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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하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방북대표,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 대변인, 6·15공동선언실천 청년학생연대 대변인, 통일연대 대변인,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민주노동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 등 그가 그동안 지녀온 공식 직함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이가 최근 네 번째 책이자 첫 시집 <끝을 알지>를 냈다. 조금만 일찍 책이 나왔다면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선정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한총련이 지정한 책이라는 이유로 불온딱지를 붙인 국방부 시각에서 보면 그의 삶 자체가 불온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황선. 그가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2005년10월10일 평양조산원에서 둘째 딸 겨레를 낳은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 그는 한참 이적단체로 몰려 탄압받고 있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에서 새정치실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인터넷방송 6·15 TV에서 일주일에 한번 시사문제를 가지고 황선의 통일카페를 운영한다.

 

남편 윤기진 범청학련 의장은 10년 수배생활을 마치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틀 뒤인 2월27일 구속되어 1심에서 3년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준비중이다. 그 자신도 국가보안법으로 두 차례 구속된 바 있는 그를 국가인권위에서 만나 시집과 국가보안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엄격제한 통보... 남한에 던지는 메시지 해결여지 있다”

 

그를 만난 13일, 북한은 하루 전 "12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통행 엄격제한"을 통보했다. 그는 이에 대해 "북 최고지도부 의지가 담긴 조치이며, 1단계 조치이후 2-3단계조치는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라며 "그러나 남한 고위당국자에 던지는 메시지로 해결의 여지는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세계인권선언이 올해 60주년인데 국가보안법도 12월1일이면 60년이 된다"라며 "세계인권선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보안법이 60년을 맞는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북한이 반국가단체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지표로 삼는 남북기본합의서는 물론 남북 간 공식합의문들(6·15, 10·4 등)은 모두 북한을 반국가단체가 아닌 통일대상이고 잠정특수 관계이며 상호존중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라며 그 부당성을 역설했다.

 

시집 표지가 촛불로 형상화한 것이 눈에 띄어 자연스레 촛불집회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그는 "촛불 든 사람들의 특징은 나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펼치고 헌신하면 그걸로 평가한다는 것"이라며 "운동권이랍시고 시민들보다 더 열심히 헌신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하는 분위기인데 실천연대 같은 경우는 오히려 격려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운동을 해나갔으면 좋겠다"며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예로 들었다. 당국과 운동권은 이념문제에 예민해져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이를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 경험한 국민, 정치 보는 눈 달라져"

 

그러나 그는 자신의 두 차례 구속 사례를 거론,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처음에는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각오가 되어 있었지만, 두 번째는 또 그 생활을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보안법의 존재가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 감옥에 간 것은 98년 한총련 대표로 방북한 때문이고 두 번째 간 것은 감옥에서 쓴 방북기 <어머니 여기도 조국입니다>로 이적표현물 제작배포혐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밖에도 방북기 <서울동무 평양친구>, 6·15공동선언 해설서 <통일 참 쉽다>를 낸바 있다.

 

그는 "촛불을 경험한 국민이 정치를 바라보는 눈은 이제까지와 다를 것"이라며 "형식 민주주의로는 안 된다는 것, 내 목소리를 담아낼 그릇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본다. 이러한 요구를 어떻게 받아 안느냐하는 것이 운동의 몫"이라 말했다.

 

그는 "편하게 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저와 관계 맺은 사람들이 시대의 한복판에 있어서 민족문제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남북관계가 그에게는 먼 얘기가 아니라 삶으로 체화된 느낌이다.

 

"첫째 '민’이와 둘째 ‘겨레’가 자기 이름이 무겁고 부담스럽지 않고 자부심을 느꼈으면, 그리고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남북관계가 잘 풀려야겠지요."

 

"민, 겨레 두 아이 이름에 자부심 느꼈으면"

 

<끝을 알지>에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쓴 시가 담겨있다. 공통된 특징은 '촛불'이다. 그는 "2002년 감옥에서 제일 감격스런 소식은 미선이 효선이를 위해 든 촛불"이라며 "촛불은 그 뒤에도 탄핵반대, 평택, 무건리 미군기지 확장반대, 광우병 반대 등으로 이어졌다. 촛불은 민중의 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말했다.

 

그는 '끝을 알지'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순간순간 패배할지 모르지만 결국 승리하는 것은 누구인가 하는 믿음"이라고 설명했다.

 

"멀리 진시황 네로황제까지야 들먹거릴 일 있나/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같은 길을 가는 한 가는 곳도 그럴밖에" - 시 '끝을 알지' 전문.

 

엄마로서 민이와 겨레에 대한 희망을 얘기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자기 이름을 고마워하는 아이였으면 좋겠고, 많이 나누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공동체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그는 19일(수) 저녁 7시30분,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끝을 알지 - 6.15시대 서정시와 풍경화

황선 지음, 615(육일오)(2008)


태그:#황선, #끝을 알지,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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