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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현동의 한 고시원.
 서울의 한 고시원(기사 내용과는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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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찜질방·PC방·만화방·다방 등에서 불안정한 주거지에 사는 '준노숙인' 중에서 전문대졸 이상의 고학력자가 13.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이 높아도 일자리를 얻기 힘든 경제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준노숙인 중에서는 최근 1년 동안 시설을 이용하기 시작한 경우가 16.8%에 달하고, 20~30대 청년 준노숙인도 31.7%를 차지해 심각해진 빈곤상황을 드러냈다. 이들의 월소득은 1인가구 최저생계비(46만3천 원)에도 못 미치는 '40만 원 이하'가 65%였으며, '소득이 아예 없다'는 대답도 17.5%에 이르렀다.

이는 3월 31일 오후 3시 빈곤문제연구소가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발표한 '고시원·찜질방·PC방·만화방·다방 기초생활실태조사' 결과다. 빈곤문제연구소는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19일까지 서울(서울역·영등포역), 대전(대전역), 대구(대구역)의 주거불안정자 120명을 만나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했다.

0.7평 고시원 들어갈 '목돈' 없어서 다방 의자 새우잠

이번 조사에 따르면, 고시원은 0.7~1평 남짓한 방에 침대와 책상이 전부다. 복도는 2명이 다닐 수 있는 폭이고, 부엌에는 탁자·밥솥·냉장고 정도만 있다. 다용도실과 남녀공용 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온수공급은 아침저녁으로 2시간 정도다.

그나마 고시원은 다른 시설에 비해서는 쾌적한 환경이다. PC방·찜질방·만화방·다방은 이마저의 시설도 없어 의자 위에서 새우잠을 자야한다. 준노숙인이 많아지면서 샤워시설·세탁시설을 갖춘 업소들도 생겼다.

월 주거비는 고시원(15만~30만 원)과 PC방(15~27만 원), 찜질방(18~24만 원), 만화방(15~24만 원), 다방(15만 원)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고시원은 월세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다른 시설들은 매일 입장료 5천~8천 원을 지불해도 된다. 이 때문에 당장 '목돈'이 없는 준노숙인들은 이불도 펼 수 없고 불도 끌 수 없는 시설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 한 고시원 이용자는 "비록 합숙소였지만 고시원은 가장 위급한 순간에 유일하게 나를 받아준 '합법적 공간'이었다"면서 "고시원은 그 가격에 머무를 수 있는 가장 상식적 공간이었다, 다른 곳에서 이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고마운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준노숙인의 가족해체 상황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가족과 연락을 하지 않거나 부양하지 않는다는 사람(48.7%)이 절반에 가까웠다.

자녀가 찜질방에서 거주하는 경우(3%)나 부모가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경우(2.5%)도 있어 한 가족이 여러 불안정주거시설에 뿔뿔이 흩어진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동거자가 있는데 단둘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따로 살아야 하는 경우도 4.3%로 나타났다.

대다수 준노숙인들이 "지난 1년 동안 돈이 없어서 끼니를 거른 적이 있다(82.5%)"고 답해 빈곤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55.8%), 범죄 충동을 느꼈다(26.7%)는 준노숙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주로 일용근로(52%)를 통해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노점상, 재활용품 수집 등 영세자영업이 20.4%로 뒤를 이었다. 이들 중 17.5%는 이전에 공장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 공장 노동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공장 노동자의 전락을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준노숙인이 "취업기회만 주어진다면 능력보다 낮은 일 또는 무엇이든 하겠다(47.5%)"고 답했지만, 절대 다수(90.8%)는 "고정적 일자리가 없다"고 답했다. 일자리를 찾지 않는 준노숙인 중 74.2%는 "찾아봐도 일이 없다"고 답해 심각한 취업란을 보여줬다. 정부가 고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준노숙인은 7.7%에 불과했다.

또한 준노숙인들은 빈곤의 원인으로 '신용불량·부채·사업실패(37.4%)'나 '낮은 학력, 기술 부족(26.2%)' 등을 꼽았다. 또한 빈곤이 시작된 시기에 대해서도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실패하면서(29.2%)'가 가장 많아, 가난의 대물림보다 성인 이후 사회생활의 실패가 더 큰 노숙의 계기로 나타났다.

"그나마 저렴한 공공임대주택도 재개발로 사라졌다"

연구소 측은 이 같은 준노숙인 발생 원인을 주거정책 실패에서 찾았다. 신용대란 사태 등으로 단신가구용 주거지 수요가 증가됐는데도, 정부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는커녕 그나마 저렴했던 기존 주거지를 재개발 정책 등으로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공공임대주택 상담신청을 한 사람은 단 한 명(0.8%)에 불과했다. 약간의 목돈이라도 있어야 보증금을 부담할 수 있는 주택제도는 준노숙인들에게 '그림의 떡'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리모델링을 금지하면서 최저주거기준 이하 주택을 늘리는 등 특단의 주거복지정책을 도입하지 않는 한 불안정주거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소의 전망이다.

또한 연구소는 "정부는 주민등록이 말소됐고 행정적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장소에서 산다는 이유로 준노숙인을 국민으로 보지 않고 있다"면서 "주민등록제도와 채무불이행자 지원제도를 개선해서 준노숙인들이 사회에서 패자부활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태그:#준노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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