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8월 4일 평소에 즐겨 보는 <결혼 못하는 남자>(이하 결못남)가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첫 회부터 한 회도 빠짐없이 봐서 마지막 회는 꼭 본방송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일찍 귀가를 했다.

 

하지만 <결못남> 마지막회를 본방송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는 함께 자취를 하고 있는 친구도 일찍 귀가했기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다.

 

"너 오늘 늦게 들어온다 했다이가?"

"나도 오늘 꼭 볼께 있어서 일찍 들어왔다."

"뭐 보는데? 혹시 니 <선덕여왕> 보냐?"

"빙고! 오늘 <선덕여왕> 꼭 봐야 한다. 요즘 너무 재밌어서 본방송 사수해야 하거든."

"나도 오늘 <결못남> 마지막회라서 본방송으로 보고 싶은데…."

 

"그럼 내기해서 진 사람이 헤드셋 끼는 걸로 하자!"

 

 나의 자취방에는 컴퓨터 두 대가 설치 되어 있다. (이 사진은 #5505 엄지뉴스에 전송된 사진입니다.)

 

평소에는 내가 월, 화요일에 밤늦게까지 약속이 있거나 주로 김해에 있는 부모님 댁에 갔다 와서 주말에 몰아서 재방송을 챙겨 본다. 그래서 친구는 자취방에서 <선덕여왕>을 매번 본방송으로 시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회는 꼭 본방송으로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바쁜 일도 대충 마무리하고 일찍 귀가했었다.

 

"야 매번 니가 생(본)방으로 <선덕여왕> 본다이가. 이번엔 양보해라!"

"에이 형 그래도 매번 생(본)방 보다가 재방송 보면 재미없다이가. 형이 매번 재방송 보던 대로 마지막회도 재방송 보면 안 되나?"

"야, 마지막회는 생방 하고 나면 스포일러가 인터넷 이곳저곳에 떠서 재방 보면 재미없다."

"흠 그럼 우리 내기할래?"

"무슨 내기? 내기를 해서 지면 못 보는 거가?"

"아니. 우리 집에 컴퓨터 두 대가 있다이가. 그러니깐 내기에서 진 사람이 헤드셋 끼고 드라마 시청하기 어때?"

"오 괜찮은데, 내기 종목은 뭘로 할래?"

"우리가 자주 하는 농구 게임으로 하자."

"오케이 빨리하자 드라마 곧 시작하겠다."

 

평소에 자주 하는 농구 오락을 통해서 내기를 했다. 이기는 사람이 스피커에 소리를 크게 틀어 놓고 편히 누워 드라마를 보고, 진 사람이 헤드셋을 끼고 불편하게 의자에 앉아 시청하기로 했다. 내기의 결과는 나의 승리로 끝났다. 룸메이트는 울상을 지으며 <선덕여왕>을 시청하기 위해 헤드셋을 컴퓨터에 설치하였다. 반면 나는 소리를 크게 틀어 <결못남> 마지막회를 평소보다 더 재밌게 보았다.

 

 헤드셋을 끼고 선덕여왕을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 룸메티트. 드라마가 끝나고 헤드셋 끼니깐 집중이 더 잘된다며 다음에도 헤드셋을 끼겠다고 했다. (이 사진은 #5505 엄지뉴스에 전송된 사진입니다.)

 

너무 재밌는 에피소드라 <오마이뉴스> 엄지뉴스(#5505)에 우리 집의 모습과 친구가 헤드셋을 끼고 <선덕여왕>을 시청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지만, 설마 내가 엄지짱이 되겠나 싶었는데, 8월 첫째주 엄지짱으로 선정되었다.

 

[엄지뉴스 바로가기] '선덕여왕이냐, 결혼하지 못하는 남자냐~'

 

20년간 다른 삶이 함께 살기 쉽지 않다

 

룸메이트와 나는 대학에 다니면서부터 함께 자취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과 한 방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매우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외국사람도 아니고 한국사람 끼리 생활 방식이 차이가 나면 얼마나 차이가 나겠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년간 다른 삶을 산 사람과의 생활은 쉽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생활 리듬이 너무 달랐다. 나는 아침 7~8시에 기상을 하여 밤 12~1시 사이에 취침하는 생활 리듬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룸메이트는 오전 11~12시에 기상을 하여 새벽 3~4시에 취침을 하는 생활을 하였다. 처음에 이런 생활 리듬의 차이 때문에 서로의 생활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나는 주로 아침에 활동하고 밤늦게 쉬는 스타일인데, 룸메이트는 아침에 쉬고 밤에 활동하다 보니 서로 신경이 쓰였다. 처음에는 신경이 많이 쓰이지만 룸메이트에게 아침형 인간이 되자고 하기에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 같아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에 친구랑 터놓고 얘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의 생활 리듬이 너무 많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 안 해봤냐?"

"어 나도 해봤지. 형이랑 나랑 생활 리듬이 달라도 너무 다르지."

"그렇다고 우리가 각자 살기에는 방값이 없다이가!"

"맞아 혼자 이만한 집에서 살려면 한 달에 40~50만 원은 나갈 테니…."

"그럼 우리 생활 리듬에 규칙을 정하는게 어때?"

"오케이! 그게 좋겠다 서로가 계속 생활이 방해 돼서 감정 상하기보다는 규칙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룸메이트랑 약속한 것은 밤늦게 컴퓨터 할 때는 방에 불을 끄고 컴퓨터 볼륨을 완전히 죽일 것, 늦은 시간 전화 통화는 집 밖에서 하기, 아침 일찍 강제로 깨우지 않기(친구의 생활리듬을 고치기 위해 아침에 막 때리면서 잠을 깨웠었는데 친구가 기분이 많이 상했었다). 아침밥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기 등의 규칙을 정했다. 그리고 또 서로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존중하고 한 공간에서 상충 되는 취미를 하고자 할 때는 토론과 내기를 통해서 결정할 것을 규칙으로 했다.

 

그리고 규칙을 어기거나 내기에 승복하지 않을 시에는 장시간 면담과 함께 술을 사기로 했다. 이후 생활하면서 규칙을 서로 어긴 적도 있고 내기에 승복하지 않는 적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장시간 대화를 통해 서로 오해 지점을 풀어 나갔었다.

 

타인과 함께 살기 어렵지만 같이 안 살 수 있나?

 

대학에 와서 자취하며 룸메이트와 살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각자의 생활의 안정성을 위해 서로 넘나들지 말아야 하는 규칙을 지키는 것, 서로 삶의 형식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삶의 내용을 공유하는 것 등 타인과 함께 살기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없다.

 

그러나 유치원생도 알고 있듯이 우리는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어느 누구나 타인과 대화를 하고 그 속에서 규칙과 삶을 방식을 서로 합의해서 관계를 맺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 순간 타인과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선덕여왕이냐 결못남이냐'의 엄지뉴스는 시시콜콜한 에피소드이지만 우리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룸메이트와 함께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사진이다. 자취방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진을 올리려고 했지만 둘이 찍은 사진이 없었다.

 

☞ <엄지뉴스(#5505)>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