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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가 2008년 12월 29일 오후 1시 22분경 미디어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
 미네르바가 2008년 12월 29일 오후 1시 22분경 미디어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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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라는 아이디로 알려진 인터넷 논객 박아무개씨가 체포된 사건으로 인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박씨가 지난달 29일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린 지 9일 만에 검찰은 그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다음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이 회사가 박씨의 IP주소를 검찰에 넘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사이트 운영업체가 이용자 정보를 내줄 수밖에 없는 현행법이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혐의 있다" 자의적 판단으로 개인정보 요구

검찰이 인터넷을 통해 허위 경제 위기설을 퍼뜨린 혐의로 체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한 시민이 검찰 로고 옆을 지나가고 있다.
 검찰이 인터넷을 통해 허위 경제 위기설을 퍼뜨린 혐의로 체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한 시민이 검찰 로고 옆을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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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미네르바의 글이 게재된 직후 다음으로부터 미네르바의 회원 정보와 IP(숫자로 된 인터넷주소) 등을 넘겨받은 뒤 2일 박씨의 존재를 확인했고 7일 오후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검찰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없이 다음 개인정보 취급자에게 박씨의 개인 정보 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이 없어도 되는 것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54조) 규정 때문이다.

이 법에는 법원과 검찰·국세청·국정원 등이 범죄 수사나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해 특정사이트 이용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을 요구할 경우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에 응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사업자가 응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은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수사기관은 보통 서버를 압수해 버리기 때문에 사업자는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누리꾼의 정보를 요구할 경우 사업자는 그냥 내주게 된다.

결국  "범죄 혐의가 있다"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손쉽게 누리꾼의 신상 정보를 사이트 운영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된다.

다음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 업체의 정보 취급자는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회사 경영진이나 해당 회원에게 알릴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음 내부에서는 "석종훈 사장도 정보 취급자로부터 미네르바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는 공식 보고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재정부 수사 의뢰 없이 검찰이 임의수사... '월권' 논란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수호 촛불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국민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미네르바의 석방과 인터넷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수호 촛불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국민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미네르바의 석방과 인터넷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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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로부터 공격 받은 기획재정부가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음에도 검찰이 임의로 수사에 나선 것도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기관의 임의 수사를 가능케 하는 '사이버모욕죄'가 만들어지지 않았음에도 검찰이 이 제도의 미래를 먼저 보여준 셈이다.

다음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의 경우 검찰이 수사 목적으로 취재원의 정보를 요구할 때 취재원을 지키기 위해 저항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 사업자는 수사기관의 요구대로 이용자 정보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고라나 블로거뉴스처럼 이용자가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고, 글에 대한 책임은 이용자가 져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도로공사가 길을 뚫어 놓았는데, 도로에서 차 사고가 나면 운전자와 보험회사가 해결하지 않나? 그런 걸 도로공사가 책임지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 관계자는 "누리꾼들이 실망할 수 있고, 우리도 지금과 같은 제약을 받고 싶지 않지만 어떻게 법을 어기고 사업을 할 수 있겠냐"며 "언론사와 같은 잣대로 개인정보 보호의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난색을 표했다.

김영홍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개인 정보를 요구하면 정보통신사업자가 이를 거부하기 힘든 구조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표현의 자유와 법 집행이 충돌하지 않도록 법원 영장이 있어야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그:#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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