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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서울에 올라와서 산 지도 4년째가 되었네요.

마음은 아직도 새내기 같은데 벌써 그렇게나 시간이 흘렀어요.

새내기 때, 운 좋게 기숙사에 합격했을 때, 부모님은 기뻐하셨어요.

위험하지도 않고, 비용도 저렴하지 않냐면서요.

저도 한 학기에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이었지만, 이 정도면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죠.

 

기숙사 수용률 9%

 

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서, 주변에 자취·하숙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저처럼 운 좋게 기숙사에 들어간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우리 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9%. 그나마도 남학생동은 두 개인 데 비해 여학생 동은 하나뿐이라 여학생들 사이의 기숙사 입사 경쟁은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성적 순으로 뽑는다는데, 91% 중 나머지 지방 학생은 어디서 살아야 할까요.

 

그나마도 제가 기숙사에 들어갈 때는(3년 전) 비용이 3인 1실 기준으로 1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20만원이 넘어간다고 합니다. 매년 조금씩 오르니, 곧 있으면 하숙이나 원룸의 월세를 따라잡을 판이네요.

 

기숙사에 합격하지 못한 친구들 중에 남자인 경우엔 보통 자취를 하고, 여자인 친구들은 하숙을 선호해요. 흔히 밥을 주냐 안 주냐에 따라 자취와 하숙을 구분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도 저희가 사는 방의 형태는 천차만별이에요.

 

고시원 고시원의 복도가 좁고, 삭막해 보인다.

 

고시원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 A는 침대를 의자로 쓰더군요. 옷장이 없어 옷가지가 방을 빙 에워싸고 있고, 화장실 같이 생긴 곳이 샤워실이라고 하는데, 착잡하더라구요. 돈 때문에 창문 없는 방에 산 친구 B도 있어요. 근데, 그건 진짜 사람 살 곳이 못 된대요. 집이 아니라, 거의 감옥이래요. 감옥.

 

왜 그런데 사냐고요? 돈이 없으니까요.

 

A가 살던 곳은 월 23만원, B가 살던 방은 월 17만원이었어요. 친구가 살던 원룸은 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창문이 옆 건물과 거의 맞닿아 있어 오후 한시에도 캄캄했어요.

덕분에 수업도 잊고 오후까지 숙면을 취한 적도 있죠. 숙면에는 최곱니다. 숙면에만.

 

반지하방에 살아보셨어요? 안 살아보셨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장마 때는 물로 홍수가 나고, 여름에는 푹푹 찌고 겨울에는 더 춥습니다. 그 방에 살다보니 기관지가 안 좋아지는 것이 영 오래 살 데가 못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범죄의 온상이기도 하죠. 쉽게 침입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싸도 이젠 반지하방에선 살지 않으려고요.

 

원룸에서 살고 싶지만 몇 천만원이나 되는 보증금, 그리고 평균 40만원대인 월세를 낼 돈이 없어서 보증금이 없는 하숙집에서 살기로 했어요. 하숙집 어땠냐구요? 말도 마세요. 화장실 하나를 8명이서 써 보세요. 화장실 기다리다 수업 못 갑니다. 그마저도 혼자 방을 쓰려면 최소 40만원은 내야 된다고 하기에, 친구랑 같이 33만원씩 내고 살았습니다. 불편하죠.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 있을 수 없고, 사소한 일로 트러블 생기기도 십상이구요.

 

고시원 고시원에서 살아가야 할 규칙

 

내 생활 돌리도~

 

듣기로는 신축 기숙사를 짓긴 하는데 민간 자본을 투입해서 BTO 방식으로 짓는다나. 잘은 모르겠지만 기업이 운영하는 기숙사인만큼 지금보다 비싸면 비쌌지 싸진 않을 것 같네요. 저요, 그 돈 낼 수 있으면 원룸으로 이사 갑니다. 비록 8평도 안 되는 방이라도 이젠 좀 혼자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네요.

 

지금 살고 있는 하숙집은 좀 신경 써서 골랐어요. 아직도 친구랑 둘이 살고 있긴 하지만, 기숙사를 나온 이후로 한 학기마다 이사하다 보니 이젠 그냥 제가 방에 맞춰서 살고 싶어요. 하숙집 아주머니 말을 들어보니 하숙도 원룸형 하숙으로 바꾸는 게 대세래요. 보증금도 있고, 한 달에 50만원씩 받는. 제가 사는 곳이 그렇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될 것 같아요.

 

09학번 새내기들은 저희 하숙집, 방이 없어서 못 들어오더라고요. 이 아주머니도 내년까지만 하숙집을 하신다니, 이젠 어디 가서 살아야 하나 막막하기만 합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것도 서러운데 맘 놓고 살 곳 하나 없는 신세네요.

 

이놈의 뉴타운인지 재개발인지는 왜 멀쩡한 우리 동네에 와서 판을 칠까요?

신축건물 짓고 뭘 세우건 간에 그럼 거기 살고 있는 학생들은 대체 어디 가서 살란 겁니까?

어차피 거기다 원룸을 짓지는 않을 것 아니에요.

 

'자취·하숙촌 대란'이 일어나면 결국 또 방값이 오르겠네요. 과외 해봐야 고작 30만원 남짓 받는데... 과외로는 택도 없어요. 등록금 대기에도 바쁜 걸요.

 

졸업하고 취업하면 좀 나아질까요?

글쎄요. 서울에서는 30년은 저축해야 집 한 채 살 수 있다던데...

일단 취업이 돼야 할 것이고, 그나마도 대졸 초임이 깎인다니 한 40년은 기다려야 하나요?

 

대한민국 서울에서 집에 산다는 건 저에게는 달팽이가 바다로 가는 것만큼이나 요원한 일일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3기 인턴 "살고싶다" 팀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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