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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기 사무처장이 1인 나흘째 3일 아침. 매일 아침 17사단 사령부 앞에서 17사단의 부동의 입장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전개하던 날 17사단장을 태운 전용차가  그 옆을 지나고 있다.
 노현기 사무처장이 1인 나흘째 3일 아침. 매일 아침 17사단 사령부 앞에서 17사단의 부동의 입장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전개하던 날 17사단장을 태운 전용차가 그 옆을 지나고 있다.
ⓒ 인천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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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계양산에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의 운명이 이번 주 최대 고비를 맞는다. 계양산 롯데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육군17사단과 한강유역환경청의 최종 결정이 임박해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키를 쥐고 있는 17사단과 한강유역환경청이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면 롯데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변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인천의 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롯데 계양산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추진 인천시민위원회(이하 인천시민위원회)는 지난주부터 17사단 사령부 앞에서 출근길 1위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골프장 예정지 내 '도롱뇽 떼죽음' 일파만파

한강유역환경청은 최근 계양산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서 본안심의 결정을 미루고 오는 4월 7일 환경성 검토위원과 시민단체 대표 2인, 롯데건설 대표 2인과 더불어 3자 면담을 추진키로 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이 이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은 이 사안이 인천에서 경인운하와 더불어 이번 선거 최대 쟁점이자 중요한 환경의제인 만큼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007년 1단계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승인 당시 양호한 임상은 보호하고 군부대와 시내 쪽은 수림대를 설치할 것 등을 조건으로 계양산 골프장 건립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환경부는 2008년 1차 환경성 검토에서 전체 부지면적 가운데 이미 훼손된 지역(35만5406㎡) 이외 지역은 모두 원형보전용지로 확보할 것을 주문하는 조건부 동의를 내린 바 있다. 따라서 한강 유역환경청이 이번에도 조건부 동의나 부동의 의견을 내놓으면 롯데건설이 추진하는 18홀 골프장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가운데 골프장 예정지에서 사전환경성검토의 최대 쟁점사안인 도롱뇽이 집단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누군가에 의한 '인위적 훼손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인천시 지정 보호종인 도롱뇽이 떼죽음을 당하고 도롱뇽알과 그 서식지가 훼손된 것이 인천시민위원회와 시민생태조사단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된 날은 한강유역환경청이 사전환경성 검토를 위해 현장 답사를 실시한 3월 16일이었다.

이와 관련 노현기 인천시민위원회 사무처장은 의혹을 제기하며 "처음 발견 당시 도롱뇽과 알이 죽어있고 짓이겨져 있어 그저 아이들이 장난친 줄 알았는데 서식지(웅덩이) 주변에 중장비 흔적이 있었다"며 "사람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돌들이 이동됐고 웅덩이는 순식간에 도랑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도롱뇽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알 수 있는 지표 종으로 주로 1급수에 서식하는 양서류다. 옆새우 등 수서곤충과 지렁이를 먹고 사는데, 계양산에 도롱뇽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계양산 계곡과 산림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에 지난 2일 인천시 환경정책과 계양구, 인천시민위원회는 공동으로 롯데가 골프장 건설을 위해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한 예정부지에서 도롱뇽 떼죽음 관련,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일부 훼손이 되긴 했지만 골프장 예정부지의 작은 웅덩이에도 산개구리알과 도롱뇽 알이 발견됐으며, 다행히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곳에 도롱뇽은 살아 있었다.

인천시민위원회에 따르면, 현장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목상동 솔밭 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롯데 관리인이 찾아와 공무원과 계양구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짜고짜 인천시민위원회 측에 달려들어 도롱뇽 떼죽음 사진 등을 짓밟고 험한 욕설을 퍼부으며 몸싸움을 일으켰다. 이 와중에 인천시민위원회 회원이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현기 사무처장은 "현행법상 채취가 금지된 도롱뇽과 그 알을 훼손한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조사 의뢰는커녕 인천시는 되레 '도롱뇽 알을 가져가는 것을 현장에서 잡아야한다'고 한다. 인천시가 암묵적으로 골프장 추진을 용인하는 게 아니겠냐?"며 "계양산과 야생동식물을 보호 할 의무가 있는 인천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작전성과 시민여론 앞에 전전긍긍하는 17사단

한강유역환경청의 사전환경성 검토와 더불어 최대 변수는 17사단의 입장이다. 17사단 역시 지난해 훈련과 군부대 이동 등에 제약이 있고 부대 안에 사격장이 있어 안전상 문제가 생긴다며 부동의 입장을 표명했다.

17사단이 이번에도 부동의 입장을 밝힐 경우 목상동(67만4129㎡)쪽 부지 58만1491㎡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롯데가 이쪽에 추진하려던 골프장 7홀도 불가능해진다.

17사단은 현재 계양산 군사보호구역과 관련해 시민여론과 군의 원칙, 작전성 등을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사단 관계자는 "현재 결정된 것이 없다"며 "검토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말을 아꼈다.

롯데 계양산 골프장저지 및 시민자연공원조성을 위한 인천시민위원회는 매지난 달 31일부터 매일 아침 출근길 17사단 사령부 앞에서 부동의 입장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피켓에 적힌 '멋진 17사단장'님이 문구가 이채롭다.
▲ 계양산 롯데골프장 롯데 계양산 골프장저지 및 시민자연공원조성을 위한 인천시민위원회는 매지난 달 31일부터 매일 아침 출근길 17사단 사령부 앞에서 부동의 입장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피켓에 적힌 '멋진 17사단장'님이 문구가 이채롭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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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르면 폭발물 관련 시설, 방공기지, 사격장 및 훈련장은 해당 군사시설의 최외곽경계선으로부터 1킬로미터 범위 이내의 지역까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롯데의 골프장 예정지역은 17사단의 토우부대와 직사화기 등의 사격장이 들어서있어 군사기지와 사격장의 최외곽경계선으로부터 1킬로미터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법에 따르면 골프장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17사단 관계자는 "사단 작전회의에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줄로 안다"며 "군은 군의 원칙을 지켜가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각종 개발에 동의해준 국방부가 나중에 뒤통수를 맞은 일이 많아 17사단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테면 계양산의 경우도 조건부 동의를 해주고 나면 나중에 롯데가 과연 그 조건을 성실히 이행할지에 대해 17사단으로서는 타 지역의 전례에 비춰 그다지 신뢰를 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로 파악돼 17사단의 결정이 더욱 주목된다.

사격훈련장은 늘 군인과 민간인 모두 위험

17사단이 최고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안정성이다. 17사단 측에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이곳 사격훈련장은 토우부대의 사격장이 아닌 17사단의 직사화기(K2소총, 90MM무반동총 등) 사격훈련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위험문제 중 하나가 바로 피탄(탄환이 바위 등에 부딪혀 굴절되는 현상)이다. 이 피탄에 의해서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조준을 잘해도 엄청난 속도로 직선으로 날아가는 탄환이 갑자기 돌에 부딪혀 어디로 굴절될지 몰라 사격장에서는 늘 안전사고 위험이 따른다.

또한 90MM무반동총의 경우 후폭풍(탄피 내부에 들어 있는 장약이 점화되어 발생한 팽창된 가스가 탄두를 목표지역으로 비행시키기 위해 발생하는 힘)이 발생한다. 90MM무반동총의 후폭풍 위험 반경은 대략 15미터 내외다.

90MM무반동총은 고열의 후폭풍에 의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개방된 공간에서 쏴야 한다. 아울러 벽과 같이 후폭풍의 배출에 방해되는 요소에 가까이 있으면 더욱 위험하며 폭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17사단 역시 안정성을 맨 앞에 두고 검토하고 있다. 군인은 물론 등산객이 많은 계양산에 골프장이 있든 없든 민간인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단 1%의 위험 가능성이라도 발생 시 당시 검토를 맡은 군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도 17사단이 전전긍긍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롯데가 지하벙커와 방탄시설 설치로 국방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롯데의 발상은 이제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17사단이 진정한 국민의 육군으로서 시민의 안전과 계양산의 생명을 지켜주길 기대한다"고 덧 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계양산, #롯데 골프장, #17사단, #도롱뇽, #한경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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