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일 정동영 후보와 신건 후보가 전주시 경원 객사 앞마당에서 '무소속 연합' 공식 출범식을 갖고, 민주당 바로세우기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19일 정동영 후보와 신건 후보가 전주시 경원 객사 앞마당에서 '무소속 연합' 공식 출범식을 갖고, 민주당 바로세우기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 전민일보

관련사진보기


지난 19일 '무소속연합'을 선언한 정동영-신건 후보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일시적 연대가 아닌 근본적인 연합"을 선언한 두 사람은 20일 신 후보의 사무실 개소식에서도 만나 세를 과시했다. 신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아트빌딩 3층에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정 후보는 바쁜 선거 일정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 개소식에 참석했다.

정 후보가 연일 신 후보 주위를 맴돌며 '엄호'에 나서는 이유는 민주당 세력을 등에 업은 이광철 후보에 아직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 후보의 지지율은 비록 상승세이긴 하지만 이 후보에 상당히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안팎의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무소속연합을 선언한 정 후보에게 신 후보의 당선 여부는 자신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다. 만약 신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밀려 떨어진다면, 정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정치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무소속 출마→ 당선→ 복당→ 당권 장악'이라는 시나리오도 훨씬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정-신' 두 후보는 선거판을 뒤집을 만한 세력 모으기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신 후보가 후원회장을 맡았던 한광옥 예비후보의 조직과 이무영 전 국회의원 조직은 벌써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날엔 무소속 오홍근(전 국정홍보처장) 후보와 김광삼(변호사) 민주당 예비후보가 "신 후보를 돕겠다"며 지지선언을 했다. 신 후보 캠프는 "오 후보가 사퇴를 하고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텃밭인 전주 덕진에 탈당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가운데 4.29 재보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 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은 전주 모래내시장 상인들의 모습.
 민주당 텃밭인 전주 덕진에 탈당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가운데 4.29 재보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 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은 전주 모래내시장 상인들의 모습.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정동영 동정론→ 정치혐오' 미묘한 변화도... "전주가 볼모냐"

신 후보측은 선거사무소 개소식 이후 '정동영 바람'을 타고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추격해 막판에는 판세를 뒤집는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판이 계산처럼 간단하게 흘러갈 것 같지는 않다. 신 후보가 뒤늦게 선거판에 뛰어든 탓에 인지도는 아직 이 후보에 비해 한참 떨어지고 있다. 일흔을 바라보는 고령의 나이와 함께, 선거 직전 민주당을 탈당해 '구태 정치' 비판을 받는 것도 신 후보로선 부담이다.

정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동정을 보낸 전주 민심에도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덕진과 완산을 넘나들며 선거운동을 벌이는 정 후보가 "전주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무소속연합이 가시화된 지난 17일 풍남문 뒤 남문시장에서 만난 최일규(58)씨는 "당이 공천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다 뛰쳐나오면 누가 당에 남아서 충성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무소속연합에 대해서도 "자신의 지역구만 잘 돌보면 그만이지, 왜 옆 지역구까지 넘보는지 모르겠다"면서 "전주가 정 후보의 볼모냐"고 꼬집었다.

박병주(66)씨도 "신 변호사가 전주에 무슨 연고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이가 일흔에 가까운 것으로 아는데, 그 나이에 젊은 사람보다 더 일을 잘 할 수 있겠느냐"고도 비판했다.

같은 날 모래내시장에서 만난 박종기(55·정육점 운영)씨는 무소속연합에 "정치 혐오증을 느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씨는 "민주당이라고 해서 계속 찍어줬더니 지금껏 전주가 발전한 게 뭐냐"고 성토한 뒤 "정동영씨가 신건 변호사와 연대를 하든 안하든,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투표하러 갈 생각도 없지만, 진짜 서민정치를 해달라고 주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4.29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6일 전주 덕진에 출마한 김근식 민주당 후보가 지원유세에 나선 정세균 대표와 함께 정동영 무소속 후보 운동원들과 스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4.29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6일 전주 덕진에 출마한 김근식 민주당 후보가 지원유세에 나선 정세균 대표와 함께 정동영 무소속 후보 운동원들과 스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더 멀어진 민주당... 정세균 "DY 레드라인 건넜다"

그렇다고 무소속연대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북대 인근 경기장사거리에서 만난 김동철(45)씨는 "당이 잘못가고 있으면 뛰쳐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정 후보가 전주의 큰 인물이니만큼, 나중에 복당하면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민주당도 당선 가능성을 보고 공천해야 하는데, 지금 (김근식) 후보로는 전주 사람들 성에 안 찰 것 같다"며 "정 후보가 당선된다면 민주당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인 양아무개(51)씨도 "어차피 안 될 것 같으면 정 후보를 공천줬어야 옳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정 후보가 당선돼서 고향에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며 "신건씨도 국정원장을 지낸 경력이 민주당에 오히려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무소속연합 선언 이후 두 사람과 민주당과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다. 매일 인천 부평으로 출근하다시피하며 4.29 재보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세균 대표는 정 후보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20일 오전 최고위에서 "정 후보가 결코 건너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건넜다"며 "이는 소탐대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유정 대변인도 같은 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을 살리겠다던 정동영 후보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민주당 죽이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을 키워준 민주당에 대한 배신이자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4.29 재보선, #민주당, #정동영, #무소속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