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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교의 '전일제 강사'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본인의 요청으로 실명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편집자말]
학교를 떠나야 하는 비정규직 교사의 슬픔을 말해주는 만평
 학교를 떠나야 하는 비정규직 교사의 슬픔을 말해주는 만평
ⓒ <교육희망> 정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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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한 학기가 지나고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다. 3월 초에는 하루가 일주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길고 지루하기만 했었는데, 시간은 잘도 흘러가서 벌써 방학이라니.

국어교육을 전공한 내가 이렇게 특수학급 교사로 근무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지난 2월 말, 졸업식 때만 해도 부모님은 앞으로의 취업에 대해 걱정했고 나 역시 "알아서 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말로 대꾸했었다.

그리고 졸업식 다음 날. 함께 특수교육을 복수전공한 언니가 특수학급 전일제 강사를 하기 위해 면접을 보고 왔다며 내게도 그런 자리를 알아보라고 추천해 줬다. 특수학급은 특수학교와는 달리 일반 초·중·고등학교 내에 특수교육 대상학생들을 위해 편성되는 학급을 말한다.

특수교육 대상학생들은 자신이 소속한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하루에 몇 시간 혹은 하루 종일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게 되는데, 최근에는 특수학급이라는 용어보다는 '통합교육지원실' 혹은 '학습도움실' 등의 용어 등으로 대체되는 실정이다.

그런데 전일제 강사라니? 처음 듣는 용어였다. 이곳저곳을 뒤져 보니 특수학급 전일제강사를 구하는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 직접 접수가 아닌 인터넷으로 접수가 가능한 일반 중학교에 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연락이 왔고, 면접을 보러 간 자리에서 계약서를 쓰고 며칠 뒤 3월 2일, 첫 출근. 모두 사나흘 만에 금세 일어난 일이었다.

온갖 차별 대우 기간제 교사, 더 차별 받는 '전일제 강사'

'전일제 강사'가 무엇인가 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았다. 그냥 기간제 교사와 비슷한 것이겠거니 했다. 흔히 기간제 교사는 출산 휴가 등 정교사의 결원 시 이를 대체하여 채용된다. 물론 업무와 급여 지급은 정규 교사와 다를 바 없다. 오래 근무해도 성과급이 없다는 것, 방학을 제외하고 계약 기간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일부 몰상식한 관리자 아래에서 이런저런 고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 등의 어두운 현실이 있기는 하지만.

전일제 강사는 기간제 교사의 다른 이름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공립학교 미발령 자리에 채용된다는 점이 다르다. 즉, 원래 정규 교사가 있었다면 기간제 교사, 정규 교사가 없었다면 전일제 강사가 채용되는 것이다.

1년 계약을 할 때에 3월 2일~다음 해 2월 28일까지로 기간을 설정하여 1년 퇴직금 지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여, 계약서에 3월 1일로 명시된 것을 확인하라는 친절한 인터넷의 안내 글을 보았다. 그제야 나는 뒤늦게 정신없이 도장을 찍은 계약서를 보았다. 다행히 3월 1일~다음 해 2월 28일까지로 되어 있었다.

정규 교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기간제 교원과, 기간제 교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고 하는) 전일제 강사. 교사가 매달 17일 월급을 받는 것과 달리 전일제 강사는 매달 말일 월급을 받는다.

처음 월급을 받고 내게 처음 전일제 강사를 추천해 준 언니가 실망하던 기억이 난다. 다른 학교에서 전일제 강사 하는 친구 역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는 자신의 친구에 비해 월급이 너무 적다며 불평했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기간제 교사와 차이 나는 월급. 전일제 강사는 호봉 계산이 아니라 일급 6만 원으로 출근한 일수에 맞게 계산하는 '일당제 비정규직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특수교사가 특수학급을 맡을 때 받는 담임 수당 역시 전일제 강사의 경우 받지 못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솔직히 월급 액수에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150만 원이라는 첫 월급이 적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수교육보조원(비정규직, 특수교사의 지시 및 감독 아래에서 장애아동의 학습, 식사, 용변, 위생, 안전, 이동 등을 지원 및 보조)으로 함께 근무하시는 보조 선생님의 터무니없이 적은 월급 앞에서 월급이 적다고 투정할 수 없었다.

'보조교사' 있는데 또 '인턴교사' 뽑는다고?

얼마 전 '학습보조 인턴교사 채용 계획'이 나왔다. 학력 신장 및 교육격차 해소를 통한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및 청년 실업해소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정부에서 추진 중인 사업이다.

말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그놈의 '인턴'이란 것은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지적하다시피 통계상으로 실업자를 없앨 뿐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보수는 월 120만 원 수준이라는데, 특수교육 학습보조 인턴교사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인다.

이미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특수교육보조원이 있는데, 명칭이 다르고 급여에 차이를 두는 인턴교사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는가 싶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중학교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6인 이하인 경우 1학급을 설치하고, 6인을 초과하는 경우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도 한 반에 10명이 넘는 특수학급을 담당하고 있는 특수교사가 많다.

흔히 모르는 사람들은 한 반에 10명이라도 적은 것 아니겠냐고 하겠지만, 학습도움실에서 몇 시간이라도 수업해 보면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갈 것이다. 특수교육은 개별화교육이 이루어지는데, 학생 개개인의 수준이 다 다르기에 학생 개별에 맞는 개별화교육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게 실행해 나가야 한다.

수준이 다른 학생 셋이 오면 세 개의 교육계획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식인 것이다. 얼마 전 통합학급 담임선생님께서 "솔직히 도움반은 인원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들(나, 보조선생님) 하시는 걸 보니 인원이 적어야 하는 이유를 알겠어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학급을 증설하고 특수교사를 더 뽑을 생각은 안 하고, 난데없이 특수교육 학습보조 인턴교사라니. 정말이지 책상 앞에서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끼리 생색내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1년 계약 떠돌이 강사보단 정규 교사가 낫지 않을까?

한 교사 준비생 카페에 올라온 계약직 강사 모집 공고.
 한 교사 준비생 카페에 올라온 계약직 강사 모집 공고.
ⓒ 인터넷 화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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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내 신분에 대한 생각도 달리 들었다. 내가 우리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면서 때로는 자책하고 때로는 보람을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내 월급의 액수에 만족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학교생활에 정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전일제 강사'라는 신분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공립학교에 교사가 발령되지 않은 자리에 채용되는 전일제 강사. 명칭도 교사가 아니라 강사이다. 시간 강사에게는 업무를 시킬 수 없으니 수업에다가 업무도 시켜줄 수 있는, 게다가 예산은 예산대로 줄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효율적인 제도인지!

내가 전일제 강사로 근무하고 있기는 하지만, 1~2년 있다가 사라지는 특수교사보다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장기간 함께 할 교사가 필요한 게 아닐까? 1년 단위 계약의 떠돌이 전일제 강사보다는 교육계에 평생을 몸담을 정규 교사가 더 좋지 않을까? 아니 원래부터가 그 자리는 정규 교사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던가.

임용시험에서 신규 교사를 적게 뽑고 나서는, 정규 교사가 부족해 전일제 강사를 채용한다니, 이 무슨 앞뒤 안 맞는 행동인지. 수많은 임용준비생들에 비해, 필요한 교사 인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정원은 당연하게도 임용시험에서 떨어지는 많은 사범대졸업생들을 만들어내고, 그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기간제 교사를 하고, 전일제 강사를 하고, 이제는 인턴교사까지 할 것이다.

가끔 사범대생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가엽다. 열심히 공부하며 교사의 꿈을 키운 그 모범생들을 상대로 정부가 농락하는 것 같아서. 사실 이거야말로 사람 약 올리는 것 아닌가. "교사로는 안 뽑아" 이래서 불합격시켜놓고서는 "전일제 강사로 채용해줄 테니 감사히 여기면서 와라" 생색내는 모습.

그게 농락이고 억울한 것을 알면서도 '내가 임용시험 통과해서 정식으로 교사가 되면 되지'하면서 이를 악물고 공부할 뿐, 다른 어떤 방법을 알지도 못하고 행하지도 못하는 임용준비생들. 팍팍한 현실은 '다소 잘못된 현실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하며 그저 내 앞가림 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사람을 자기합리화하게 만든다.

물론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임용시험에 대한 마음을 살포시 접은 나지만, 지금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주변의 임용고시생(?)들이 남일 같지 않아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이 어이가 없어서 그저 이렇게 몇 자 적는 것으로 내 답답함을 풀어낼 뿐이다.

교사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엄밀히 교사가 부족해 전일제 강사로 인력을 채용하면서도, 교사를 뽑지 않는 이 현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이 겪는 게 아닐까. 교사의 질, 교육의 질 운운하기 전에 신규 교사 채용부터 늘리는 것이 진정 교육을 위한 길이 아닐까?

이제 몇 달이 지나면 임용시험이 있을 것이다. 과연 올해에는 몇 명이나 뽑을까. 전일제 강사로 지금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년에 내가 계약 만료인 2월 28일 이전에 조금 섭섭하게 '짤려도' 좋으니, 정규 교사가 발령 받았으면 좋겠다.


태그:#전일제 강사, #기간제 교사,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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