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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청와대 대통령실 개편 이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이명박 대통령.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왼쪽에 자리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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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브러더스('이'명박 대통령-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에서 따와, 지난 9월 파산한 세계 5위 투자은행의 이름을 빗대어 일컫는 말)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것이지…."

27일 낮에 만난 한 금융계 임원의 말이다. 이날 오전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정부의 잇딴 고강도 시장안정대책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을 물었을 때다.

이 시각 주식시장은 이미 주가지수 900선이 한때 붕괴되기도 했고,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정말 위험하다"면서 "나라가 디폴트(국가부도)가 돼야 정신 차릴지…"라고 토로했다.

시장은 이날도 정부를 철저히 외면했다. 무서울 정도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외환위기는 절대 없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칠 때,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치웠다. 코스닥 시장은 5% 이상 폭락했고, 코스피 시장은 종료 막판에 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연기금이 대규모 돈을 풀어, 가까스로 950선을 방어한 수준이었다.

한국은행도 초강수 대책을 들고 나왔다. 예정에도 없던 금통위 회의를 열고, 한꺼번에 정책금리 0.75%포인트 인하 카드를 꺼냈다. 이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처음이었다. 또 시중은행의 채권을 사들이는 등 시장에 대규모 자금도 풀었다.

하지만 외환시장은 더욱 출렁였다. 오히려 원-달러 환율은 또 다시 치솟았다. 1달러가 급한 마당에, '초유의 금리인하'는 외국 투자자들의 한국 탈출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결국 '100년 만의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위기는 없다'는 대통령의 안일한 인식과 신뢰잃은 경제팀의 뒷북 대응 속에 한국경제는 정말 더 깊은 위기의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문제는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릴 서민과 중산층이다.

진정한 위기 극복보다 70년대식 "할 수 있다"만 강조한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많은 분들이 이번 위기를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하는데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많은 분들이 이번 위기를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하는데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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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18대 국회 첫 시정연설은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시장 일부에선 "혹시나…"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역시나…"로 끝이 났다. 이같은 반응은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날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후에도 코스피 시장은 한때 900선이 붕괴됐고, 코스닥 시장은 하락폭이 너무 커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결국 코스닥은 지난 금요일보다 5.60%(-15.49포인트) 폭락한 261.19로 끝났다. 코스피 지수는 오후 한때 또 다시 900선이 붕괴됐다가, 종료 막판에 연기금을 통한 주가 방어로 946.45로 마감했다.

주가지수 '1000선 붕괴'라는 금융시장의 불을 끄기 위해 나선 이명박 소방수는 되레 '장중 900선 붕괴'라는 불을 더 키우고 말았다. 대통령의 연설은 일단 불길이 900선을 넘는 것만 가까스로 막았을 뿐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경제상황 인식과 해법이 시장의 기대에 여전히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100년 만의 경제위기'속에서도 여전히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과감한 규제개혁은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라며 "규제가 줄어야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강조했다. 재벌과 부자를 위한 감세를 추진하고, 금산분리 완화를 비롯한 각종 금융규제를 풀어헤칠 것도 재차 다짐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대통령 스스로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로 국민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고 해놓고 정작 내놓는 대책은 정반대"라며 "경제위기 상황속에서도, 서민보다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를 추진하고, 종부세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잇딴 정책 실패로 현 경제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분노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에 대한 진솔한 자기반성과 변화보다 외부환경 탓으로만 돌리는 인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갑작스레 금통위 열었던 한국은행의 고강도 처방도 약발 안 먹혀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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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대책도 마찬가지. 최근 한달새 정부의 강력한 입김 속에 '안정'보다 '경제살리기'로 방향을 튼 중앙은행도 이날 "정책금리 0.75%포인트 인하" "시중은행의 채권 매입" 등의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 그 자체였다.

이성태 총재는 금리인하 배경을 두고, "금융 시장 불안이 국내 경기 둔화를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위축되고, 경제성장이 주저 앉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정부와 한은쪽에선 금리인하를 통해, 중소기업과 가계의 금리 부담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한은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인하와 함께 은행채를 사준다는 것까지 나왔으니, 이쪽(시중은행)에서도 뭔가 내놔야 하지 않겠나"라며 대출금리 인하를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여전하다. 일반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기보다 국민 세금을 동원한 은행 살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일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시중의 대출자금 금리는 오히려 계속 올랐다. 실제 이날 한은이 대규모 금리 인하를 발표했지만, 정부 소유의 우리은행 등에서만 대출금리 인하 검토를 내놨을 뿐이다. 이미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 입장에선, 정부의 잇딴 구제정책으로 우선 목숨만 유지해 보자는 인식이 강하다.

게다가, 이같은 금리인하는 향후 물가상승뿐 아니라 외환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선 외국자본의 이탈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정책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지만, 한국은행은 연신 정반대의 카드를 꺼내고 있다.

결국 이날 원-달러 환율도 18.5원이나 올라 1442.5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998년 5월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4일 동안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갔다.

홍종학 교수는 "외환시장에서 선진국들과의 통화 스와프 등 정책공조를 진행하기 위해선 환율방어를 통한 외환시장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금리를 올려 외국자본의 이탈을 막아야 하지만 한국은행은 정반대의 정책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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