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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갑작스러운 죽음을 택한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고인의 공과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은밀한 수사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피의자에게 모욕감을 주고 사건을 키우는 검찰과 언론의 행태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치와 언론이 유착하는 시대를 지나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빚어낸 '검언복합체'를 견제해야 한다는 게 비판론의 골자다. <오마이뉴스>가 8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의 공동 좌담회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공동주최한 생중계 좌담회 '권력화된 검찰, 무엇을 바꿔야 하나'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장서연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이국운 교수(한동대, 헌법), 사회를 맡은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 하태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형사법).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공동주최한 생중계 좌담회 '권력화된 검찰, 무엇을 바꿔야 하나'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장서연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이국운 교수(한동대, 헌법), 사회를 맡은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 하태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형사법).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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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공동 주최한 '권력화된 검찰, 무엇을 바꿔야 하나' 토론회가 8일 오후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그동안 법조계의 오랜 과제였던 검찰 개혁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했다"며 ▲ 검찰 인사제도 개혁 ▲ 지검장의 주민직선제 ▲ 검찰 출신 인사의 법무부·청와대 진출을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 일치를 보였다.

이날 좌담회는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의 사회를 맡았으며, 하태훈 고려대 형사법 교수와 이국운 한동대 헌법학 교수, 장서연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좌담회의 주요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태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형사법).
 하태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형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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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 고려대 형사법 교수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환골탈태하는 검찰의 모습을 만들어갈 호기다. 여야 모두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실감하기 때문에 개혁의 실현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이국운 한동대 헌법학 교수 : "국민들이 서거 전후에 급격한 입장 변화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일단 언론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검찰이 매일 보고하듯이, 피의자와 내기하듯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고 언론보도의 먹잇감으로 주었기 때문에 언론도 하이에나식 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를 적용해 잘잘못을 다스려야 할 검찰이 마치 그런 죄가 없기라도 하듯이 행동한 책임이 있다. 국민 책임이 10이라면 언론 책임은 50, 검찰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장서연 변호사 : "검찰이 거의 유일하게 국민의 신뢰 받았던 시절은 대선자금 수사 때였다. 그동안 검찰 중립화에 대한 논의를 활발했던 반면, 검찰권력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는 소홀했다."

대검 중수부 폐지해야 하나?

하태훈 교수 : "임채진 검찰총장은 퇴임하면서 대검 중수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 조직의 문제점보다 공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과거 정보기관의 기능을 축소할 때도 국가안보에 문제가 생긴다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권한이 축소된 후 국가안전 보장에 큰 문제가 생겼나? 마찬가지로, 중수부가 폐지하면 부정부패가 창궐한다는 주장도 일종의 기우다.

특히 대검 중수부가 맡았던 사건들의 무죄율이 늘어가는 추세다. 가장 유능한 검사들이 가는 곳이 대검 중수부인데,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은 한번 수사를 시작하면 무리한 수사를 밀고 나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대검 중수부가 책임질 일을 대한민국 검사 전체가 짊어질 필요가 있을까?"

이국운 교수 : "이 나라에서 검찰, 특히 대검 중수부가 국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대검 중수부가 어떻게 이런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됐을까? 과거에는 군과 정보부, 관료가 국가를 주무르는 역할을 했는데, 이들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했다. 87년 이후 민주적으로 권력을 교체해왔지만, 국가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권력인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해봐야 한다."

장서연 변호사 : "대검 중수부 폐지 얘기가 나오는 것은 검찰 수뇌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권이 막강한 이유는 수사대상과 방향, 범위를 검찰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물사건 같은 것을 반드시 대검이나 서울지검에서 할 필요가 없다. 공직자비리수사처나 상설특검을 둘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은 왜 스스로 개혁하지 못할까?

장서연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장서연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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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연 변호사
: "신영철 대법관 사태만 해도 평판사 회의가 소집되는데, 최근 검찰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참여정부에서 검찰과 연이 없는 강금실 법무장관이 임명됐을 때는 평검사들까지 집단 반발했다.

검찰이 조직 개혁에는 강력 반발하면서도 검찰권 남용이라는 사회적 비판에는 귀를 닫고 있는 셈이다. 검사동일체와 상명하복이라는 내규는 폐지됐지만 검찰 내부의 폐쇄적인 문화와 질서는 공고하다. 검찰만큼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조직에 충성하는 조직도 없다. 검사 개인이 직속상관에 불복하는 것은 용기가 많이 필요하다.

MBC < PD수첩 > 수사검사가 돌연 사의 표명을 한 것이 좋은 예다. 사법연수원 과정이 끝나자마자 검사 임관을 하기보다는 검사들의 인적 구성을 다양하게 해서 조직의 수평적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국운 교수 : "판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법관 인사는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관철될 여지가 별로 없다고 한다. 판사들이 법원 내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나름대로 공정한 인사 룰이 있기 때문인데, 검찰 인사는 수사를 얼마나 잘했느냐에 달려있다. 인사권을 가진 상급자 판단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하위직 검사들이 상급자 눈치를 많이 보는 구조가 있다고 본다."

검찰 권력,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이국운 교수(한동대, 헌법).
 이국운 교수(한동대,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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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운 교수
: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인사권을 행사하는 검찰 상층부를 차지하기 위해서 검사들이 정치권력에 선을 대는 일이 있었다. 이런 검찰 조직을 그대로 두고는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 중앙검찰과 지방검찰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고, 그게 안 된다면 법조경력자들에게 피선거권을 준 뒤 주민 직선으로 지방검찰청 수뇌부를 뽑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검찰 개혁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검찰 스스로 독립성을 유지하게 하는 '일본식'이 있고, 검찰권 행사자를 주민 스스로가 뽑는 '미국식'이 있다. 그러나 일본식으로 답을 찾는 것은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닌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나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주 검찰총장을 맡으면서 정치 경험을 쌓았다. 우리 현실에서는 교육감이나 지자체장 또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보다 직선으로 지검장을 뽑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더 부합한다는 생각이다. 주민들이 뽑은 지검단위 검찰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임명하는 중앙검찰이 서로 경쟁하면서 올바른 검찰권 행사를 위해 협력하면서 길항하는 구조 이외에는 답이 없지 않나?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일본에서는 한번 검사면 죽을 때까지도 검사다. 검사를 그만두더라도 변호사 개업해서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도 없다. 임채진 총장도 곧 변호사 개업하겠지만, 검사하다가 개업하거나 그들중 상당수가 국회의원으로 변신하는 게 당연시되는 풍토로는 일본식 개혁은 대단히 어렵다."

하태훈 교수 :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 검찰청법에는 일반적인 사건은 물론, 특정 사건에 대해서도 장관이 총장을 지휘하도록 되어 있다. 검찰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청와대에 민정수석을 둬야 하는 지도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 출신 인사가 맡는 경우가 많은데, 청와대와 검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공동주최한 생중계 좌담회 '권력화된 검찰, 무엇을 바꿔야 하나'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은 사회를 맡은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공동주최한 생중계 좌담회 '권력화된 검찰, 무엇을 바꿔야 하나'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은 사회를 맡은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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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운 교수
: "법사위에 포진한 검찰출신 의원들 때문에 검찰 개혁이 어렵다는 네티즌의 지적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분들 스스로 문제점을 잘 알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이분들도 처음에는 검찰 경력이 의원 되는 데 도움됐는 지 몰라도 그다음에는 국민들을 바라보며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을 안 바꿔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법무부를 검찰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두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법무부 장관과 주요간부들을 검찰 출신이 차지했다. 검찰을 감찰하는 기관이 법무부인데, 거꾸로 검찰이 법무부를 컨트롤하고 있다. 법무부를 비검찰 출신 법무전문가로 채울 필요가 있다."

장서연 변호사 : "검찰이 신뢰를 못 받는 이유는 권위주의 시절 검찰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고도 거의 유일하게 과거사 청산을 하지 못한 국가기관이라는 점도 있다. 노무현 서거 이후에도 검찰이 반성하지 않는데 이런 태도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개혁이 안 되면 검찰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인사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박근용 팀장 : "참여정부 시절의 사개추위는 국민참여재판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제는 검찰개혁위원회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태그:#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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