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딜러

슬립딜러 ⓒ 이주노동자영화제

 

 

가까운 미래의 미국, 사람의 노동을 로봇이 대체했다. 노동자들은 몸에 구멍을 뚫어 노드를 장착, 자신의 신경을 세계경제시스템에 접속한다. DNA가 암호이며 전선을 몸에 직접 연결해 가상현실로 로봇을 조종한다. 아이를 돌보고 공사 현장에서 철근을 옮기는가 하면 군대에서 헬기도 조종한다.

 

<슬립딜러>, 통제와 감시의 '노드'

 

 포스터

포스터 ⓒ 이주노동자영화제

한편 거대한 댐에 35리터당 85달러를 지불하지 않으면 물을 살 수 없는 멕시코, 가족의 아픔과 늪 같은 가난을 등지고 '메모'는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으로 왔다. 과학기술은 발달했지만 자본의 틈새를 살아가는 이주민 노드 노동자들에게 삶은 여전히 위험해 보인다.

 

산업재해는 사라지지 않았다. 장시간 초과근무를 하다가 로봇이 추락할 경우 노드 노동자도 실명을 비롯한 치명적인 상해를 입는다. 노동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졌으며 일정 시간 이상 반응이 없을 경우 자동 기록과 급여 삭감 조치가 따른다. 지친 노드 노동자들은 바를 찾아 환각제 테킷에 접속한다.

 

제4회 이주노동자영화제, SF의 재치 있는 상상이 줄곧 빛나는 개막작 <슬립딜러>의 내용이다. "강에게 일어났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향의 해답을 찾아가는 메모의 몽환적 발걸음이, 현재 세계 곳곳의 이주노동자들을 대변한다.

 

물처럼 흘러온, 흘러갈 이야기

 

자원을 막고 통제하는 신기술 노드는 한편 변화와 희망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메모에게 노드를 처음 접속시켜준 루스는 그 자신 노드로 이야기를 파는 지식 노동자다. 하룻동안 있었던 일을 트루노드라는 플랫폼에 생체접속으로 업 로드 하면, 흥미 있는 고객이 이를 재생하고 돈을 결제한다. 

 

메모는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판 루스에게 배신감을 느끼지만, "내가 경험한 감동을 나누고 싶었다"는 루스를 통해 결국 최후의 도움을 얻는다. 물이라는 자원, 사랑의 감정처럼 이야기는 장벽을 돌아 흐른다. 극중 인물들은 다소 쉽게 화해하고 클라이맥스의 추격 장면도 성글지만, 메시지는 뚜렷하고 따뜻하다.

 

삭감된 예산 속에서 결혼이주여성과 이주 아동의 이야기를 끌어안고자 노력한, 이 곳은 변두리. 자본만큼 노동 역시 남성화 되어 왔고, 영화 속 애정을 베푸는 미녀 조연도 전형적이다. 그러나 색색의 얼굴들이 "내일도 오시겄죠?"라며 다국적의 한국말을 섞어 개막한 이주노동영화제다. '위계 없이 함께 물을 마시자'는 대담한 동맹에, 미래의 노드를 접속해본다. 

 

이주노동자영화제 누리집 : http://www.mwff.org

후원계좌 : 우리은행 1005-501-291537 (이주노동자의 방송)

2009.07.20 09:41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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