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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쓰카와 마유, 지쓰카와 모토코가 쓴 <핀란드 공부법>
 지쓰카와 마유, 지쓰카와 모토코가 쓴 <핀란드 공부법>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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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공부법>은 고등학생 교환유학생으로 1년 동안 핀란드를 다녀 온 일본 여학생 지쓰카와 마유와 그녀의 엄마 지쓰카와 모토코가 함께 쓴 책이다.

이 책은 마유가 2004년 8월부터 약 1년간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헤르토니에미' 고등학교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다녀온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경쟁, 등수, 서열이 없는 바람직한 교육 모델로 핀란드 교육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마유가 유학을 떠날 무렵만 하여도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에도 핀란드에 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에도 핀란드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마유가 유학을 떠난 2004년 무렵이라고 한다.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2000년부터 OECD가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2000년 조사에서 독해, 수학, 과학 각 분야에서 상위권을 넘보던 핀란드 아이들이 2003년 조사에서는 드디어 독해와 과학에서 1위, 수학과 문제해결 능력에서 2위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자신감을 갖고 있던 수학에서 6위까지 줄줄 미끄러졌고, 2000년에 그럭저럭 8위를 했던 독해력에서는 14위까지 밀리고 말았다."(본문 중에서)

2003년 핀란드가 세계 1위를 휩쓸 때, 같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은 독해력 2위, 과학 4위, 문제해결능력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OECD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교육도 성공적인 사례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핀란드 교육의 실상을 알고 나면 깜짝 놀라고 만다. 왜냐하면,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일본과 유럽 국가들을 제친 이 나라에는 학원도 없고, 과외도 없고, 서열과 경쟁은 물론이고 등수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울러 핀란드는 2000년대에도 매년 5%씩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일본 사람들이 핀란드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마유가 직접 가서 체험해 본 핀란드는 일본만큼 무시무시한 중학입시가 있는 나라도 아니고, 한국처럼 밤낮 없이 학원을 다니는 나라도 아니고, 중국처럼 엘리트 선발교육이 이루어지지도 않으며, 심지어 부모들의 교육열조차 높지 않은 나라였다고 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동아시아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건을 가진 나라였던 것이다.

학원, 등수, 교칙이 없는 핀란드 학교

핀란드에는 학원이 없다. 마유가 핀란드 친구들에서 일본 학교와 입시를 설명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수업 들으면 되지 학원을 왜 다녀?"하는 질문이었다. 실제로 핀란드에도 대학 입학 시험이 있으므로 시험을 위한 학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이나 한국처럼 중고등학교 내내 대학 입학을 위해 학원에서 죽도록 공부하는 입시전쟁은 없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그들에게는 학교란 '배우는 곳'이라는 인식이 확실히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일부러 학원까지 가서 배우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핀란드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에도 나타난다. 그들은 수업 중에 절대로 졸지 않는다."(본문 중에서)

핀란드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무렵에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는데,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누구도 반드시 학교에 가야 한다고 강제 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는 공부하기 위해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분명하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이나 한국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일치하고 있지만, 핀란드 아이들은 학교가 생활을 완전히 지배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고 한다. 우선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교에 있는 일이 거의 없고, 심지어 고3이 되면 학점 취득이 끝나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학교에 간다고 한다. 일본이나 한국의 대학생들처럼 수업을 들을 때만 학교에 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틀린 표현이다. 요즘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입시전쟁을 마치고 나면, 취업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중, 고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이 없는 시간에도 하루 종일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거나 학원을 다녀야하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 고등학교 수업은 학기 초에 원하는 과목을 수강 신청하여 수업을 듣게 된다고 한다. 전 과목이 자유선택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과 적성에 맞는 수업을 선택하여 졸업에 필요한 72학점을 이수하면 되는 것이다.

3년간 취득한 학점은 졸업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 여부를 결정할 뿐이며, 다른 아이들과 서열화 시키는 등수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핀란드 학교에는 다른 아이와 자신을 비교하는 등수는 없고, 공부를 제대로 하였는지 확인하는 학점만 존재한다는 것. 1등을 제외한 모든 아이가 열패감을 느끼는 일본이나 한국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한다.

핀란드 학교에는 교칙이 없다고 한다. 일본이나 한국학교에서는 매니큐어, 피어싱 같은 것은 물론이고 머리카락 길이나 치마길이 등도 모두 교칙으로 정해 규제하지만 핀란드에는 교칙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한다.

한 마디로 학교라고 해서,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어른들에 비하여 특별히 더 금지하거나 규제하지 않는다. 피어싱이나 염색은 기본이고 선생님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도 있었지만 누구도 상관하지 않더라는 것.

그렇지만, 누구도 그런 아이들을 일본이나 한국처럼 '불량학생'이라고 말하지 않고, 피어싱과 염색을 하고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도, 수업시간이 되면 선생님말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집중해서 참여한다는 것이다. 공부나 성적과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을 개성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지식보다 생각이 중요하고, 읽고 쓰는 것이 시험

등수가 없고 학점만 이수하면 되는 핀란드 아이들은 시험공부는 어떻게 할까? 마유는 핀란드 아이들의 시험공부는 암기가 아니라 읽기라고 한다.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모두 책과 자료를 읽는다는 것이다.

"영어, 국어는 물론이고 화학, 생물, 음악까지 에세이, 즉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핀란드 고등학교의 일반적인 시험형식이다.......핀란드에서는 이러한(일본이나 한국 같은) 구멍 메우기 문제가 아예 없다." (본문 중에서)

모두 엣세이로 되어있는 핀란드 시험 답안지
 모두 엣세이로 되어있는 핀란드 시험 답안지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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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핀란드 아이들은 시험 전에 '공부한다' 고 말하지 않고, 시험을 대비하여 '읽는다'리고 한다는 것이다. 마유가 만난 핀란드 친구들 시험 답안지를 보면 음악이나 미술 같은 과목도 꼭 마지막에는 에세이 문제가 출제 되어 있었고, 수학조차도 고급 수준이 되면 에세이를 쓰게 하더라고 한다.

심지어, 마유가 홈스테이를 하였던 후트넨 가에는 공부하는 책상조차 따로 없었는데, 책을 읽는 것은 침대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란다. 시험 직전에 핀란드 아이들은 두꺼운 책을 읽으며 시험 준비를 하기 때문에 '암기'는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식을 채워놓은 것만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핀란드 시험이란다. 핀란드 시험은 지식보다 자기 자신의 의견을 얼마나 잘 표현했느냐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학교에서 공부나 시험은 책이나 자료에서 얻은 지식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훈련을 하는 과정이라는 것.

유급해도 괜찮아 알 때까지 배운다

핀란드 교육시스템은 5학기로 나누어져있고, 성적은 일본이나 한국의 대학학점 방식으로 주어진다고 한다. 1에서 10까지 10단계 성적에서 4가 두 개 이상이면 유급이 된다고 한다. 중학교의 경우 대체로 8과목을 공부하기 때문에 2과목이 4점이면 똑같은 공부를 1년 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유는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유급된 아이들을 수 없이 많이 보았다고 한다. 당시 열네 살이던 후트넨 가의 막내 요카는 중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해서 중학교 1학년에 머물러 있었고, 둘째 아케 역시 나이는 열여섯이었지만 2년을 유급하여 중학교 3학년이었다고 한다.

"핀란드인에게 낙제는 특별히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모르는 것을 확실히 배우지 않고 졸업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핀란드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하여, 다시 말해 세상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해 교육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유급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

아울러, 핀란드는 무상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유급을 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더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일도 없으며 아이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다 배울 때까지 같은 것을 반복해서 공부할 뿐이라는 것이다. 핀란드는 꼴찌를 만드는 대신에 유급을 시켜서라도 꼭 필요한 것은 반드시 익히도록 한다는 것.

핀란드 부모들은 자식이 유급을 하여도 아이가 능력이 없다거나 문제아 취급을 하는 일이 없으며, '읽는 것'을 싫어하고 읽지 않았기 때문에 유급 당했다는 것을 스스럼없이 말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역할은 결국 먹고살아갈 수 있는 직업을 갖도록,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돕는 것이고, 직업을 구하는 일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만날 때까지 천천히 찾아나가면 되니까, 부모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본문 중에서)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어 하고 뭘 제일 잘 하는지는 아이마다 다 달라요. 유급을 시키는 것 또한 성적이 충분히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충분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가 함께 생각해보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예요."(본문 중에서)

이런 생각이 핀란드 부모들의 일반적인 교육관이라는 것이다. 아이들 중에는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읽고 쓰는 일 대신에 무언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그 뿐이라는 그들 일반적인 생각이란다.

따라서 핀란드 부모들의 걱정은 성적이 나쁘다거나 놀기를 좋아한다 같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장래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라고 한다. "핀란드 학생들은 중학생 정도의 이른 시기부터 인턴십 등을 거치며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결정해나간다"는 것이다.

미래를 꿈꿀 시간을 허락하는 나라

한마디로 핀란드 교육에는 시간제한이 없다. 남들 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려도 필요한 것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몇 살까지 무엇을 해야 한다는 연령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도 몇 살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한다고 선을 긋지 않는다.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졸업하는 것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본문 중에서)

뭔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을 때까지 연령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기업에서 사원을 모집할 때도 대부분의 경우는 연령제한을 두지 않는 단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이 드물 만큼 '바리부오시'(휴식하는 해, 유예기간)는 일반적 일이라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경험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장래 계획을 세우는 유예기간을 대분이 거친다는 것이다.

지쓰카와 마유가 소개한 <핀란드 공부법>을 읽으며 한국의 몇몇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을 여러 번 떠 올렸다. 가만히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면 핀란드의 모든 학교는 한국의 대안학교처럼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놀면서 공부하는 핀란드 아이들이 밤낮없이 공부하는 일본과 한국을 가뿐히 제치고 세계 최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찌 부럽지 않을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공부법

지쓰카와 마유 외 지음, 송태욱 옮김, 문학동네(2009)


태그:#핀란드, #PISA, #대안학교, #마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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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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