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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 노근리 학살현장(좌)과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유사작품 논란으로 취소된 이창수 교수 작품(우)
 충북 영동 노근리 학살현장(좌)과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유사작품 논란으로 취소된 이창수 교수 작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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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작품 논란을 벌이고 있는 노근리 위령탑 조감도(좌)과 충북 청원군 충혼탑 조감도(우)
 유사작품 논란을 벌이고 있는 노근리 위령탑 조감도(좌)과 충북 청원군 충혼탑 조감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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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이 미군에게 희생된 노근리 양민 학살 현장에 설치 예정인 위령탑을 놓고 사업 시작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영동군은 황간면 노근리 역사공원에 위령탑을 설치(사업비 9억2700만 원)하기로 하고 작품 접수와 심사를 통해 지난달 20일 이창수 목원대 교수가 제안한 작품을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영동군은 지난 1일 재소집한 작품평가위원회를 통해 당선작이 지난 2007년 이 교수가 설치한 청원군 충혼탑과 유사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차순위작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변경 결정했다. 열흘 만에 노근리 역사공원 위령탑 조형물 당선 작품이 뒤바뀐 것.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저녁 무렵부터 26일 충북지역 언론에는 당선작이 2007년 이 교수가 설치한 청원군 충혼탑과 유사하다는 기사가 일제히 게재됐다. 영동군은 언론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26일 변리사에게 모작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고 재심사를 위해 작품평가위원회를 재소집한다고 공고했다.   

당선자 측은 영동군을 방문해 미술 분야와 관련 없는 변리사에게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과 이미 언론에 명단이 노출된 평가위원회에서 재심의를 하는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해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또 심의평가위원회에 출석해 "작품 일부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동일 작품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술협회 "유사성 보이는 것 당연... 한 면 아닌 5면 놓고 평가해야"

좌측에서 본 노근리 위령탑(좌)과 청원군 충혼탑(우) <실제크기 비교>
 좌측에서 본 노근리 위령탑(좌)과 청원군 충혼탑(우) <실제크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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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위원회 재심의를 통해 새로운 당선작으로 선정된 차순위작(왼쪽)과 다른 지역에 설치된 비숫한 모양의 다른 작가의 상징탑. 미술계 관계자들은 일부 외형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유사작품으로 단정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평가위원회 재심의를 통해 새로운 당선작으로 선정된 차순위작(왼쪽)과 다른 지역에 설치된 비숫한 모양의 다른 작가의 상징탑. 미술계 관계자들은 일부 외형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유사작품으로 단정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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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미술협회 공공미술대책위원장은 재심의가 진행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영동군에 보낸 회신문을 통해 "청원의 충혼탑과 형식적 유사성이 있지만 창작물은 한 개인의 산물로 (같은 작가의 작품에서) 유사성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형물은 그림과는 달리 한 면이 아닌 5면을 갖고 있어 고도의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한국미술협회도 지난 3일 "형식면에서 일부분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위작으로 단정한 것은 작가의 창의적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7명의 평가위원 중 전문가가 2명뿐으로 결국 비전문가에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모작 시비에 대한 판단을 맡겨 치명적 행정적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미술협회는 "당선 취소결정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재심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조각 분야 2명, 디자인 분야 2명, 조경, 건축, 유족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사)한국미술협회의 지역조직인 한국미술협회 충북지회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충북지회는 "당선작은 노근리 사건의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한 독창성이 결여된 작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청원의 충혼탑과 노근리 1차 당선작은 지독한 자기모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창수 교수는 "정면 이미지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후면, 좌측면, 우측면, 평면이 다른 입체적인 조형물을 모작으로 판단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평가위원들에게 정면 이미지 외에 참배로, 참배단, 인물상, 위패봉안실, 부조, 탑신, 추모의 상, 부조 등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고 했지만 답변한 위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충북 일원에서 진행된 조형물 공모 및 설치과정에서 당선작 발표 후 이의제기가 관행적으로 반복됐다"며 "법적 소송 제기 등 가능한 절차를 모두 밟아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동군 관계자는 "유사성 시비가 있어 공모지침에 따라 재심의를 위한 평가위원회를 소집했고 이를 통해 만장일치로 유사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유사하다고 모작? 지나친 비약이거나 의도적인 모함"
[인터뷰] 유사작품 논란 이창수 교수
이창수 목원대 교수
 이창수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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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의 과정을 설명해 달라
"지난달 20일 영동군으로부터 당선자 통보와 함께 계약 절차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는 전화연락을 받았다. 그 후 며칠 간 연락이 없다. 지난 달 25일 충북지역 각 언론에 당선작품이 내가 만든 청원군 충혼탑의 모작이라는 기사가 일제히 게재됐다. 영동군은 다음 날인 26일 변리사에게 모작 감정을 의뢰했고 재심사를 위한 작품평가위원회를 재소집했다. 결국 영동군은 지난 1일 작품평가위원회 심의결과 내 작품이 청원군 충혼탑과 유사하다고 결론내리고 차순위작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영동군의 재심의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우선 영동군이 내 작품을 청원군 충혼탑 연작으로 성급히 단정 짓고 나와는 아무런 상의 없이 재심의를 위한 평가위원회 소집을 속행한 점이다.   게다가 미술 분야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변리사에게 조형물의 모작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미 언론에 명단이 노출된 평가위원회에서 재심의를 한 것도 입찰절차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본다.

더구나 유사작품의 진위를 가리는 심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임에도 이미 명단이 공개된 평가위원들을 그대로 재소집했다. 또 여기에는 7명의 심사위원 중 조작 분야 전문가는 단 2명뿐이다. 재심의 전에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동군의 청원군 충혼탑과 유사작품이라는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가?
"그렇다. 한국미술협회 공공미술대책위원장은 영동군의 의뢰를 받고 '청원의 충혼탑과의 형식적 유사성이 있지만 이는 당연하다'며 '조형물은 그림과는 달리 한 면이 아닌 5면을 갖고 있어 고도의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한국미술협회도 '형식면에서 일부분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위작으로 단정한 것은 작가의 창의적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당선 취소결정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면 이미지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좌·우면과 후면, 위에서 본 구조가 모두 다른 입체적인 조형물을 모작으로 판단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실제 평가위원들에게 정면 이미지 외에 참배로, 참배단, 인물상, 위패봉안실, 부조, 탑신, 추모의 상, 부조 등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고 했지만 답변한 위원이 없었다."

-(사)한국미술협회의 지역조직인 한국미술협회 충북지회에서는 당선작이 청원 충혼탑과 비교할 때 '지독한 자기모방'이라고 혹평했지 않나?  
"충북지회에서 유사작으로 규정하는 것은 같은 작가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다만 이들도 기본 유형이 비슷하다고 유사작품으로 단정 지으면 우리나라 대부분 상징탑들이 유사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동일 작가가 동일한 작품세계를 가지고 제작한 작품을 놓고 일부 유사하다고 모작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거나 의도적인 모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노근리 위령탑과 청원군 충혼탑은 어떤 차이가 있나?
"노근리 상징탑은 '기억의 길과 쌍굴'을 조형화해 기본구도를 사각 형태로 했다, 여기에 피난민 인물상, 피난민 행렬을 표현한 부조, 지상에 조성된 위패봉안실, 1950년을 상징하는 5개의 원기둥으로 탑신을 형상화했고 쌍굴을 재현한 교감의 문을 배치해 사건 당시를 재현했다.

반면 청원군 충혼탑은 월남전 참전용사, 6.25참전용사, 광복군, 의병 등 시대별 군인들의 전투장면을 재현한 인물상, 고향마을을 상징하는 부조,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깃발과 지하 위패봉안실 등을 배치했다.

특정방향에서 보면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입체물의 평가기준인 오면(정면, 후면, 좌측면,우측면, 평면) 형태를 비교하고 위령탑 주제인 인물상, 부조, 위패봉안실, 탑신 등의 구성요소를 보면 노근리 위령탑과 청원군 충혼탑은 사로 다른 형식과 주제를 가진 작품이다."

-이후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영동군이 우선순위협상대상자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절차의 공정성 등이 명백히 침해되는 하자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추된 명예회복을 위해 법적 소송 제기 등 가능한 절차를 모두 밟을 예정이다."


태그:#노근리 ,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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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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