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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을 말하는 데에 일률적으로 한마디로 '시작됐다', '아니다', '어쨌다' 이렇게 말하기는 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약간 답답하다는 어투였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 앞서 있었던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나온 이 총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꽤 긴 시간에 걸쳐 '출구전략'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내비쳤다.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각종 비상대책을 써가며 풀어놓은 막대한 돈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최근 시중의 풀린 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자산시장 거품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기가 빠르게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출구전략 시행을 두고 경제주체들간 논란이 커졌었다. 지난달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입장까지 밝히기도 했다.

 

중앙은행의 수장인 이성태 총재는 이같은 '출구전략' 논란에 대해 "사람마다 (출구전략) 포괄 범위가 워낙 차이가 있어 답변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금융면에서 일부는 이미 진행이 됐으며, 아직 진행이 안 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출구전략' 고민 내비친 한은 총재 "일부는 이미 실행된 것도 있고..."

 

이 총재가 '이미 출구전략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부분은, 한국은행이 작년 금융위기때 시중은행에 제공한 달러를 상당 부분 회수한 점을 들었다. 그는 "이것도 출구전략에 포함된다면, 이미 (출구전략이) 시작돼서 진행되고 있다고 볼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금융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내놓은 각종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밝혔다.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2% 동결 결정뿐 아니라,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간접적으로 자금을 공급한 부분도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어 "출구전략이라는 것이 당연히 내부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현재 상황은 (금융위기) 조치를 취할 때부터 출구전략이 포함돼 있는 부분도 있고, 일부는 이미 실행된 것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총재는 한은 차원의 금리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 움직임은 없지만, 일부 보기에 따라선 이미 실행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한 셈이다.

 

"3분기 경제상황 면밀히 검토"... 4분기때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

 

그렇다면, 언제쯤 금리 인상 등 한은 차원의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가시화될까. 이날 이 총재가 설명한 현재의 국내외 경제상황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서 그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4분기에 (경제) 성장률이 예상 외로 상당히 높게 나왔다"면서 "앞으로도 국내경기는 정부시책에 의한 성장추진력은 조금 약해지겠지만 민간부문에서 지난 2분기부터 조금씩 회복을 보여 하반기에도 전분기 대비로 볼 때 플러스 성장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국내경제가 계속 개선되도록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해갈 것"이라면서 "3/4분기에 몇 달 동안 경제상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면밀하게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은 안팎에선 당분간 금리동결 등 금융완화 기조와 함께 현재와 같은 경기회복이 계속될 경우 4분기에선 금리 인상 여부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조정 문제는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정교하게 움직여야 한다"면서 "부동산 등 일부 자산시장의 거품 양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외 경제상황에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3분기 상황을 보고 (금리인상 여부 등) 판단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3분기에는 정부의 재정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성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3분기에) 플러스 성장을 하게 될 경우 4분기에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과 물가상승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금리 인상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값상승 경계심 갖고 보고 있다"... 금통위, 6개월째 기준금리 2.0% 동결

 

따라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인상은 빠르면 올 4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내년 초에나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초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재정지출이 유지되면서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 우려도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총재도 이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지난 수개월 사이에 주택담보대출이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서울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도 빨리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체적으로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있는 것 같아서 상당히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집값상승을 두고, 한국은행은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공동으로 주택담보대출 관련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 총재는 "최근에 한 달에 3조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이 어떤 조건으로 가져가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있다"면서 "집값 상승이 투기심리로 확대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한은 기준금리를 현재 2% 수준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태그:#이성태, #출구전략,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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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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