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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은 '뉴타운 허위 공약'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소된 정몽준 의원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결정이 부당하다는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형사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공소제기 재정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정몽준 의원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형사재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미 알려진 대로 검찰은 3월 10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정몽준 의원)에 대해 유죄 주장과 그에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지 않고 공판과정에 나왔던 사실에 입각하여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이 정몽준 의원에게 '봐주기 구형'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었는데, 검찰은 3월 11일 "정몽준 의원 재판 구형 관련 검찰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해명하였다.

"검찰은, 검찰이 무혐의 결정한 사건을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기소한 사건에 대하여는, 공소유지 과정에서 새로이 밝혀진 증거 등을 종합하여 유죄 또는 무죄 구형을 하고 있으며, 공소유지 과정을 통해서도 무죄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경우 무죄구형을 하여 오고 있음."

재정신청제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검찰

재정신청제도는 검찰(검사)이 고소 사건을 불기소처분 했을 경우에, 그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이 10일 이내에 그 검사가 속한 지방검찰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에 그 결정의 부당 여부를 심사하도록 신청할 수 있고, 재정신청이 접수된 고등법원에서 심리한 결과 검찰(검사)의 불기소 결정이 부당한 경우에는 공소제기를 결정하고 신청이 이유 없을 때에는 신청을 기각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형사재판을 위한 기소권한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독점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검찰의 잘못된 불기소 결정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의 제도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검찰의 잘못된 기소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들이 시행중인데, 일본의 '검찰심사회'나 미국의 '대배심' 제도의 경우 시민의 직접 참여에 의해 검찰의 기소권을 견제하는 데 비해 한국의 경우는 법원이 결정권을 갖는 재정신청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공소제기가 결정된 경우에는 애초 불기소결정을 내렸던 관할 지방검찰청의 검사가 공소제기 및 유지권한을 담당하도록 한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의 결과, 앞서 본 정몽준 의원 선거법 재판처럼 형사재판에 나선 검찰이 무죄를 주장하는 이상한 모양이 연출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정몽준 의원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수 발생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참여연대가 박영선 의원(민주당, 법사위)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재정신청 사건의 공소유지권이 검찰에게 넘어간 2008년 1월부터 2009년 6월 말까지, 공소제기 재정결정 사건 중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모두 61건이었다.

>>>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재정신청사건에서 모순에 빠진 검찰

그런데 이들 61건 중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거나 구형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지만 유죄판결이 선고된 경우는 13건(아래 표1, 표2 참고)에 이른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형사재판이 진행된 사건 61건의 검찰구형-법원판결 현황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형사재판이 진행된 사건 61건의 검찰구형-법원판결 현황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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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공소제기 재정결정 사건의 재판결과 유죄가 선고된 42건의 30.9%에 해당하는 것으로, 달리 말하면 유죄가 선고된 사건 중에서 검찰이 무죄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경우가 약 3건 중 1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정결정 사건의 재판이 진행된 것 중에서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거나 구형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사건이 모두 28건이었는데, 이중 13건에서 유죄가 선고되어 검사의 구형포기나 무죄구형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2008년~2009년6월말현재 검찰이 무죄 구형했으나 유죄 판결이 선고된 재정신청관련 사건들
 2008년~2009년6월말현재 검찰이 무죄 구형했으나 유죄 판결이 선고된 재정신청관련 사건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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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놓치 않으려는 검찰의 욕심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배경은 불기소처분을 내린 검사에게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뒤 형사재판의 공소유지권을 검사에게 맡겼기 때문이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재정신청제도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강력한 로비에 의해 이상한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당시 사법개혁작업을 추진했던 사법개혁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한 기존 재정신청제도를 확대적용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이들 위원회에서 실무작업을 진행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일부 범죄로만 한정되어 있던 제정신청 대상을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하되 법원이 지정한 변호사에게 공소유지권을 맡기는 기존 제도는 유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 논의과정에서, 재정신청제도의 전면확대에 따라 검찰의 기소독점권이 고소인과 법원에 의해 많이 견제될 상황에 처하자, 검찰은 재정신청 대상 범죄의 전면확대를 수용하는 대신에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형사재판의 공소유지권을 자신들에게 달라고 요청하고, 이러한 내용을 법제사법위원회가 수용해버렸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전후 재정신청제도의 변화(검찰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재정결정사건의 공소유지권을 검찰이 가져가게됨)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전후 재정신청제도의 변화(검찰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재정결정사건의 공소유지권을 검찰이 가져가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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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07년 개정되어 200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재정신청제도는 대상범죄는 확대되어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가능성을 넓히는 듯하다가 검찰에게 칼자루를 다시 쥐어주는 이상한 모양을 갖추게 된 것이었다.

한편 일본에서는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와는 상반된 모습을 최근에 보인 바 있다. 지난 2007년 일본은 검찰심사회법을 개정하여, 일반 시민 11명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2회에 걸쳐 결정하면 해당사건은 곧바로 형사재판에 회부되어야 하고, 이 경우 공소유지는 법원이 지정한 변호사에게 맡기도록 한 것이다. 이 개정된 법은 올해 5월부터 시행중이다.

원래대로 돌려놓기만 하면 되는 일

잘못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지도 못하면서 공소유지권한을 잃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는 검찰의 욕심 때문에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할 재정신청제도가 왜곡되고 있다. 검찰은 정몽준 의원 사례처럼 자신들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특정인에 대한 특혜시비까지 불러오고 있다.

2007년 6월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형사소송법 개정법률 해설" 에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공소유지 변호사제도의 폐지와 검사의 공소유지는 당초 불기소처분을 하였던 검찰이 법원의 공소제기 결정에 대하여 어느 정도 성실하게 공소유지활동을 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적으로 확인된 이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에 맞게끔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사건의 형사재판에서는 애초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검찰이 아니라 법원이 지정한 변호사(공소유지 변호사) 등 특별검사에게 공소유지를 담당하게끔 형사소송법을 원상회복하는 것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해놓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바로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검찰개혁을 위해 먼저 처리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태그:#검찰개혁, #참여연대, #형사소송법, #재정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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