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황연정 상담사
 황연정 상담사
ⓒ 박창우

관련사진보기


상담사의 조건...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머리

“상담사에게는 어떤 이야기든 잘 들어줄 수 있는 ‘귀’와 따뜻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입’ 그리고 색안경을 끼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꽉 안아줄 수 있는 ‘손’이 필요합니다. 내담자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상담자만의 직관력도 빼놓을 수 없죠.”

전주시 경원동에 위치한 전북정보산업지원센터 내 정보문화센터에서 인터넷 중독과 관련된 상담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황연정(30) 전문상담사는 상담사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머리’를 꼽았다. 관련 분야 전공과 자격증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보듬어줄 줄 아는 가슴 따뜻함과 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차가운 이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상담과 관련된 분야를 전공, 학생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상담사가 됐다. 한때 자신도 엇나갔던 경험이 있었기에 누구보다 아픔을 간직한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가출 청소년 쉼터에서 상담을 받았던 학생들의 경우에는 성인이 된 지금에도 연락을 해오며,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와 더불어 크고 작은 고민거리 등을 상담해온다고 한다.

게임 상담, 남자 중학생이 가장 많아

가출청소년 상담과 전북도교육청 'edu-doctor 클리닉센터'에서 전문 상담사로 상담활동을 벌여 온 황연정씨는 지난해 12월 이곳 정보문화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정보문화센터는 전북 도내 인터넷 중독자의 상담과 치료, 나아가 인터넷 중독을 막기 위한 홍보 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황연정 상담사는 인터넷과 게임 중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을 상담하고, 중독 징후가 발견됐을 경우에는 미술치료와 심리검사 등을 동원해 이들이 인터넷 없이도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직 정보문화센터에서 일을 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루 평균 7건의 상담의뢰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주로 학생들의 부모가 먼저 전화 상담을 해오고, 그 다음 학생과 함께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연정 상담사
 황연정 상담사
ⓒ 박창우

관련사진보기

황연정 상담사에 따르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상담을 요청하는 연령대는 중학생이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도 더러 있고, 성인은 드물다고 한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물론 그들의 부모에 의해 상담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별로 따지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남학생의 경우에는 음란물이나 게임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여학생은 채팅이나 쇼핑 중독과 관련해 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독’ 증세를 보일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고, 상담을 받는 학생들은 대게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방 차원에서 치료는 필요하지만 위험한 상태는 아닌 경우죠.”

인터넷 중독은 자가 진단을 통해 고위험 사용자군과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 일반 사용자군으로 분류된다.

고위험 사용자군은 인터넷 사용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보이면서 내성 및 금단 현상이 나타는 단계로, 이 단계의 청소년들은 대부분의 대인 관계가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며 해킹 등 비도덕적인 행위와 막연한 기대도 크다.

반면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은 고위험 사용자에 비해 보다 경미한 수준이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보이며 심리적으로 불안정감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학생 자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인터넷 중독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인터넷 중독 치료, 무어보다 ‘자각’이 중요

“인터넷 중독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따라 인터넷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그것인데, 부모가 자녀에 대해 무관심하고 간섭하지 않을 때 인터넷에 집중하는 것이 환경적 요인이며, 채팅과 게임 등을 통한 온라인 대인관계 형성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경우가 심리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연정 상담사는 인터넷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학생들의 경우 내성적인 성격이 많고, 내면에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특히 오프라인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온라인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가상공간에서 대인관계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고.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스스로 인터넷에 몰입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연정 상담사는 올바른 인터넷 사용 능력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미술치료와 지능검사, 심리검사 등을 접목해 치료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힘들어도 지쳐도 상담 활동 계속할 터"

올해로 8년차, 항상 보람을 느끼며 상담활동을 벌여 온 그녀지만 그녀 역시 힘든 때가 있다. 자신의 소신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이 생길 때면 그녀는 딜레마에 빠지고 자신이 소진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럴 때면 그녀 역시 상담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

“제가 상담사지만 저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상담을 받고 이를 극복합니다. 혹은 상담사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교육을 받을 때, 한번 교육을 받고 오면 더 나은 상담 활동을 펼쳐야 겠다는 힘이 생기고 동기부여가 돼요.”

잘못된 길로 접어든 청소년들을 바라보며 손가락질하기 전에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그들을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세상은 조금 따뜻해지지 않을까. 청소년들에게 자아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시작한 상담사. 오늘도 이유 없이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황연정 상담사는 마음이 아프지만 또 그만큼 희망을 느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상담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