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야구팬들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두산 야구팬들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SK 야구팬들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SK 야구팬들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프로라는 이름의 야구는 그저 던지고 치고 달리는 게임이 아니다. 잘 던지고 잘 치고 잘 달리기 위해 상대 투수나 타자의 약점과 습관을 치사할 정도로 캐내고 한번 물린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야 하는 것이 '프로야구'다.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성적과 그에 따른 돈을 위해서 하는 현대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척후병 역할을 하는 전력분석팀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것은 그래서다.

 

30일 서울잠심야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을 스스로 무너지게 한 것은 '분석의 힘'이었다. 또 분석 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는 현장의 감각이었다.

 

"랜들을 무너뜨릴 비책, 뛰는 야구"

 

 SK 박재홍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1회초 2사 1루 최정 타석때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두산 2루수는 고영민.

SK 박재홍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1회초 2사 1루 최정 타석때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두산 2루수는 고영민. ⓒ 유성호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4차전 선발 랜들을 넘어설 비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랜들은 올 정규시즌에서도 이상하게 SK만 만나면 신바람을 냈다. 선발로만 6번 나와 2승을 챙겼고 평균자책점은 1.27에 불과했다. 랜들의 시즌 평균자책점이 4.48임을 감안하면 랜들은 SK의 천적인 셈이다. 시즌 성적을 보면 랜들이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은 없었다.

 

김성근 SK 감독은 4차전 경기를 앞두고 랜들을 공략할 비책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비책은 경기 시작 후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출루에 성공한 SK 타자들이 2루를 향해 과감하게 뛰기 시작한 것.

 

1회초 중전 안타로 1루에 나간 박재상은 초구에 바로 도루를 시도했다. 포수 채상병이 2루에 악송구를 하는 바람에 3루를 덤으로 얻었고 김재현의 2루 땅볼 때 손쉽게 첫 번째 득점을 올렸다. 이어 우전 안타를 친 박재홍도 3구째 만에 도루를 성공시켰다. 

 

특히 1-1이던 4회 볼넷으로 출루한 박재홍은 다시 초구에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최정의 좌익선상 2루타가 나오는 순간 박재홍은 2루에 다다른 상태였고 안전하게 홈까지 파고들어 역전 득점에 성공했다. 7회에도 나주환은 박경완의 보내기 번트가 실패하자 2루 도루를 감행해 번트실패를 만회하기도 했다.

 

SK의 과감한 발야구는 '무대뽀'가 아니었다. 도루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초구 빠른 볼보다는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랜들의 투구 패턴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랜들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도루 실패는 없었다. 뛰는 야구는 선취점과 역전 득점을 팀에 선물했다.

 

경기가 끝난 후 김성근 감독은 "랜들을 상대로 많이 뛰어다니면서 흔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랜들에게 부담을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분석의 힘은 수비에서도 발휘됐다. SK는 이날 미리 예측하고 움직이는 수비로 두산의 공격을 꽁꽁 묶었다. 이날 경기에서 예측 수비로 인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희생양은 이종욱과 김현수였다.

 

이종욱과 김현수, 귀신같이 맞아떨어진 예측 수비의 희생양

 

 SK 선수들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4대 1로 승리한뒤 팀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

SK 선수들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4-1로 승리한 뒤 팀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 ⓒ 유성호

1회말 선두타자 이종욱이 밀어친 타구는 좌익선상으로 2루타가 될 듯 날아갔다. 하지만 좌익수 박재상은 별 어려움 없이 2루타성 타구를 아웃으로 만들었다. 타구의 방향을 예측하고 이미 좌익선상으로 이동해 있었던 덕분이다. 8회에도 이종욱은 같은 코스로 타구를 날렸지만 이번에도 박재상의 글러브를 벗어날 수 없었다. 정상적인 수비 위치였다면 2루타가 됐어도 억울할 것이 없는 타구였다.

 

특히 이종욱은 1회와 8회 모두 선두타자였다. 선두타자의 2루타 2개가 날아간 두산은 이날 지독하게도 득점 운이 따르지 않았다.

 

김현수도 가슴을 쳤다. 전날 3차전에서는 정근우의 2루 베이스에 치우친 수비에 당했던 김현수는 4차전에서는 잡아 당기는 타격보다는 밀어치는 타격을 선보였다. 하지만 허사였다. 4회와 6회 김현수의 잘 맞은 타구 2개가 모두 최정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김현수의 밀어치기를 이미 예상한 수비 위치 선정 때문이었다. 

 

"라인쪽 타구를 조심하라"는 벤치의 지시를 받은 최정은 수비 위치를 라인쪽으로 가깝게 잡았고 타구는 정확히 그쪽으로 날아왔다. 특히 4회말 타구는 1루 주자 고영민이 섣불리 안타를 예감했던 탓에 귀루하지 못하면서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밀어친 타구가 좌중간으로 향할 수도 있었으련만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초반 득점 기회에서 좋은 타구가 몇 개 있었는데, 상대가 수비를 워낙 잘 해 맥이 끊겼다"며 아쉬워했다.

 

두산, 연이은 실책... 스스로 무너졌다

 

 두산 고영민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와의 경기에서 7회초 1사 1,2루 이진영의 내야땅볼때 1루주자 김강민을 포스아웃 시킨뒤 1루로 송구하다가 실책을 범하고 있다.

두산 고영민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와의 경기에서 7회초 1사 1,2루 이진영의 내야땅볼때 1루주자 김강민을 포스아웃 시킨뒤 1루로 송구하다가 실책을 범하고 있다. ⓒ 유성호

 
 SK 김성근 감독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4대 1로 승리한뒤 팬들에게 모자를 들어보이며 답례인사를 하고 있다.

SK 김성근 감독이 3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4-1로 승리한뒤 팬들에게 모자를 들어보이며 답례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잘맞은 타구들이 상대의 정확한 예측 수비에 걸리면서 조급해진 두산은 수비 실책과 주루 실수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득점 찬스에서는 어김없이 병살타가 나오고 실점 위기에서는 실책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기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1-1이던 3회 1사 2루에서 이종욱의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줄로 착각한 전상열이 3루까지 질주하면서 모두 아웃을 당했다. 정상적인 플레이였다면 2사 2루가 되면서 공격 기회가 이어져야 했지만 그대로 이닝은 끝이었다.

 

또 1-2으로 뒤지던 7회엔 1사 1~3루에서 이진영의 병살타성 타구를 2루수 고영민이 1루로 악송구 하는 통에 실점, 점수는 1-3으로 벌어졌다. 그때까지 호투하던 랜들은 실점 위기에서 병살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땅볼을 유도한 후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동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분석의 힘이 현실에서 효과를 발휘한 한국시리즈 4차전은 두산에겐 악몽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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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1 08:12 ⓒ 2008 OhmyNews
한국시리즈 김성근 김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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