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일(수) 저녁 7시경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앞. 20여 년 전의 6·10 항쟁이 다시 시작된 것만 같았습니다. '6·10 이명박 독재 심판 부산시민대회' 시작 시간인 저녁 7시가 채 되기도 전에 5천 명이 넘는 시민이 부산의 중심가인 서면에 모였습니다. 쥬디스 태화 옆 인도 사이의 차도는 아스팔트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 회복', 'MB OUT'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다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나온 여성 참가자들이 미디어법, 언론 개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이 '사랑해요 OOO'를 패러디한 '사망해요 2MB'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그 옆으로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도 시민대회 현장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탈을 쓴 무용수들이 억압된 국민들의 마음을 춤으로 표현했습니다. 저녁 8시가 다 되어갈 때쯤 대회 주최측에서 평화 가두행진을 진행하려고 하자 경찰들이 무대로 사용되던 트럭 옆을 막아섰습니다. 그러자, 대회 참가자들이 막아선 경찰을 향해 "평화행진 보장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와 함께 가두행진을 허용하라며 항의했습니다.

 

 

대치상황이 10여 분 정도 지속되자 경찰이 잠시 도로를 열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평화행진은 100m가량 이어지다가 멈춰버리고 말았습니다. 경찰이 서면 교차로 전체를 경찰버스 8대를 동원하여 가로막아 놓고 버스 틈 사이사이에도 전경들을 배치해 놓아 시청 쪽으로는 더 이상 가두행진을 진행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가로막힌 대회참가자들은 서면 교차로 한복판에서 잠시 주저앉아 구호를 외쳤습니다. 다시 수천 명의 대회참가자들은 반대방향으로 되돌아와 미니몰 앞 중앙로에 앉아 연설을 듣고 '아침이슬'도 함께 불렀습니다. 주최측의 한 연설자는 참가자들에게 많이 모여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내일도 이 시간에 다시 모이자고 외쳤습니다.

 

경찰 지휘관이 강제해산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예정이니 대회 참가자가 아닌 일반시민들은 안전한 인도로 올라가라면서 확성기를 들고 경고하니, 한 중년 남성이 '밟고 지나가라'면서 길 한복판에 누워버리기도 했습니다.

 

 

10여 분이 지난 후에 강제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대회 참가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습니다. 각각 카메라와 캠코더를 손에 든 경찰 2명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대치 상황과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얼굴을 일일이 촬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왜 함부로 내 얼굴을 찍느냐'고 항의하며, 반대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카메라로 자신들을 촬영하던 경찰의 얼굴을 찍었습니다. 그 경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오히려 맘대로 찍어보라는 듯 손으로 제스처를 취해 시민들을 격분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부 흥분한 참가자들이 전경이 들고 있던 곤봉과 방패를 빼앗아 발로 밟기도 하였고, 그 과정에서 두세 명의 전경들이 일부 과격한 참가자들에게 끌려가 발로  몇 번 밟히기도 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그러지 말라. 평화시위하자'면서 넘어진 전경들을 일으켜세워 돌려보내기도 했습니다.

 

대치상황에서 한 청년의 상의가 찢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등과 팔에 보이는 시뻘건 자국은 얼마나 몸싸움이 격렬했는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50대로 보이는 남자분이 "그런 옷 입고 집에 어떻게 가느냐"며 자신이 입고 있던 흰색 티셔츠를 벗어 한사코 사양하는 청년에게 주고 자신은 점퍼만 걸치고 자리를 떴습니다.

 

 

 

경찰이 도로를 점거한 시민들을 인도 쪽으로 강하게 밀어붙이자 인도까지 침범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시민들과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3시간여에 걸친 몸과 입의 공방전은 밤 11시가 지나서야 소강상태가 되었고, 대회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흩어져 백 명도 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 되자 경찰도 서서히 해산했습니다.

 

경찰이 해산할 때까지 시민들은 민주주의 부활을 외쳤습니다. MB로 인해 퇴보하는 민주주의를 한탄했습니다.

 

6·10 하루의 공염불이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를 되찾는 그날까지 울려퍼지는 단결된 외침이 되길 바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 6.10 부산시민대회 영상
ⓒ 조민경

관련영상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View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6.10 부산시민대회, #촛불대항쟁 1주년, #부산 서면 촛불집회, #평화행진, #포토영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