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남영삼거리 부근, 행진 도중 전경의 진압에 의해 부둥켜 안고 쓰러진 문정현 신부와 용산 참사 유가족.

여름용 상복을 걸친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겼다. 5개월 20여 일 동안 바뀐 것은 그 뿐이었다. 다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영정을 보면 여전히 터지는 눈물도, 참사 현장 앞에 선 사람들의 탄식도, 경찰의 '폭행'같은 진압도, 용산 지역을 포함한 뉴타운 재개발 공사도, 정부의 무대책도, 아무것도. 

 

11일 오후 4시경 서울역에서 열린 용산참사 범국민 추모대회에서 유가족과 대책위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희생자들의 시신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참사 6개월째인 7월 20일까지 정부의 대책이 없다면, 조사 기록 3천쪽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사건 조작의 당사자인 천성관씨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한다면, 다섯 명의 시신을 메고 청와대 앞으로 가겠다. 이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이다"고 했다.

 

범대위는 7월 11일부터 7월 20일까지 '범국민추모주간'에 국민들이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영정사진도 가장 좋은 사진을 골라 쓰기 마련이다. 유족들로도 보기 힘들었던 고인의 처참한 사진을 골라 내놓겠다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시신 사진 공개를 밝힌 용산 참사 유가족들. "반년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입니다"

 

 대형 영정을 들고 도로로 행진하려다 전경의 진압에 의해 영정이 부서졌다.

 

추모제 이후 참가자들은 용산 남일당 앞 시국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행진을 시작했다. 대형 영정을 든 행렬 맨 앞에 선 유족들과 문정현 신부가 차도로 뛰쳐나왔다. 곧바로 경찰들이 이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영정들이 전경들의 방패 속에서 부서졌다. 유족 한 명이 실신했다.

 

 도로에 연좌한 유가족들을 여경들이 끌어내려 했다.

"여기서 죽자" 문 신부와 나머지 유족들이 손을 꽉 잡고 그 자리에 앉았다. 앉았음에도 전경들이 밀어내기를 멈추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었다. 인권침해 감시단과 참가자들이 이들을 감싸 겨우 지켜냈다. 물을 겨우 삼키면서도 전경들에게 악을 쓰고, 흩어진 사람들을 찾았다. "우리 가족들 어디 있어요...? 연행 안 됐어?"

 

주춤해진 교통경찰들 대신 여경들이 투입되어 이들을 끌어내려 했다. 악을 쓰고 팔을 휘두르며 겨우 버텼다. 그 다음에는 중무장한 전경들이었다. 문 신부와 유족은 서로 껴안고 바닥에 누워 버렸다. 그런데도 무차별로 끌어내려는 전경과 참가자들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통곡이 터졌다. 쓰러져 누워 버린 문 신부와 유족의 껴안은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계속되는 진압에 길바닥에 쓰러진 문 신부와 유가족들을 전경들이 끌어내려 하고 있다.

전경들은 kbs 기자가 사다리 위에서 촬영중임에도 방패로 밀어댔다. 결국 사다리가 쓰러져 장비가 파손되고 기자가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항의하는 민중의소리 기자의 멱살을 잡아채고 위협하기도 했다.

 

충돌상황이 일단락되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문 신부와 유족들을 설득했다. 행진은 인도에서 재개되었다. 참가자들은 "용산참사 해결" "독재정권 퇴진"등의 구호를 외치며 용산 남일당 건물까지 걸어왔다. 정의구현 사제단과 시민들이 이들의 '위대한 귀환'을 박수로 맞았다. 그제서야 유족들의 얼굴은 긴장을 풀었다. 용산 재개발을 맡으려던 기업이 물러났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비통함은 풀릴 수 없었다.

"오늘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일상이에요!"

문 신부의 목소리 속에 유족들의 눈가에는 또 눈물이 번졌다.

 

 8시 용산 남일당건물 앞에서 시국미사가 진행되었다.

 

 미사 참가자들이 고인들의 영정사진에 초를 봉헌하고 있다

 

시신이 하늘로 가지 못하고 땅으로 돌아온다. 생전의 고운 모습은 없이 산산조각난 채로 돌아온다. 이 '처참한 귀환'을 우리는 과연 기다려야 하는가. 과연 이대로 지켜보아야 하는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