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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탄에서 본 푸동 모습. 원형의 동방명주에서 푸서를 보면 빌딩의 지평선을 볼 수 있다.
▲ 상하이 푸동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외탄에서 본 푸동 모습. 원형의 동방명주에서 푸서를 보면 빌딩의 지평선을 볼 수 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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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위기로 인한 미국의 불안은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하는 호기로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중국의 국가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천민자본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자기모순을 극복하지 못해 다른 나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 환부를 도려내는 것을 극히 꺼린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외환경이 변하면서 중국이 세계 양대 헤게모니로 성장하는데 한계를 드러낼 전망이다.

중국의 세계 헤게모니 전략은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 등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대국굴기'(大国堀起) 등을 제작하며 지난 강대국들의 성쇠를 점검했다. 이말은 무너지지 않는 대국 전략을 점검하겠다는 것으로도 읽혔다.

실제로 그런 의지를 갖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매년 10% 전후 성장과 14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 또 스스로가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되어가는 상황은 중국이 이런 포부를 품기에 충분했다. 올해 GDP(국내총생산)가 독일을 넘어서 3위로 올라설 것이 확실하고, 5년 후면 일본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GDP는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중국의 올해 재정 수입 예상 규모는 5조달러로 일본보다 2000억달러 정도 많다. 향후 몇 년 동안 일본이 여전히 저성장을 지속하는 반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8% 정도는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순위 변동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그렇지만 12%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이 올해 한자리로 떨어질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따른 사회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하와이대 중국학 센터 서정민 교수는 "중국 경제가 연착륙하면서 내부 조종 과정을 거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만 해도 성장률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내홍을 겪었는데 중국의 경우 성장률 둔화에 따른 속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실업율 증가나 파업 등의 사회문제들은 원만하게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혼란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공사는 아프리카에서 인력은 중국에서, 아프리카 "그럼 우린 뭐야?"

이 회사 홈페이지에 나온 해외플랜트 사업. 나이지리아에 있는 도로 건설을 소개한다.
▲ 중국 최대의 해외플랜트회사인 중투의 공사 소개 이 회사 홈페이지에 나온 해외플랜트 사업. 나이지리아에 있는 도로 건설을 소개한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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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중국이 그토록 중시하는 '궈거'(國格 국가의 존엄과 품격)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 내 확산되는 천민자본주의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대사를 지내다가 최근 귀국한 한 지인은 아프리카에서 중국 위상 약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사실 중국이 2006년 11월 아프리카 50여개국 정상을 한꺼번에 초청해서 협력관계를 형성할 때만 해도, 아프리카 내 중국의 위상 강화는 눈에 보듯 뻔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자본과 인력까지 끌어들여 투자 대비 수배 장사를 하는 것을 보고 아프리카 사람들이 질리기 시작했다. 또 싸다고 산 중국산 어망 등이 한 두 번의 조업으로 망가지는 것을 보고 이제는 비싸도 한국산을 찾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국가 수뇌부들이야 중국과의 협력관계로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중국의 인식은 이미 그곳을 먼저 다녀갔던 영국이나 프랑스 등 근대 제국주의 세력과 다르지 않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담보로 토목공사를 진행할 때 자국의 해외플랜트 주관사인 중궈투무지투안(中国土木工程集团公司 CCECC)를 통해 중국내 인력을 선발, 교육해서 파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회사는 우간다,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지푸티 등에서 대형 토목공사를 수주했는데 대부분 인력을 중국에서 수급해 간다.

언어 소통도 있지만 인건비도 오히려 중국인들을 데려가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던 아프리카 해당 국가들은 자원 유출과 여론 악화라는 악재를 만났는데 이런 현상이 한 국가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대외 전략은 남미국가를 향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남미쪽 국가들은 중국과의 합작에 극히 소극적인 상황이다.

물론 중국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각국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 4~5년간 이런 지원 뒤에 있는 속내가 드러나서 해당국가가 지원을 반기지만은 않는다는 게 국제사회의 관측이다.

모순의 발단은 천민 자본주의

길거리에서 파인애플을 먹는 중국인들. 최근에 상황을 무엇이든 안전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들 길거리에서 파인애플을 먹는 중국인들. 최근에 상황을 무엇이든 안전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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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국이 이런 위상 약화를 스스로 자초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 수년간 급속히 팽배해진 천민 자본주의다. 중국 내부에 권력과 결탁해 돈을 벌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제조업은 물론이고 문화예술계까지 포괄적인 몰양심이 팽배하다. 올해 가장 큰 이슈가 된 멜라민 파동은 그 수위가 극단으로 간 경우다. 영세업체가 아닌 이리, 멍뉴우 등 이미 상장을 마친 최대기업까지 그 대열에 합류할 만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이 사건의 주회사인 싼루그룹은 최근에 브랜드를 바꾸어서 분유를 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준 바 있다.

멜라민 분유는 중국 내부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등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등까지 확산되어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하와이대 서정민 교수는 "미국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오랜 시간 형성된 자율 규제가 있다. 반면에 중국은 법이 많은 것 같지만 실제 일상에 적용할 자율 규제 능력이 없고 국가가 강제할 의지도 부족하다. 멜라민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 문제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가 되는데 저 정도로 내면화된 자율규제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에 걸맞게 공산품 생산에서 절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성장에는 싼 인건비와 세계에 뻗어있는 화상, 치밀한 장사수완 등이 작용하고 있다.

랴오닝, 산둥 등지의 한국공장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 랴오닝에 있는 한 한국기업 랴오닝, 산둥 등지의 한국공장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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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의 생산 가격 경쟁력은 지난 1년간 최악의 길을 걸었다. 산둥 등에 위치한 한국기업은 공장 유지비용이 50~100%씩 상승하는 악몽을 꿔야 했다. 4대 보험 등이 정규화되면서 고정비용이 상승했고, 최저임금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거기에 위안화의 가치는 올초에 비해 2배를 상회한다.

연초만 해도 1위안에 130원 정도면 살 수 있었지만, 11월 전후로 1위안에 250원까지 상승했다. 중국에서 생산해 한국에 파는 제조업체의 경우 비용은 중국서 지출하고, 결제는 한국돈 가치로 환산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수배씩 비용이 오른 셈이다. 이런 어려움은 중국 업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미 광둥이나 저지앙, 지앙쑤, 산둥 등의 주요 공장 지대는 냉각기에 들어가서 연쇄 도산의 위기에 빠져 있는 상태다.

중국산의 이미지 악화와 가격 경쟁력의 상실은 중국이 가진 '세계의 공장' 위상을 급속도로 약화시킨다. 결국 물류 부담 등이 없는 자국이나 인근 국가로 생산지를 옮길 경우 20년 동안 쌓은 중국의 위상은 빠른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소금 역할 할 언론· NGO 없어 부패 심화 우려

중국최대, 유일의 전국 대상 방송사인 CCTV 는 언론의 소금 기능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베이징 CCTV 신청사 공사현장 중국최대, 유일의 전국 대상 방송사인 CCTV 는 언론의 소금 기능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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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문제에 대한 뽀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 내부에 증시 추락,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나 제조업 부실화라는 악재들이 지나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될 지라도 2조달러에 달하는 외화보유고 등은 중국의 위상약화를 말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내부에서 소금의 역할을 할 언론이나 NGO가 여전히 고사상태라는 점이다. 관영 언론은 물론이고 사영 언론사들도 성역 파헤치기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권력화되어 기득권층의 삶을 누리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NGO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다.

그런 가운데 중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 했던 베이징 올림픽도 티벳 시위 등으로 인해 지나친 통제 올림픽이 되면서 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의 가져오지 못했다. 거기에 곳바로 터진 멜라민 파동 등은 중국 이미지를 일거에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중국 내부 언론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반면에 반(反)공산당 성향 중화권 언론인 SOH희망지성(www.soundofhope.or.kr) 등은 중국 밖에서 중국 내 부정적인 소식을 노출하고 있다. 최근에도 베이징 정법대학 내에서 벌어진 학생의 교수 살해 소식을 전했으며, '공산당 탈당'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이런 매체는 중국 지도부의 권력비리 뿐만 아니라 각 지방 등에서 쏟아지는 비인권 소식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파룬궁, 장기적출, 탈북자 인권 등 심각한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프랑스 지성 기소르망이 '중국이라는 거짓말'에서 주장했던 부정적인 예측들이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중국이 이미 소득분배, 티벳 독립, 파룬궁, 부정부패의 만연, 은행의 부실, 윤리의식 부재, 공산당의 난관 등을 이유로 번영이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아주대 세계학연구소 이홍규 박사는 "중국의 변화를 일도양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 상황은 사회불안의 비등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들이 합쳐져서 혼란스럽게 나타나는 상황일 것이다. 최근 <베이징의 아담 스미스>라는 책에서 지오반니 아리기 교수가 팍스 차이나를 지향한 중국이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좌파 형태의 비자본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 논쟁이 된 적이 있다. 일단 중국 지도부도 신자유주의로의 편입, 제 3의 길 등 다양한 상태에서 혼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그:#중국, #패권, #기소르망, #대국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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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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