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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안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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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너그럽게 모든 것 용서하며 애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47년을 함께 한 '동지'이자 '반려자'와 나누는 마지막 인사에 허락된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평생 고난과 시련 그리고 영광의 시간을 '동행'한 남편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하늘로 보내는 입관식. 부인 이희호씨는 짤막한 편지로 애틋하고 애달픈 마음을 담아 같이 보냈다.

 

평생 '동지' 이희호씨, 남편 보내는 마음 담아 편지로

 

20일 오후 1시 30분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가족과 측근 5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인의 입관식이 진행됐다.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씨는 입관식에서도 남편 옆을 지켰다. 시신이 모셔진 관 왼쪽에 앉은 그의 눈에선 미사 내내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가족과 참석자들은 촛불을 들어 고인의 가는 길을 밝혔다. 또 성가 '주의 영원한 빛을', '주여 세상 떠난 영혼 당신품에 받으시오소서'로 축복했다. 이어 이희호씨, 홍일·홍업·홍걸씨와 며느리 등 가족들이 돌아가며 시신에 성수를 뿌렸다.

 

가족과 측근들이 고인에게 다가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참관의식, 이씨가 미리 써둔 편지가 낭독됐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됨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너그럽게 모든 것 용서하며 애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당신을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 편히 쉬시게 하실 것입니다. 어려움을 잘 감내 하신 것을 하나님이 인정하시고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주실 줄 믿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의 아내 이희호

2009. 8. 20"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손수건·손뜨개 담요·성경도 관속에

 

남편에게 보내는 '마지막 연서'였다. 윤철구 비서관이 편지글을 읽는 동안 가족과 측근들은 오열했다.

 

이씨는 이 편지를 자신의 책 <동행>의 첫장에 적었다. 또렷한 정자로 시작됐던 글씨는, 끝으로 갈수록 점점 흔들렸다. 편지를 적어 내려가던 이씨의 심경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씨는 직접 손 뜨개한 작은 보온용 담요도 가져왔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 전 입원해 있을 때 배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이씨가 직접 떠와 덮어줬던 것이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까이 두고 읽었던 성경책, 자신이 쓰던 손수건도 준비했다.

 

이 네 가지는 모두 김 전 대통령의 시신과 함께 관속에 가지런히 놓였다. 김 전 대통령의 '하늘길'에 동행하는 이씨의 마지막 선물인 셈이다.

 

비서진도 '마지막 보고'... "여사님 걱정 마시라"

 

가족들에 이어 그를 마지막까지 모신 동교동 식구들도 고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김선흥 국제의전담당 비서관, 윤철구·최경환 비서관 등 비서팀도 '마지막 보고'를 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께서 평소 하신 말씀을 잘 명심해 기억하겠다"며 김 전 대통령의 당부를 마음에 거듭 새겼다.

 

"첫째, 여사님 걱정은 마십시오. 대통령님을 모셨듯 여사님을 모시겠습니다. 대통령님은 남북관계에 큰 걱정을 하셨습니다. 이제 서거하시면서 국민 통합의 길이 열렸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조문단을 파견해주셨습니다. 정부도 이들을 정중히 안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어 우리들이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 평소에 그렇게 말씀하시던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가 잘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평소 우는 법이 없다는 박 의원은 '보고'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 정치인생을 함께 한 동지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20분, 공식빈소인 여의도 국회를 향해 떠났다.

 




태그:#김대중, #이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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