들도 많았다.

버섯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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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 고운 피망
 빛깔 고운 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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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밤과 대추
 햇밤과 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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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입구 큰길가에는 층층이 수북하게 쌓아놓은 한과와 북어포가 추석 제수용품으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가 또 다른 쪽엔 수북하게 쏟아 놓고 파는 햇밤과 대추도 풍성한 표정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란 말이 있다. 요즘 일자리 부족으로 실업자가 많고 어려운 경제 사장으로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쪼들리고 힘든 것이 현실이 다, 그래도 청량리에 있는 수산물 재래시장은 민족의 전통명절 추석을 맞아 모처럼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제수용 한과와 북어포
 제수용 한과와 북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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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수산시장 풍경
 청량리수산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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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추석, #재래시장, #이승철, #청량리수산물시장,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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