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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은 검찰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48년 8월 2일 '검찰청법'이 제정, 공포되었고, 그 해 10월 31일 권승렬 초대 검찰청장이 취임한 지 60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대검찰청은 전직 검찰총장 등을 초대한 기념식과 국제심포지움도 개최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은 검찰개혁을 위한 사회적 요구가 가장 분출했던 시기였다. 민주화가 진행되었지만, 검찰은 여전히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고 특히 권력형 비리사건마다 청와대나 권력실세의 눈치를 보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때 지금까지 8회 실시된 '특별검사제'라는 제도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가 검찰을 놓아주었다는 평가가 나왔고, 그 덕에 검찰은 정치적 독립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이 시기만큼은 '정치검찰' 논란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정치검찰'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 광우병쇠고기수입반대 촛불집회 참가자와 네티즌에 대한 검찰의 수사, 그리고 정연주 전 한국방송사장에 대한 기소 등이 그 이유였다. 물론 BBK 사건 수사에 대한 의혹과 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된 사건(김옥희 공천로비 사건, 효성그룹 비자금조성 의혹 사건, 조현범 대통령 사위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에 대한 미지근한 대응도 정치검찰 비난을 불러왔다.

 

▲ 검찰60주년, 과거사 반성과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 참여연대와 민변은 10월 29일, 검찰60주년을 맞아 검찰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80년대 조작간첩사건의 피해자들이 검찰에서 당한 사연을 증언하기도 하였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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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검찰은 이승만과 '맞짱'을 떴다

 

60년 전 검찰이 첫 발을 떼었을 때의 검찰은 정치검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오히려 당대의 권력자들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검찰 역사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건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검찰이 태동한 다음 해인 1949년 4월 임영신 당시 상공부장관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승만 정권은 검찰에 임 장관을 기소하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했지만, 검찰은 이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당시 서울지검장이었던 최대교 검사장은 임 장관을 포함해 관련자 18명을 기소했다.

 

그후 정부는 최 검사장에게 사표제출을 종용했고, 결국 최 검사장을 비롯해 10명의 간부급 검사들이 사표를 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검찰의 기개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승만 정권이 맹위를 떨치던 1950년에 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50년 4월 경무대에 줄을 댄 정치브로커 김태수, 김낙영 등이 공산게릴라가 봉기해 경무대를 습격하고 정부요인을 암살하려 한다는 허위정보를 보고한 뒤, 이승만의 허락을 받아 사설 수사기관을 만들고 무고한 사람을 공산당으로 내몰았다. 이른바 '대한정치공작대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제2대 검찰총장이었던 김익진 검찰총장은 대통령인 이승만으로부터 '검찰은 이 사건에 일체 관여하지 말라'는 특명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서울지검 정보부터 검사를 투입해 정치공작대원 108명을 검거하고 정치공작대장 김기수 등 11명을 기소했다.

 

물론 이승만 정권은 이 사건 두 달 뒤 김익진 검찰총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좌천시켰다.

 

하지만 이같은 검찰의 기개는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 같은 정보기관에 의한 공작정치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박정희 정권 이후에 들어 정치검찰의 길로 빠졌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 정보기관을 통해 검찰을 장악한 것이다.

 

이 때부터 정보기관에 의한 각종 조작간첩사건과 인권유린 사건을 검찰이 그대로 받아들여 법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도 무고한 피해자들의 인권을 지켜주고 사연을 들어주기는 커녕, 정보기관원들과 같이 피해자들을 폭행하고 협박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경찰 고문을 호소한 피해자를 때리고 경찰로 되돌려보내겠다고 협박한 검사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10월 29일 개최한 '검찰 60주년, 검찰의 과거사 반성 촉구와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1986년 김양기 조작간첩 사건의 피해자인 김양기씨와 1982년 송씨일가 조작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송기복씨는 검찰에서 당한 사연을 담담하지만 절절하게 말하였다.

 

김씨는 보안대에서 44일간 감금된 상태에서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의 고초를 겪었다. 그후 광주지검 특수부 김남옥 검사에게 사건을 넘어갔고, 김 씨는 김 검사를 검사실에서 만나게 되었다. 김씨는 '그래도 검찰에게 기대를 걸었다'며 보안대에서 당한 고문사실을 말하면서 보안대에서 자신이 간첩행위를 했다고 말한 것들은 모두 고문에 못이겨 허위 자백한 것이니 진실을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의 사건을 맡은 김남옥 검사는 김씨의 뺨을 때리면서 '다시 보안대로 보내버리겠다', '사형시켜버리겠다'고 협박을 서슴치 않았다.

 

결국 검찰에게 걸었던 김씨의 기대는 산산히 무너져버렸다.

 

송씨 일가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안기부로부터 수사결과를 넘겨받은 서울지검 임휘윤 검사도 안기부에서의 진술사실을 부인하는 송씨 가족들에게 직접 폭행을 했다. 그리고 검사실에서 이들을 조사하면서 안기부직원을 옆에 있게 하여, 안기부 직원이 두려워 안기부에서 당한 고문사실을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버렸다.

 

 

검찰총장, 검찰 60주년 기념식에서 과거사 반성한다 해도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들의 사연을 기자회견에서 전하면서, 검찰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데 너무나 소극적인데, 무책임한 수준을 넘어 가장 반인권적인 국가기구라고 비판하였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송호창 변호사(민변 사무차장)는 '검찰은 재심청구권을 가진 기관'인데, 많은 피해자들이 지금은 너무 나이가 많아 재심을 직접 청구할 기력조차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스스로 재심을 청구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상희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건국대 법학)는 지금 더욱 암담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움직여야 할 평검사들이 선배 검사들의 눈치나 보면서 현실의 권력에 안주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지금 검찰 60주년을 맞아 검찰이 해야 할 일은 '정치검찰 역사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검찰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60주년 기념식을 맞아 임채진 검찰총장이 과거사 반성을 할지 검토해보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지금껏 반성을 하기 위해 어떤 진지한 노력도 안했던 검찰이기 때문에 설령 10월 31일 기념식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언급이 있더라도 그게 진심일까 의심된다. 지금껏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청구를 도와주기는커녕 걸림돌 역할만 하고 있는게 지금의 검찰이기 때문에 과거사 반성과 명예회복,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가 없는 말뿐인 반성은 '말장난'에 불과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태그:#검찰, #참여연대, #검찰법무부제자리찾아주기, #과거사반성, #정치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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