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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남대학교가 학제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기초학문 붕괴와 교권 침해 및 대학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학내 구성원의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학과 정원 탄력 운영제'로 매년 입학 경쟁률과 취업률, 교수 연구 실적 등을 기준으로 하위 학과를 선정, 해당 학과의 학생 정원과 학과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인문대학은 학생들의 피켓 시위와 인문대 교수회의 성명서 발표를 통해 학제 개편을 반대해왔다.

 

대학본부는 학제 개편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자 교직원, 학생 등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17일 오후 정심화회관 대덕홀에서 '대학 자율화에 따른 학제 및 행정조직 개편 공청회'를 열었다.

 

인사말에 나선 송용호 충남대학교 총장은 개편안에 따른 구성원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기초학문을 없애자는 뜻이 아니며 시장 논리를 학문과 국립대에 적용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공청회에서 '정원 탄력 운영제' 수정안을 설명했다. 하위 10% 학과를 선정해 정원 및 예산을 삭감하고 상위 10% 학과는 증대한다는 방침에서 선정 비율을 10%에서 3~10%로 변경했다. 정확한 선정 비율은 이후 학무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며 10%에서 더 강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학과별 정원 최소보호기준으로 절대규모 15명과 상대규모인 현재 정원의 50%를 보호하겠다는 것에서 절대규모는 그대로 둔 채 상대규모 비율을 80%로 늘렸다. 대학본부는 '기초학문 소외가 아니라 자율과 그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여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비율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구성원들의 반발은 여전했다.

 

사학과 김용완 교수는 "학문 특성상 인문대학이 연구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일 년에 논문 한 편도 나올까 말까인데 이런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 편 쓰던 논문을 두세 편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취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원 탄력 운영제의 기준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오갔다. 불문과 이건수 교수는 "연구 실적에 있어서 자연 계열과 인문 계열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있다"면서 "모든 학과에 일률적 잣대를 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불문과 김미연 교수는 "학생의 등록률과 학업 중도포기는 교수들이 간섭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휴학을 권장하기도 하는데 과연 이런 것들이 하위 학과 선정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언어학과 박권희 학생회장은 "기초학문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가진 학생들도 있는데 취업률이나 성적으로만 이루어진 평가 기준은 불리하다"고 지적하며 "지역거점 국립대의 역할 중 기초학문의 육성 또한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청회 전날 대학본부 앞에서 피켓시위를 한 양상인 인문대 부학생회장은 "사립대도 아닌 국립대가 시장논리에 입각해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를 차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학생들도 학내 구성원 중 하나인데 하필이면 학생 의견 수렴이 힘든 방학 때 중대한 학제개편을 추진한 학교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이번 달 31일까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편 최종안을 수립할 예정이며 다음 학기인 2009학년도 1학기부터 개편된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길 경상대학 학장은 "이번 달 말까지 과연 협의가 가능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며 "졸속 추진하지 말고 이해 당사자 간의 충분한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충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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