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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국에서 이사하기"의 속편으로, 전편을 읽지 않으셨다면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기자의 말

 

하숙만 빼고 다 겪어본 나

 

이번 편은 나의 한국에서 집찾아 삼만리 2장으로, '원룸' 편이라 칭하려 한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살 수 있는 집 형태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한국 친구의 집에서 그 집 식구들과 같이 살기. 둘째, 다니는 대학교 기숙사에 살기. 셋째, 하숙집(생판 모르는 가족과 같이 사는 것과 같음)에 살기. 그리고 넷째, 자신만의 방을 구하기.

 

나는 하숙집만 빼면 나머지 모든 형태를 거쳐보았는데, 하숙집이 빠진 단순한 이유는 하숙집 아주머니가 내 사생활에 쏟아부을 잉여의 '관심' 혹은 다시 말해 감독받는다는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다. 혼자 사는 건 너무 위험하고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애들(특히 딸들)에게 자주 권하는 곳이 하숙집이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연세 기숙사에서 살면서 방 친구와 수없이 자주 '잊지못할 충돌'을 하고 나서, 나는 혼자 방을 얻어 살고 싶어졌다. 하지만 일전 글에서와 같이 나는 갑자기 기숙사에서 '강제이주'되어 어두워질 때까지 대여섯시간 안에 이사들어갈 곳을 찾아야 했으므로 방 찾기는 쉽지가 않았다.

 

친구 하나를 붙들고 대학교 가까이(선호하는 곳 중 하나)에 방이 많은 곳으로 가서 '임대'(렌트) 표시가 있는 집 주인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다. 당연히 이미 손에 짐을 다 든 채로 방을 보러 가는 것은 가격 흥정에서 내게 별로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처음 내 친구가 "연세 동쪽 문에 있는 원룸으로 이사가는 건 어때?" 라고 물었을 때, 내가 곧바로 떠올린 것은 "원룸"이라는 말이 얼마나 음울한가 하는 것이었다. 감옥 영화들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차가운 독방에, 한쪽 구석에는 숨을 곳도 없는  금속 변기 하나….

 

다행히도 그 다음 알게 된 사실은 원룸이 사실 진짜 원룸이 아니라는 것. 내가 처음 이사를간 곳에는 작은 주방과, 샤워기가 딸린 욕실, 거실겸 침실이 모두 문으로 나뉘어서, 사실은 "쓰리 룸"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어쨌든 그 외에도 원룸에 관해 좀 더 놀랄 만한 사실들이 있었다.

 

한국의 임대집은 아주 독특하다!

 

1) 독창적인 임대 체계

 

 한국은 집세에 있어 아주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보증금과 월세를 내든지, 아니면 단지 아주 아주 비싼 보증금을 내고 월세를 전혀 내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선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서양 국가들은 주로 첫 번째 시스템을 이용하지만, 하나 커다란 차이점이 있으니 한국 보증금은 아주 비싸다는 것!

 

서양에서 보증금은 대개 두 달치 월세(세입자가 집의 무언가를 손상했을 때를 대비한 보증금으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금 내 방의 보증금도 아주 비싸서 옷장, 화장실, 케케묵은 구식 부엌을 제외하면 말 그대로 텅 빈 이 방을 어떻게 얼마나 손상해야 그 금액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덧붙여) 관리비: 보증금과 월세 뒤엔 사실 더 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 월세의 10퍼센트 정도에 해당할 듯한 '관리비'를 다달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매달 내야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것이 월세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나 더 낮은 가격을 선전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관리비로 얻게 되는 것도 나에겐 확실치가 않지만, 세입자들이 뭐 하나 하고 정탐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겨울에 난방시설이 고장나 전화를 하면 피하고, 얼어서 막히지 않도록 매시간마다 변기 물을 내리게 만드는 건물 '관리인'과 연관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 '별로 도움이 안되는' 광고

 

온라인에서 방을 찾다보면 집주인마다 아주 좋은 조건의 방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좋은 방, 좋은 위치, 그리고 아주 좋은 가격까지! 하지만 잔뜩 기대를 하고 전화를 하면, 그 방들은 항상 나가있다. "하지만 비슷한 다른 방이 있어요, 가격은 좀 차이가 나지만."

 

3) 실내온도의 경이로움

 

대체 어떻게 여름엔 실내가 실외보다 덥고 겨울엔 더 추울 수가 있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4) 욕실은 난방 제외?

 

그렇다, 욕실(샤워실)엔 거의 난방이 없다. 항상 벌거벗고 젖어있는 장소에, 겨울에 필수인 난방이 없다!

 

5) 화장실 쓰레기통

 

화장실에 특별한 쓰레기통이 있는데 거기에 쓰고난 휴지를 넣게되어 있는 거란 것을 알면 놀랄 것이다! 한국 변기만 유독 휴지(특별히 물에 용해되도록 제작된)를 넣고 물 내리면 막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6) 특별한 쓰레기 봉투

 

돈 내고 사야하는 이 특별한 하얀 봉투의 개념은 외국인으로서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 결과 동네 슈퍼마켓에서 받은 검은 봉지에 쓰레기를 채워넣고, 내려가서 건물 앞에 놓으려고 하면… 그러면 관리인에게 잡힐 것이다!

 

"제대로 된 봉투를 사야지!"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보통 "혼란"과 "적응" 기간 동안 처리해야 할 검은 봉투는 늘어만 갈 것이다. 이 때가 바로 "불법 심야 쓰레기 미션"을 시작할 때다.

 

밤이 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밤의 장막 아래에서 건물 밑으로 몰래 내려가 잡히는 일 없이 쓰레기를 처분한다. 갱스터 영화에서 어떻게 시신을 처리하는지 보면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 아드레날린 꽤나 분비되는 일이다.

 

어쨌든 저는 그 뒤로 쭉 원룸에 살고 있으며, 쓰레기에 관해서는 이미 적응기간이 끝나고 봉투의 개념을 이해했다는 말씀과 함께 '원룸' 편은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셨기를 바라며 차후에 이 주제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네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하였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중이다. 

홈페이지는 www.stelence.co.kr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


태그:#이사, #원룸, #외국인, #쓰레기봉투, #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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