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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는 꽃게 풍년으로 식탁이 한결 풍성해졌습니다
 전에 없는 꽃게 풍년으로 식탁이 한결 풍성해졌습니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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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꽃게가 풍년이래. 방송보니 서해안 어민들은 꽃게 잡느라 난리더라."
"그러게 지난주 서산에 간 김에 활꽃게를 1Kg에 1만2000원에 사서 간장 부었는데 아주 실하고 맛도 좋더라구."

꽃게 풍년에 예년보다 싼 가격으로 간장게장을 담았다는 친구 말에 종잇장 팔랑 귀가 쫑긋 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은 줄이려고 마음먹었지만 가족들이 좋아하는 꽃게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니 갑자기 필요가 생겨 버린 것이지요.   

서울외곽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한 소래어시장. 소래 어시장은 서울 경기인근에서는 가장 가까운 포구이며 어시장이라 봄, 가을 꽃게철이 아니라도 늘 싱싱한 수산물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이랍니다.

친구의 호들갑은 허풍이 아니었던지 소래 어시장은 입구부터 싱싱한 꽃게들로 넘쳐납니다.

1kg당 1만원이면 펄펄 살아있는 중게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1kg당 1만원이면 펄펄 살아있는 중게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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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가 1Kg에 만 원, 만이천 원~"
"어른 손바닥만 한 실한 전어도 싸요~"
"젓갈 맛 좀 보고 가세요. 육젓, 오젓, 추젓 다 있어요."

시장 중 활기 넘치는 시장은 뭐니 뭐니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어시장이지요.

커다란 집게를 벌려 사람을 위협하는 꽃게들이며 온몸을 파닥거리며 불을 튀겨대는 광어며, 주인의 눈을 피해 수조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산 낙지와 집나간 며느리들의 친구 전어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트로트 가락에 맞추어 지나는 손님들을 향해 큰소리로 흥정을 붙이는 상인들과 그 사이를 "짐이요 짐!!"하면서 날렵하게 비집고 다니는 배달 아저씨들과 서로 자기 집으로 오라며 호객하는 식당아줌마들의  걸쭉한 목소리까지 어느 것하나 삶이 아닌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흥이 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언니 어디가? 가봐야 다 똑같아. 내가 저울 잘 줄께."
"꽃게 사려구? 지금 바로 들어온 거 있어요. 그물에서 꺼내 줄께. 물 먹지 않은 게야."
"전어 들여가요. 안면도 자연산 새우도 있구. 한 마리 더 줄께."

새우젓, 오징어젓, 창란젓, 명란젓등 젓갈류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소래어시장
 새우젓, 오징어젓, 창란젓, 명란젓등 젓갈류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소래어시장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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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꽃게 1kg당 1만 원.

보고도 믿지 못할 가격이 붙어 있습니다. 게장을 담기 적당한 크기의 중게는 보통 1만 원, 쪄먹거나 매운탕거리로 적당한 조금 큰 것은 1만 2천 원, 당일 들어온 놈 중 거의 500g정도 나가는 아주 큰 놈은 1Kg에 1만 5천원. 지난 봄 암꽃게가 Kg당 4만 원을 육박했고 지난해 가을 수꽃게 가격 역시 Kg당 2만 원에서 2만5천 원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거저나 다름없습니다.

오늘이야 말로 그동안 가격 때문에 번번이 침만 삼키고 돌아서야 했던 꽃게에 대한 원수를 갚을 날인 것 이죠. 5만 원이면 4인 가족이 쪄 먹고, 무쳐 먹고 간장게장 담가 먹고, 꽃게 매운탕도 해먹고 한달 넘게 꽃게에 빠져 지낼 만큼의 양을 받아 올 수 있으니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겠지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신속하게 닦아 준비된 양념간장을 부어 놓으니 마치 곳간에 쌀가마를 가득하게 쌓아 놓은 듯 마음이 푸근하고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먹음직스럽게 숙성 중인 우리집 간장게장
 먹음직스럽게 숙성 중인 우리집 간장게장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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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는 반찬 걱정 '뚝'입니다. 뜨거운 밥에 게장 한 마리면 밥도둑이 따로 없을테니 말입니다.


태그:#꽃게, #간장게장, #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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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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