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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 노래 가사 중 일부다. 현재 대학생들, 20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현재 20대들은 취업대란, 고등록금에 허덕이는데다 '살 곳'마저 없어지고 있다.

늘상 3월 신학기 대학가에서는 방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다. 대학을 진학하는 새내기들이 몰리고, 대학 주변 자취촌에서는 지방출신 신입생, 기숙사에서 나온 재학은 물론 취직을 하지 못한 졸업생 등이 모두 저렴한 방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매해 3월이면 벌어지는 풍경이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다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방을 구하려 애쓰지만, 계속해서 오르는 서울의 주거비 때문에 적당한 방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림동 대학가  신림동 대학가 주변에 많은 고시원들이 밀집되어 있다
▲ 신림동 대학가 신림동 대학가 주변에 많은 고시원들이 밀집되어 있다
ⓒ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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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등록금, 기숙사비, 월세... 대학생들은 어디로?

보통 대학생활에 처음 발을 내딛는 신입생의 경우 기숙사 입사를 주로 희망한다. 하지만 이 또한 쉽게 들어갈 수가 없다. 대학들의 기숙사 시설이 미비해 다른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2월 전국 4년제 대학 기준으로 기숙사 수용률이 30%미만인 학교는 80%에 다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알리미 참조)

또한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민자 기숙사들은 주변의 하숙보다도 더 높은 비용을 내야 할 정도로 비싸 경제 사정이 빠듯한 학생의 경우 좋은 주거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입사가 시작된 서강대, 건국대 등의 민자 기숙사들은 결과적으로 지방학생이 아닌 경제력 있는 수도권 지역의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거나, 신청자가 적어 입사율을 겨우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민자 기숙사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교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 대학들의 기숙사 비용은 더욱 비싸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가 원룸임대 시세 대학가 원룸도 굉장히 비싸지고 있는 추세다
▲ 대학가 원룸임대 시세 대학가 원룸도 굉장히 비싸지고 있는 추세다
ⓒ 네이버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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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재학생은 결국 주로 하숙, 자취 등의 주거 형태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서울의 높은 집값으로 인해 이들의 주거비는 만만치 않은 가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원룸'은 한 사람이 살 정도의 크기에 세면, 취사, 세탁 등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시설들을 구비해 놓은 1인가구 주거형태로서 젊은 세대들에게 하숙과 같은 주거형태보다 더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세가 저렴하다고 하는 대학가에서조차 이 원룸들은 천만원 단위의 보증금과 40만원 이상의 월세를 자랑한다.

부모님이 이러한 보증금이나 월세를 감당할 경제적 여력이 되는 대학생의 경우에만 원룸에 거주할 수 있지,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는 이보다 저렴한 기존의 자취방들이나 하숙집 그리고 더 어려운 경우 쪽방과 고시원을 향할 수밖에 없다.

중앙대 앞 중앙대 흑석동 근처에 방을 내놓은 전단지들이 붙여져 있다.
▲ 중앙대 앞 중앙대 흑석동 근처에 방을 내놓은 전단지들이 붙여져 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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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의 한 대학을 다니고 있는 A군은 입학 후 계속해서 이사를 다니며 원룸을 제외한 다양한 형태의 방에 거주해왔다고 한다. 그가 살았던 곳은 기숙사, 잠만 자는 방, 옥탑방, 지하방, 고시원 등이었는데 비용은 가장 저렴한 고시원의 경우 15만원에서부터 30만원 정도까지였다. 한 사람이 누우면 꽉차는 방은 창문이 없어 햇빛을 볼 수 없었고, 비가 오면 물이 새거나 여름엔 찜통처럼 더웠다고 한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생활을 해나가야 했던 경제사정상 더 쾌적하고 살기 좋은 원룸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취업난과 경제위기 속에서 점점 더 많은 20대들은 이와 다르지 않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뉴타운은 20대가 살 수 없는 곳?

특히 최근에는 졸업 후 취직을 하지 못한 학생이나 혹은 취업준비를 위해 졸업을 유예한 학생들까지 대학촌에 머물게 되면서 저렴한 방들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전체 가구 중 22.4%가 1인가구이고 이중 43%에 해당하는 절반 정도가 25세에서 34세에 해당하는 젊은 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시기가 늦어지면서 대학생과 대학 졸업 후 취직한 젊은이들이 혼자 사는 가구 형태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서는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도심 광역 개발이 진행되면서 경제력이 취약한 이들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세대들이 살 곳이 확충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다.

[표] 뉴타운 지역 내 대학 기숙사 수용률 현황 많은 대학에서 기숙사 수용률은 미비한 실정이다.
▲ [표] 뉴타운 지역 내 대학 기숙사 수용률 현황 많은 대학에서 기숙사 수용률은 미비한 실정이다.
ⓒ 서울시 정보공개청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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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지역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뉴타운 사업은 서울시 전 지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고 대학가를 포함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 존재한다. △길음·미아(성신여대, 국민대, 서경대) △이문·휘경(경희대, 한국외대) △왕십리(한양대) △전농·답십리(서울시립대) △아현(이화여대, 추계예대) △흑석(중앙대) 가 그곳이다.

이들 대학가의 경우 주변지역보다 저렴한 집세로 생활할 수 있는 이점이 많아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세대의 거주비율이 높다. 그런데 갑자기 이곳의 방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들은 학교에서 더 멀고 또 더 비싼 곳으로 이사를 가야만 하는 것이다. 용산 철거민 참사 때도 드러났듯이 현재의 재개발 방식 하에서는 세입자들이 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20대들은 대부분이 세입자 신분으로서 하루아침에 퇴거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흑석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방에서 쫓겨나는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중앙대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보도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가 2008년 12월 '뉴타운 주변 대학가 하숙촌 대책'을 마련해 이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개발지역 중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촉진구역'을 제외한 '존치구역'을 활용해 학생복지주택을 공급하도록 지원하고 이를 위해 관련법규 개정을 건의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지난 12월 뉴타운 지역 대학관계자들과의 회의를 가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의미 있게 추진되고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놓을지는 미지수이다. 뉴타운 지역 내에 저소득층 1인가구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2007년부터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계획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세부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 않고 있다.

개발 이후 들어서는 주택의 형태는 여전히 기존의 1인 가구 수요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으로 계획되어 있다. 때문에 설사 약간의 학생주택 공급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결국 거의 영구적으로 대학촌으로부터 쫓겨나게 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대표적 대학가인 흑석뉴타운의 기존 1인 가구는 5832세대로 전체 가구 수의 44%이지만 사업 완료 후 그 지역에 공급될 40㎡이하 소형가구는 6.6%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 자본의 방식으로 추진되는 대부분의 다른 뉴타운 사업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결국 경제위기와 청년실업, 그리고 도시 개발 사업이란 다중고로 인해 젊은 세대들은 줄어드는 수입과 오르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점점 더 열악한 방들로 내몰리고 있다. 대학생 새내기 때부터 시작되어 20-30대까지 이어지는 이러한 사회적 환경은 부동산 개발에 대한 투기를 억제하고 주거권, 주거복지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정책이 시행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실제로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보면 젊은 세대를 포함한 저소득층의 최저주거기준 보장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법체계를 갖추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영주택을 건설하여 임대료는 소득에 따라 차등 책정하여 부담을 덜고 있고, 영국은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생활을 하는 경우 주거 보조금을 지급한다.

다른 많은 선진국들도 전반적으로 공급자 보조에서 소비자 보조방식으로 나아가며 주택시장 활성화와 주거복지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추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2005년 보고서 참조)

"7㎡는 주차 공간으로는 적절한 크기입니다. 그러나 수 천명의 사람들은 고작 주차공간만한 크기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프랑스의 캠페인 문구처럼 우리 사회도 더 이상 젊은 세대에게 달팽이 집 같은 방을 강요하지 말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3기 인턴 "살고싶다" 팀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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