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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보다도 더 큰 남근 조각상
 장승보다도 더 큰 남근 조각상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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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오후 강원도 양양으로 가는 길. 버스가 휴게소에 들어섰습니다. 잠깐 쉬기도 할 겸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합니다. 일행들은 대부분 부부동반으로 나이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제일 젊은 층이 50대이고 대부분 60~70대 들입니다.

"어! 여긴 좀 그런데, 나이든 분들 민망해서 안 될 텐데."
"휴게소에 들렀다 가는데 안 되는 곳이 어딨어요? 화장실에 들렀다 잠깐 구경하고 가면 되지."

언젠가 이곳에 들른 경험이 있는 일행들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우루루 내렸습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와 보니 휴게소 이름이 청정조각공원휴게소입니다. 조각 공원답게 주차장 옆 휴게소 앞엔 수많은 장승들이 서 있었습니다. 전에도 이 길을 지나며 스치듯 보았던 풍경이었습니다.

청정조각공원풍경
 청정조각공원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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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모양의 장승들
 평범한 모양의 장승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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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런데 이게 뭐야? 이런 대단한 물건도 있었네."

엄청나게 커다란 남근 조각 작품이었습니다. 바로 장승 사이에 놓여 있었는데 크기가 어른의 몸집보다 오히려 컸습니다.

"아니, 그런데 누가 내걸 여기 갔다 놨어? 내 허락도 없이."

역시 나이든 남성들은 금방 해학으로 받아드렸습니다. 남근조각은 매우 컸지만 섬세한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뒤따라 내려온 여성들도 별로 놀라는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아이, 망측해라. 뭐 이런 걸 만들어 밖에다 내놨나?"

그러나 할머니 한 분이 몹시 민망하다는 표정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너무 거대한 남근조각은 오히려 현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학적인 개 얼굴모양 장승
 해학적인 개 얼굴모양 장승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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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술잔 어때요?
 이런 술잔 어때요?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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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조금 늦게 다른 버스가 들어왔습니다. 그 버스에선 대부분 젊은이들이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장승이며 거대한 남근 조각을 무감동하게 바라보며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화장실 입구에도 네 개의 목재 조각 작품이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뜻 보면 그냥 장승인데 자세히 보면 달랐습니다. 머리 부분이 어김없이 남근모양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화장실에 들렀다가 휴게소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가게에서는 음료수와 술, 과자 등 잡화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열대가 아주 색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술병이며 술잔들이 하나 같이 남근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도자기로 빚은 술잔과 술병 뚜껑은 거의 실물 크기의 남근 형태여서 실감나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어떤 술은 술 이름까지 매우 에로틱했지요.

장승이지만 머리 부분은 남근모양입니다
 장승이지만 머리 부분은 남근모양입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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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뚜껑 모양도 술 이름도 아주 에로틱합니다
 병 뚜껑 모양도 술 이름도 아주 에로틱합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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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은 건 저 안에 많아요. 한 번 들어가 보실래요?"

가게가 있는 휴게소 안쪽에 목재조각 작품들을 모아 놓은 전시실이 있었습니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며 모두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전시실은 에로티시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시실에 가득한 나무 조각들은 거의 대부분 남녀의 성기를 조각한 것들이었습니다. 웃음을 자아내는 아주 해학적인 것들도 많았지만 너무 노골적인 모습을 조각해 놓은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노인들의 반응도 달랐습니다.

"누군지 솜씨 한 번 좋구먼. 어떻게 저런 모습을 저렇게 정교하게 조각할 수 있지?"

솜씨를 칭찬하는 쪽은 남성들이었습니다. 본래 나무의 형태를 최대한 이용하여 조각한 것들이었지만 정말 감탄할 정도로 정교한 것들도 많았습니다.

아주 해학적인 모양의 조각품
 아주 해학적인 모양의 조각품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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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쓰지 마셈
 인상 쓰지 마셈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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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망측스러워, 민망혀서 못보겠구먼."

남편들을 따라 들어왔던 할머니들이 민망하다며 서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때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젊은 커플들이 들어왔습니다.

"인상 쓰지 마셈? 잘 생긴 얼굴 구겨져요."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얼굴에 포인트를 맞춰 제작된 조각품을 보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어머! 어머! 이것 좀 봐? 너무 리얼한 모습이잖아?"
"어디 어디 정말 그러네, 재미있고 멋진 작품인걸."

젊은 여성 두 사람이 감탄하는 작품은 남녀가 성교하는 모습을 조각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런 작품을 보면서 민망함 겉은 것은 전혀 느끼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다양한 표정의 조각작품들
 다양한 표정의 조각작품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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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한 목재 조각 작품을 보는 시각도 나이에 따른 세대차가 엄청나게 큰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노년에 접어든 할머니들이 무덤덤하게 받아드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강원도 양양으로 가는 44번국도 홍천과 인제의 경계지역에 있는 청정조각공원 휴게소에서 만난 에로틱한 조각 작품들의 표정이 재미있었습니다. 노인들과 젊은이들의 반응도 재미있었지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청정조각공원, #장승, #조각작품, #에로티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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