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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철 다른 이름은 '행복 실은 지하철'. 이름을 그렇게 지어서인지 지하철 타러 가는 길이 내게는 늘 즐겁다. 부산 지하철 역사에선 예술 문화 이벤트 행사도 많다. 부산 어느 지하철 역에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 중 2호선 장산역 출구(좌동사무소 방향)는 조경이 잘 되어 있다. 겨울철에는 그러나 잘 느끼지 못했다. 몇 주 째 장미가 만개해서 지나다니는 행인들과 지하철 승객에게 꽃송이를 선물 하는 듯 활짝 핀 줄장미 행렬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다.  
 

부산지하철 1호선은, 운영거리 32.5km, 남북을 종단하는 노선으로,1985년 7월 개통하였다. 내 기억으로 첫 개통하는 1호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밀양, 마산, 울산 등지에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왔다. 나도 그때 마침 부산에 있어 지하철을 탔다. 그때 감격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것은 지하철 공사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교통지옥을 겪었던 것이다. 부산은 길이 외길이고, 지하철 공사로 파헤쳐 놓은 채 너무 오래 지하철이 개통되길 기다렸기 때문이다. 이제 부산 지하철은 3호선까지 개통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 지하철역 벽에 걸린 시화나 액자 등에서 좋은 말을 발견하면 꼭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어와서 블로그에 보관해 두고 읽는다. 누군가 정성들여 그려 진열한 그림들도 구경하고, 출퇴근 시간에 쫓겨 미처 구경하지 못한 지하 상가도 구경한다.

 
오늘은 지하철 역 벽에 붙은 정호승 시인의 <무릎>이란 시를 읽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아니 정신이 맑았다. "낙타도 먼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무릎을 끓고 먼 길을 바라본다"는 구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이 한편의 시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을 타는 승객은 자가용이 없거나, 나처럼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타는 샐러리맨이 많지 않을까. 가난한 서민들의 발이 되는 지하철, 이름처럼 행복을 실은 지하철이 되려면 지하철 승객들을 위해 서비스 문화를 넓혀야 할 것이다. 빠르고 쾌적하다고 하지만 캄캄한 지하 속을 만원에 시달리면서 달리는 기분은 현실적으로 행복지하철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은 정말 아주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부산 시민의 발, 부산지하철은 아직 역사가 깊지 않다. 부산 지하철 공사 축구단 발족 등 큰 사업에 신경쓰기보다, 아직은 승객들의 안전과 그리고 자연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부산 지하철 캠페인 광고처럼 '행복 실은 지하철 운행'에 총력을 쓴다면, 그보다 더 큰 지하철의 사업도 부산 시민들의 성원으로 절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태그:#지하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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