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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문화의 변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도시인의 삶을 담는 그릇이랄 수 있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원룸 등은  개인주의를 대변하는 의미로 비춰지기도 한다.

[1990년대, 신세대를 겨냥한 원룸] 1990년대 초반 서울 신촌 이화여대 부근에서 시작된 원룸의 열풍은 대학생 주거 문화의 큰 변혁을 가져왔다. 그동안 대학가 앞의 주거문화란 공동의 마당과 화장실, 마당에서 하는 세수, 줄줄이 널린 빨래가 대변해 왔다. 하지만 개인주의에 익숙한 현대 젊은이들에게 원룸이 가져온 변화는 파격 이상이었다. 때마침 시대 분위기가 트렌드 드라마의 열풍과 함께 열정적인 전문직 젊은이들이 원룸, 오피스텔을 화려하게 꾸며놓고 자신만의 작업실겸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본 신세대들은 '나도 대학을 가면 저런 공간에서 젊음의 한 때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앞섰다는 것도 원룸 열풍에 한 몫을 했다.

[2000년대 초, 편의시설을 갖춘 원룸] 그러한 소망을 담아 원룸의 역사도 점점 발전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남과 독립된 나만의 공간에서 욕실이 딸린 단순한 방을 갖춘 구조였던 것이 각종 옵션이 구비된 질적 변화를 거듭하여 핫플레이트를 이용하여 간단히 토스트나 커피를 끓여 마시고 방마다 설치된 인터폰으로 손님의 방문을 확인하며 1층의 공동 세탁실에서 빨래를 하고, 같은 건물에서 오다가다 만난 사람과 인연이 맺어지기도 한다.

원룸 내부 젊은이들을 위한공간일 경우 큰 돈 들이지 않고도 나름대로 꾸밀 수 있다.
▲ 원룸 내부 젊은이들을 위한공간일 경우 큰 돈 들이지 않고도 나름대로 꾸밀 수 있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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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개성은 존중하되 간섭 없는 원룸] 2000 년 초반의 원룸에 비해 현재의 대학가 원룸 문화는 진일보하였다. 드럼 세탁기가 각자의 베란다마다 설치되어 있고 화사한 천 벽지에 시트까지 다채롭게 갖추어진 침대와 세련된 책상, 욕실에는 비데도 설치되어 있다. 대학생이라면 굳이 통학 거리가 멀지 않아도 학교 부근의 저렴하고 시설좋은 방을 찾아서 독립하고픈 욕심이 생기게 만들고, 외국의 젊은이들처럼 20세가 넘었으니 독립하고 싶다는 말이 자연스러워진다.

[원룸촌의 독특한 문화] 원룸촌에는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있는데, 24시간 문을 여는 마트가 그 중 하나이다. 대형마트가 아님에도 지역의 특성상 밤새 손님을 맞이하고 각종 반찬과 간단한 간이가구, 선풍기, 전기 요까지 판매한다. 또 마트내에서 오뎅, 떡볶이, 순대 같은 포장마차에나 있음직한 간식도 판다.

[원룸촌을 겨냥한 특수 상품] 원룸촌을 겨냥한 특수 상품도 많다. 대부분 대학생이나 젊은 여성이 많은 점을 겨냥해서 원룸 인테리어를 해주거나 정보를 제공해 주는곳이 있다. 이들은 저렴한 재료를 사서 감각적으로 꾸며주고 약간의 수고료를 받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천원 마트 등에서 재료를 사서 쓰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테리어에 비해 싼 가격이다. 또는 카페 등을 이용한 여러 자료를 통해서 직접 재료구입과 꾸미기 전략에 들어가는 남다른 재능의 젊은이도 많다. 이들은 대체로 미술 전공자거나 손재주 있는 여성인 경우가 대다수이며 시트지나 윈도우 페인팅, 홈패션 등을 활용하여 집 꾸밈을 한다.

원룸 인테리어 독신자와 1인 기업가의 증가로 원룸은 또다른 삶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더 아늑한 공간 연출을 위해 인테리어도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다
▲ 원룸 인테리어 독신자와 1인 기업가의 증가로 원룸은 또다른 삶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더 아늑한 공간 연출을 위해 인테리어도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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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을 자신의 작업실겸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7년차 독립인 C모씨(27세.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혼자서 사는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서 독립을 하는 20대 초반의 젊은이에 비해서 나는 직업도 있고 작업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공간이 절실했다. 그래서 혼자 살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일 때문에 독립한 케이스다. 현대 사회가 홀로 문화에 익숙해져야 하는 만큼,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아이디어 구상 측면에서 조용한 내 공간이 있다는 것이 훨씬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 혼자 살기에 불편한 점은 없는가?
"혼자 살게 되면 식사에 소홀해지기 쉬우나 요즘은 원룸을 위주로 음식 배달이 많다 보니 오히려 이런 것들이 시간과 금전적 절약을 가져 올때가 있다. 혼자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장을 보는 것도 힘들고, 요리를 할 시간에 일에 더 매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주로 시켜먹는 편이다."

- 집을 고르는 노하우가 있는지?
"채광을 가장 중시하고 화장실의 환기 여부를 고려한다. 그리고 물이 잘 나오는지, 소음이 심하지 않은지 등을 살핀다. 보기엔 좋지만 살수록 불편해지는 집이 있는가 하면, 처음엔 판단이 잘 안서다가도 살다보면 정이 들고 편안한 집이 있다. 개인적으로 공간에 대해서 예민한 반응을 가지기 때문에 낯선 곳에서는 며칠간 잠을 잘 못잔다. 그래서 넓고 펼쳐진 침실보다는 거실과 분리된 아늑한 침실이 갖춰진 집을 찾는다. 또, 주방은 반드시 거실과 분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음식냄새가 옷에 배어들거나 집안이 퀴퀴한 냄새로 쩔게 된다."

- 손님의 방문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접하는가?
"각종 잡지나 매체를 보면 원룸에서 아기자기하게 파티를 하는 사진이 많은데 실제로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수고가 따른다. 혹시나 손님이 와도 간단히 시켜먹거나 인근에서 술과 함께 고기 구워 먹는 걸로 대신한다. 더구나 작업공간이라는 점을 엄수하며 방해받지 않기 위해 손님을 부르지도 않는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 혼자서 케이크와 와인 등을 사다놓고 티비 보며 즐기기도 한다. 대부분의 프리랜서 직종들은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하다. 티브이 속의 화려한 옷과 차와 재벌과의 연애는 드라마일 뿐, 대부분은 일과 마감에 치여 스트레스로 보내기에 사람을 만날 일은 그다지 없다."

화려하진 않지만 저렴한 가구와 재활용 가구들로 리폼한 그녀의 작업실 원룸은 아늑하고 따뜻했다. 겉멋에 물들면 진정한 자신의 본분을 잃게 되어 일에도 방해가 되기 때문에 지출은 줄이고, 되도록 일을 위주로 일과표를 짠다는 그녀. 주위의 슈퍼마켓이라도 들락거릴라 치면 매일 집에 있는 그녀를 백수라 여기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면 적당히 맞장구 쳐주고 현대 독립생활의 법칙을 모르는 그들에게 여유의 미소도 보내준다.

원룸은 진화하고 있다. 대학생 문화에서 시작하여 자유직업군 청년층 문화로, 혹은 자식들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한 독거노인의 공간으로서 기능하며 그들의 꿈과 희망도 함께 진화해 나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파자마 파티'란 최근 젊은이들의 새로운 파티 형태를 이르는 말이다. 연말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에 화려하게 장식된 장소에 모여 편한 파자마를 입고서 와인, 값비싼 서양 음식 등을 먹으며 밤새 즐기는 놀이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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