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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과 2월 시상식을 앞두고 있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 받고 있는 영화가 한 편 있다. 골든글로브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 작품이자 아카데미 역시 주목하고 있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다. 이 작품은 아직도 여전히 최고의 톱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브래드 피트와 <반지의 제왕> <엘리자베스>를 통해 한국관객들에게도 친근한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맡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2008년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톱10 영화로 선정되고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이미 뛰어난 작품성을 공인받았다. 이렇게 전미비평가협회에서 이 영화에 주목한 것은 단지 주연배우들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이제 북미에서 거장 감독의 반열에 올라선 데이빗 핀처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유명 CF감독으로 시작해 46세의 젊은 나이에도 북미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 되었다.

그가 처음 연출했던 <에이리언3>(1992년)는 엄청난 혹평을 들으며 북미에서 50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제작비를 겨우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북미에서 흥행 참패뿐만 아니라 이전에 나왔던 <에이리언>시리즈와 비교당하며 그에게 큰 상처를 남긴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3년 동안 철지부심하면서 준비한 <세븐>(1995년)을 통해 완벽하게 이전의 실패를 만회한다. 이 작품은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기네스 팰트로우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데이빗 핀처 감독의 독특한 색채가 잘 살아 있는 작품이었다. <세븐>(1995년)은 지금도 가장 뛰어난 범죄스릴러 영화중 최상위에 위치할 만큼 평론가와 관객들에게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븐>(1995년) 성공 이후 그는 <더 게임>(1997년), <파이트 클럽>(1999년), <패닉 룸>(2002년), <조디악>(2007년) 등을 연출하며 재능을 인정받는다. <에이리언3>(1992년)를 제외하면 그가 연출했던 작품들 모두 영화 흥행과 상관없이, 영화 내적인 면에서 대부분 북미영화평론가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 뛰어난 작품들이었다. 여담으로 그는 최근 북미에서 10대 로맨스 영화중 최초로 1억 달러 흥행에 성공한 <트와일라잇>의 여감독 캐서린 하드윅이 연출한 영화 <독타운의 제왕들>을 기획하기도 하였다.

<패닉 룸>(2002년) 이후 5년의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2007년 <조디악>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하면서 영화평론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특히 <패닉 룸>(2002년), <조디악>(2007년) 등이 영화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일각에서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올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통해 이제 그만의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는 거장 감독 반열에 올라섰음을 완벽하게 공인받았다.

그렇다면 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북미 영화평론가들에게 이렇게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그것은 이 작품이 이전 데이빗 핀처 감독 영화와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이전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범죄스릴러물이 주를 이루었다. 그는 CF 연출을 통해 익혔던 뛰어난 편집감각과 스타일리시한 영상, 그리고 속도감 있는 영화 전개를 통해 영화평론가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에게 있어 범죄스릴러 장르는 그가 결코 다른 작품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윈죄 같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역시 기본 정보를 습득하지 않는다면, 데이빗 핀처 감독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들 대부분 범죄스릴러물이라고 지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범죄스릴러물이 아닌 판타지 멜로 영화다. 그가 이전에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이자 자기파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위대한 개츠비'를 집필한 F.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을 영화에 맞게 각색하여 선보인 작품이다.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은 80세의 외형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는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젊어지는 인물이다. 보통 사람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보통 사람과 다른 그이지만 그 역시 사랑을 하게 된다. 바로 사랑스러운 소녀 데이지(케이트 블란쳇)가 나타나면서이다. 그는 데이지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데이지는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이가 들어가지만 벤자민 버튼은 점점 젊어져 가기 때문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북미 영화평론가들의 시선과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데이빗 핀처 감독이 새로운 영역으로 자신의 연출력을 확대시켰다는 점이다. 결국 그가 시도했던 자기파괴는 성공적이었다.

이 작품은 판타지 멜로 영화가 가지고 있어야할 모든 신비로운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매혹적인 작품이란 평가를 받으며 북미 각종 시상식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연배우 브래드 피트는 이 작품을 통해 세 번째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을 노리고 있으며, 데이빗 핀처 감독은 사상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 작품은 영화평론가들에게 분명 또 다른 기쁨 하나를 주었다. 앞으로 데이빗 핀처 감독이 어떤 장르로 자신의 잠재력을 계속 확장해나갈 것인지 새로 나올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 거장 감독들이 50~60세가 넘어가면서 더욱더 원숙한 작품들을 만들어낸 것을 감안하면 이제 46세밖에 되지 않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미래는 더욱 더 밝아 보인다. 일각에선 실제 그가 연출한 작품 중 걸작은 이제부터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과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을지 수상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북미에서 흥행수입 역시 12일 현재 1억달러 가까이 기록하면서, 2시가 47분이란 긴 상영시간에도 순조로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2009년 2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 원문은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의 편집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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