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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는 말은 어떤 경우에 붙여도 항상 최선의 선택이 되곤 하지만 이보다, '적당히'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다. 바로 '술', 음주다.

 

전북알코올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이효선(28) 상담사는 그래서 "적당히 마시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잔은 즐겁지만, 마지막 잔은 어떨까요? 슬픔이나 아픔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제할 줄 아는 미덕이죠."

 

그런데, 술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적당히'가 참 쉽지 않다. 한잔이 한 병이 되고, 한 병이 두병이 되고, 두병이 세병이 될 때쯤이면, 이미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도망가고, 눈 떠보니 '이게 웬걸!' 어느새 내 방에 누워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래도 술 덕분에 낯선 사람과 친해지고 우울한 마음을 털어 버릴 수 있었으니 괜찮다고? 이거 큰일 날 소리.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알코올중독을 의심해 봐야 할 처지다.

 

"알코올중독자, 본인은 중독 자각 없어"

 

이효선(28) 상담사에 따르면, 상담이나 혹은 치료를 위해 전북알코올센터를 방문하는 음주이상자 중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백이면 백, "나는 그저 술이 좋아서 마시는 거지, 중독까지는 아니다"라는 대답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대부분 술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만 바라보며, 술을 마시고 난 다음의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은 '조절능력의 상실'을 의미하거든요. 그런데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의 경우 대부분 대인관계의 문제나 혹은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시면서 '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뭐든 술로 해결하려다 보니 뒤는 생각하지 않고 마시게 되고, 결국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이 때문에 상담을 의뢰해오는 대부분의 경우는 음주이상자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보호자다. 특히, 남편이나 아버지의 알코올중독 혹은 음주 후 폭력성 노출에 관한 상담의뢰가 가장 많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이 가족 탓을 한다는 거예요. '가족 때문에 술을 마셨다', '나를 이해 못하는 가족이 문제다' 등, 이런 식이죠. 그래서 알코올 중독이나 음주이상자의 경우에는 스스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치료가 시작돼요."

 

최근에는 여성들의 상담도 증가 추세에 있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예전에 비해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많아짐에 따라 그에 따른 음주증가와 이로 인한 문제가 더불어 늘어나는 상황인 것.

 

이효선 상담사는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알코올 분해 효소나 채내 수분량이 적어 쉽게 음주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신체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과음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주의했다.

 

"청소년은 예방, 노인은 절주가 중요" 

 

2002년 문을 연, 전북알코올상담센터는 알코올중독자와 문제음주자들을 위한 전문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지역사회 예방교육 및 상담을 통한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 등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의뢰가 들어오는 상담활동 뿐만 아니라 이동 상담을 통해 청소년들의 음주예방 교육과 지역 내 노인들의 음주문제까지 그 활동 폭을 넓게 두고 있다.

 

"미취학 아동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무엇보다 예방에 중점을 둬요. 특히 학교에서 술이나 담배 등으로 적발된 아이들은 '고위험 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이는 음주의 부정적인 측면을 알려주는 거죠. 청소년의 경우 친구들과의 유희거리로 술을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음주가 단순한 유희거리가 아님을 알려주는 거예요."

 

2005년부터는 대한보건협회와 함께 노인음주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사실상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에게는 단주(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것)보다는 절주(술을 줄여나가는 것)의 형태로 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반면, 앞서 언급했던, 가족들로부터 상담의뢰가 들어오는 남편이나 아버지의 경우에는 '단주'를 위한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이는 센터 내에서 치료 및 재활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이효선 상담사가 책임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단주를 위한 프로그램은 크게 초기그룹과 실행그룹 유지단계로 나뉘어져 진행이 돼요. 알코올기본교육 4주를 시작으로 술로 인해 단절된 사회적 능력을 키워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죠. 또 1년 이상 단주 하시는 분들에게는 '술 없이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마음가짐을 심어 드리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단주에 성공한 사람은 실제로 현재까지 3~4년에 걸쳐 술을 마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물론, 도중에 순간적인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몇 달만의 단주를 허사로 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상담사 활동 통해 성격 바꿨어요"

 

올해 1월부터 전북알코올상담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효선 씨는 사회복지사 중에서 정신보건 영역 쪽을 전공한 케이스다. 사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그녀는 막연한 마음을 가지고 사회복지학과를 들어갔지만, 학과 공부를 하면서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아동복지, 노인복지, 정신보건 등 영역이 다양하거든요. 저는 교수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경우이기는 한데, 수업을 받다보니 정신보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죠."

 

대학 졸업 후, 정신장애인사회복귀시설과 정신과 전문병원 관련 된 일을 해온 이효선 씨는 병원 근무 도중 알코올중독 환자들을 보며 '이 분들에게 회복이란 없을까'하는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하는 알코올중독자들의 경우, 환자 본인의 의지보다는 보호자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환자는 치료의지가 없고, 그러다 보니 퇴원과 입원을 반복하는 모습이 이효선 씨의 눈에 고민으로 다가왔다. 이사람들이 술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이 씨는 결국 올 초 전북알코올상담센터로 이동, 음주이상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게 됐다.

 

처음 학과 공부를 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그녀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도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학과 시절 자원봉사를 통해 만난 정신장애자들의 맑고 순수한 마음에 매력을 느꼈던 게 크다. 그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일에도 재미를 갖게 된 것. 이제는 전문상담사로서 그들의 치료와 재활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니, 이효선 상담사에게는 더 없는 기쁨이다.

 

"상담자들은 기본적으로 방어적인 측면이 있어요. 속 이야기를 안 하니까 그걸 잘 감지해야 하죠. 결국 신뢰문제예요. 그래서 그 분들이 하는 얘기를 잘 경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성격까지 바뀌게 됐다는 이효선 상담사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인터뷰에 응했다. 아마도 그런 미소 덕분에 상담을 받는 사람들도 마음 편히 속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강조한 마지막 말이 음주로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잔은 즐겁지만, 마지막잔은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상담사, #알코올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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