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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15년 전 61억4000만원의 종잣돈으로 시작된 이재용 삼성그룹 3세의 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은 결국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됐다.

 

29일 대법원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헐값 매각 사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단 16억원의 세금만을 내고, 200조원이 넘는 그룹을 '합법적'으로 넘겨받게 됐다.

 

시민사회단체는 "경제권력에 사법부가 무릎을 꿇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삼성과 재계쪽에선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특히 삼성은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승계구도에 대해 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고, 향후 '이재용의 삼성'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온 국민의 시선이 서울광장에 쏠렸을 때 나온 삼성 판결

 

29일 오후 2시. 온 국민의 시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열리고 있던 서울광장에 쏠려 있던 시각에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선 30분 간격으로 중요한 선고 재판이 열렸다.

 

우선 대법원 전원합의제가 열렸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다.

 

이 회사 전 대표이사인 허태학, 박노빈씨 등이 지난 1996년 에버랜드 CB를 적정 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값으로 발행하고,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재용씨 등 남매가 이를 인수하도록 한 혐의였다. 이 같은 행위로 회사에 97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기소됐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 판결을 뒤집었다. 에버랜드 CB 발행이 주주에게 배정된 것이 분명하고 기존 주주들이 스스로 실권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회사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위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이들 두 전직 사장들에 대한 기존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에 다시 내려보냈다. 이에 따라 작년에 '삼성 특검'이 같은 사건으로 이 전 회장에 대해 기소한 부분도 무죄가 됐다.

 

2000년 6월 전국의 법대 교수들이 제기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문제는 10여 년만에 '법원의 면죄부'로 종지부를 찍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4.11)과 아들 이재용 전무(2.28)가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어 승강기를 타고 있다.

16억원의 세금으로 200조원대 그룹 지배는'합법'... 면죄부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번 사건의 경우 강남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16억원의 세금만 내고,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한 행위가 과연 일반 법리에 비추어 봤을 때 정당하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제기였다"고 말했다.

 

실제 이재용 전무는 1994년 아버지인 이건희 전 회장으로부터 61억4000만원을 받고 16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냈다. 이후 1996년까지 이 돈을 가지고 삼성엔지니어링 등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539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게 된다.

 

이 전무는 다시 1996년 10월께 또 다른 비상장 회사인 에버랜드의 CB를 사들였다. 1주당 8만5000원대로 평가받던 CB를 1주당 7700원에 사들여 '헐값' 논란이 일었다. 이 전무는 이후 에버랜드 CB를 주식으로 바꿔 최대주주(20.7%)가 됐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 삼성카드로 맞물리는 이른바 순환출자 구조다. 이 때문에 이 전무는 직책이 '전무'이지만, 실질적으로 에버랜드를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단 16억원의 세금만 내고, 200조원대의 그룹을 지배하게 됐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등 정치권 등에서 사실상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편법 경영권 승계'라는 지적이 잇달았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권 승계 방식을 삼성 이외 다른 재벌 그룹들도 비슷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이번 판결로 삼성 뿐 아니라 비상장 회사를 통해 그룹 전체의 부를 빼돌려 경영권을 넘기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많은 국내 재벌들도 면죄부를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은 그동안 이와 논점이 유사한 사건에 대해선 배임을 엄격하게 물어왔다"면서 "특히 대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일부 사실 관계의 왜곡까지도 묵인한 것은, 결국 거대 경제권력 앞에서 사법부가 무릎을 꿇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거대 경제권력 앞에 사법부가 무릎을 꿇었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SDS의 BW를 제3자 배정과정에서 시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했다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고등법원에 "회사의 손해액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결문에 적었다.

 

이에 따라 고등법원은 다시 재판을 열어, SDS의 BW 발행과정에서 회사가 얼마나 손해를 입었는지를 적극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손해액의 결과에 따라 금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돼 유죄가 확정된다.

 

하지만, 지난 1심 판결 때와 마찬가지로 50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돼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 된다. 이럴 경우 면소 판결이 나오게 된다.

 

삼성그룹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겉으론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그룹 경영권 문제가 걸려 있는 에버랜드 사건이 무죄로 나온 것에 대해선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재판이 최종적으로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10여 년 동안 그룹 내외부에서 여러 가지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왔던 에버랜드 사건이 이번 판결로 마무리돼 다소 위안이 된다"면서 "이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이재용 삼성 체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경영권 승계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또 이미 올해 초 삼성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재용의 삼성'으로 가기 위한 준비단계도 거의 끝낸 놓은 상태다.

 

다만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법적인 논란이 마무리됐다고 하지만, 삼성 총수로서 이 전무가 경영 리더십이나 사회적, 도덕적 정당성을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시민사회단체가 일제히 법원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향후 '이재용의 삼성'에 더욱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재용 전무는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면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소통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과 삼성이 나아가야 할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길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전무와 삼성이 스스로 그와 같은 길을 찾지 못할 경우, 그동안 시민사회단체가 해왔던 것처럼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전근대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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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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