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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을 통해 길 위에서 배우는 것이 너무나 많다. 내가 만난 세상은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 된다.
▲ "젊음이란 단어에 결코 편안함을 결부시키지 말자!" 자전거 여행을 통해 길 위에서 배우는 것이 너무나 많다. 내가 만난 세상은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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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열정만으로 성공할 순 없지만 젊음과 열정이 있기에 포기할 수는 없다!"

인생의 특별한 비전을 위해, 그리고 신앙적인 점검을 위해 '광야'를 모토로 떠난 한 철없는 청년의 구호. 그렇다. 내 얘기다. 남들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적당히 괜찮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어릴 적 그리던 꿈을 애써 회피해가며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안정을 위해 기계로 찍어내는 붕어빵마냥 남들과 똑같은 과정을 밟으며 산다는 것은 나에겐 너무나 두렵고 끔찍한 일이었다.

1923년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로 개장한 구장으로 5만507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야빠(야구광)'인 나로서는 북미 자전거 여행의 첫번째 목표가 바로 MLB 야구장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날의 흥분과 열광, 환희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 뉴욕 브롱스(bronx)에 위치한 양키스 스타디움 1923년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로 개장한 구장으로 5만507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야빠(야구광)'인 나로서는 북미 자전거 여행의 첫번째 목표가 바로 MLB 야구장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날의 흥분과 열광, 환희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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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노을을 배경 삼아 여유로운 풍경의 보스턴 스카이 라인. 하버드 대학과 MIT공대를 둘러보며 심각한 열등감을 느끼는 동시에 내 한계를 극복하고픈 격렬한 도전을 받기도 했다.
▲ 찰스강이 흐르는 하버드 다리 주변 지는 노을을 배경 삼아 여유로운 풍경의 보스턴 스카이 라인. 하버드 대학과 MIT공대를 둘러보며 심각한 열등감을 느끼는 동시에 내 한계를 극복하고픈 격렬한 도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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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보다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 신학자 마틴 루터의 묵상과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살아있다면 목숨을 걸만한 일을 하라!'는 그 말 한마디에 온몸의 혈맥이 뛰노는 격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결정하게 된 것이 바로 자전거 세계일주였다. 그것도 6년씩이나. 여행을 하기 전, 그 스케일에 기가 막히다는 듯 누군가 내게 말했다.

"...현실 도피 아니야?"

난 대답했다.

"현실 도피보다...꿈에 대한 도피가 더 비겁한 거 아닐까?"

그는 나를 초대하고 싶다며 자신의 7일짜리 자전거 여행을 즉석에서 포기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를 통해 강한 사람은 배려하는 사람이고, 배려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임을 깨달았다.
▲ 이리(Erie)호에서 우연히 만난 라이더 게리 그는 나를 초대하고 싶다며 자신의 7일짜리 자전거 여행을 즉석에서 포기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를 통해 강한 사람은 배려하는 사람이고, 배려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임을 깨달았다.
ⓒ 문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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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만 만지작거리던 소망이 결코 '카피'할 수 없는 철벽소신의 열정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도록 이끌어준 인생 수업'. 내가 경험한 자전거 여행의 정의는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해내고 싶다는 소망과 해내게끔 만들어 주는 사랑의 강렬한 유기체계로 나를 감동의 그로기 상태로 내몰았다.

드넓은 광야 위에 펼쳐진 압도적인 자연풍경과 세찬 폭풍우처럼 몰아닥친 미국인들의 뜨거운 존중의식. 난 북미 자전거 대륙횡단 내내 이것들을 속사람(내 본연)의 좁고 강퍅해진 가슴으로 받아들이느라 정말로 혼이 났다. 그리고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즐겼다.

"오, 세상에! 천국을 달리는 기분인걸?"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세계일주, 그것도 자전거로. 아무나 할 수 없는 거라고. 특별한 사람만 하는 거라고. 아니다. 선입견이다. 나, 대한민국 평범한 청년이다. 출발 당시 스물일곱, 심각한 콜라 중독, '야구 없인 못살아 정말 못살아'를 외치고 다니는 야빠(야구광), 주성치 영화에 웃고, 신승훈 음악에 우는 대중속의 한 사람.

거기에 산에 가면 산적, 바다에 가면 해적, 돌아다니면 강도 같은 얼굴, 참담한 체력, 저주받은 센스, 타고난 평범, 동급최강 주위산만에 마이너스 재산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세계일주에 자유와 희망, 사랑의 보물상자를 찾기 위해 그 비전에 젊음을 걸었다. 결론? '누.구.나.도.전.할.수.있.다.'는 것이다.

이런 나를 울리고 웃긴 수많은 얘기들이 아직도 선연한 흔적으로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혼자만 나누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그 이야기들이 부끄럽게도 책으로 나왔으니 미처 책에 싣지 못했던 짧은 에피소드로 북미 자전거 여행의 못다 한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오대호 연안, 애리조나와 네바다 사막, 태평양과 대서양, 로키 산맥, 버몬트주의 숲, 메트로폴리탄의 빌딩. 미국 어느 곳이든지 낭만과 사색에 젖어들면 알싸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 일몰 때 미시간 호수에서 바라본 시카고의 스카이 라인 오대호 연안, 애리조나와 네바다 사막, 태평양과 대서양, 로키 산맥, 버몬트주의 숲, 메트로폴리탄의 빌딩. 미국 어느 곳이든지 낭만과 사색에 젖어들면 알싸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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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lcome to U.S.A!
 
도리스(Doris)의 80세 생일파티가 있었던 인디애나 주. 그곳에서 만난 조카 제니(Jenny). 후진국 어린이 빈민구제 일을 하던 그녀를 석 달 만에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다시 만났다. 함께 '신의 정원(Garden of Gods)'을 구경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과 함께한 저녁 식사.

"알아요? 당신 가족과 헤어진 다음 네브레스카 주에서 물 얻으려다가 총기로 위협 당했어요! 맙소사. 심장이 얼어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턱을 괸 채 잠자코 내 얘기를 듣고 있던 도리스의 남편은 나를 향해 두 팔을 크게 벌리더니 이렇게 외쳤다.

"Welcome to U.S.A!"

#2. Welcome my friend!

이번 북미 자전거 여행 최고의 감동지수를 안겨준 인디애나 주. 미시간 호의 카약과 팔순 잔치 초대 이외에도 이방인에 대한 눈물 나는 친절이 무한러쉬를 이뤘던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바로 오대호를 낀 인디애나 주였다.

어느 날 시카고로 가기 위해 맹렬히 페달을 밟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폭우가 그치기를 기다리다 다시 빗줄기가 가늘어질 때쯤 도로로 나섰다. 이미 밤 8시를 넘긴 시각, 언제쯤 타운에 도착할까 노심초사하다 급기야 한 시간을 더 달리게 되었다. 더 이상 마을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젠 불빛만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을 때 마침 오른편에 불이 켜진 몇몇 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 중 한 집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문 앞까지 이르니 집주인인 중년의 남자가 보였다. 그는 마치 먼 곳에서 친구가 온 것 마냥 나를 보고는 미리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를 크게 반겨주며 이렇게 외쳤다.

"Welcome my friend!"

그날 그의 집에서 온수에 샤워하고 저녁식사는 물론 푹신한 침대에서 노곤한 몸을 뉘일 수 있었다. 물론 그와는 초면이었다.

47.7도의 사막 한 가운데에서 펑크가 연달아 세 번이나 나고, 산에서 다운힐하다 사고가 나 자전거가 망가지고 카메라 렌즈도 깨지고, 한여름 대낮에 수십개의 언덕을 눈물나도록 넘고, 물 얻으려다 총으로 위협까지 당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되고 나를 성장시키는 쓴 약이 되었다.
▲ 광야에 나무 한 그루(콜로라도) 47.7도의 사막 한 가운데에서 펑크가 연달아 세 번이나 나고, 산에서 다운힐하다 사고가 나 자전거가 망가지고 카메라 렌즈도 깨지고, 한여름 대낮에 수십개의 언덕을 눈물나도록 넘고, 물 얻으려다 총으로 위협까지 당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되고 나를 성장시키는 쓴 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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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반응의 차이

보통 미국 자전거 여행 중 만난 어른들의 반응.
한국인, "자네가 참 부럽네. 내가 젊었을 때 하고 싶었던 걸 지금 자네가 하고 있으니."
미국인, "자네가 참 부럽네. 내가 젊었을 때 했던 걸 지금 자네가 하고 있으니."

#4. 그녀의 수상한 배려

고풍스런 미국의 문화가 깃든 아이오와 시티. 그곳에서 우연히 길을 묻다가 미술학도 로비(Robby)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자칭 코리안 푸드 매니아. 한국식당에 같이 가서는 오히려 메뉴를 추천해 줄 정도다.

아이오와시에 입성한 날 숙소문제로 고민하던 내게 한 줄기 서광이 비쳤으니 다름 아닌 로비가 아이오와 대학을 다니며 한국에서 유학 경험까지 있는 중국인 친구를 소개시켜 준 것. 그녀는 만나자마자 한국 발음을 또박또박 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발음만 귀여웠단 얘기다).

그녀는 로비에게서 내 사정을 전해 듣고는 단번에 자기 방을 선뜻 내 주었다. 여자 혼자 쓰던 방을 내게 거리낌없이 내 준 그녀. "오빠 편하게 자고 가세요. 더 잘해 드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미안해요" 라고 생글생글 말하는 공손하고 예의바른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도와주기로 한 그 순간부터 바로 부산을 떨었다. 당장 자신의 집으로 가 방청소부터 한 다음 자신의 짐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는 야릇함에 가까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 후 그녀의 미국인 남자친구가 도착한 것이다.

"오빠, 원하시면 제 방에서 하루 더 머무르고 가도 괜찮아요"라며 그녀는 나에게 오래 머물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는 희색만연한 채 남자친구와 팔짱을 끼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날 그녀의 배려는 너무도 수상했다.

미국 자전거 여행은 힘들지만 늘 감동을 안겨주는 완소(완전소중)로드였다.
▲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달리는 록키산맥 도로 미국 자전거 여행은 힘들지만 늘 감동을 안겨주는 완소(완전소중)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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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심하지 말라

데스밸리 근처 아주 작은 마을인 마운틴 스프링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마을 이후 60km는 지도에 아무 것도 표시된 게 없기에 볼일을 보기 위해 잠시 멈춰 섰다. 자전거를 세우고 그곳에 단 하나뿐인 레스토랑 화장실로 들어가려는데 아무래도 불안했다. 깊은 산중에 단 하나뿐인 레스토랑 입구, 지프에서 내린 불량스러워보이던 웬 낯선 사내가 나를 계속 노려보는 게 꺼림칙했다.

볼일을 보는 중에 혹시나 물건을 도난당하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던 것이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일을 본 후 얼른(!) 뒷수습을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자전거 뒷짐 위에 5달러짜리 지폐와 주스, 과일 후르츠 통조림이 놓여 있었다. 지프는 보이지 않았고, 주위엔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6. 의심하지 말라 2

덴버에서 약 100km 떨어진 위긴스라는 작은 타운에서의 일이다. 길을 물어보는 중에 우연찮게 탄자니아에서 이민 온 카나니(Kanani)라는 남자를 만났다. 건물 유리 청소가 직업인 그는 자신의 집으로 나를 초대했다. 그리고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탄자니아 음식인 '비프앤라이스(beef & rice)'로 저녁식사를 하고 NBC 9시 뉴스를 시청했다. 그런데 TV를 보던 카나니가 만족한 듯 웃으며 내게 말했다.

"잘 봐. 예쁘지? 내 딸이야."
"정말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뉴스 종료 후. 그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수화기를 나에게 건넸다.

"안녕하세요? NBC 9시 뉴스앵커 바지(Bazi)입니다. 지금 우리 아빠랑 같이 있다구요?"

통화가 끝난 후 20분간은 그의 집 구석구석에서 찾아낸 사진과 상패들을 통해 딸이 얼마나 재능있고 잘 나가고 있는지를 말없이 경청해야 했다.

그랜드캐년, 모뉴먼트밸리, 나이아가라 폭포, 애리조나 사막, 로키산맥, 일리노이 주의 농장들. 자전거 여행자가 이런 대자연을 목도하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만큼이나 감동적인 순간이다.
▲ 모뉴먼트 밸리 그랜드캐년, 모뉴먼트밸리, 나이아가라 폭포, 애리조나 사막, 로키산맥, 일리노이 주의 농장들. 자전거 여행자가 이런 대자연을 목도하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만큼이나 감동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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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단한 눈썰미

태극기도 달지 않고 애리조나 자전거 여행 할 때. 이를 지켜보던 한 사내 왈,

"자네 한국에서 왔지?"
"아니 그걸 어떻게 눈치 챘나요? 대부분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말하던데."
"딱 보니 한국인처럼 생겼는데, 뭘."

참 대단한 눈썰미다.

#8. 단번에 눈치채기

식사를 하면서 흔하게 들어오는 질문.
"종성은 여자친구 있나요?"

잠시 뜸을 들인 뒤 대답한다.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아, 그렇군요."

그리고는 식사가 계속 진행되거나 바로 대화의 화제가 옮겨진다.

아미쉬, 나바호 인디언, 인디언 목사, 카톨릭 신부, 모르몬교도, 알코올 중독자, 게이, 암환자, 대륙횡단 도보여행가, 자전거 여행자, 농부, 의사, 교수, 화가, 무역업자, 은행원, 청소부, NBC앵커 등등 여행하면서 인종과 문화와 직업에 상관없이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교제할 수 있었다.
▲ 인디애나에서 80번째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함께한 도리스 가족과 친척들. 아미쉬, 나바호 인디언, 인디언 목사, 카톨릭 신부, 모르몬교도, 알코올 중독자, 게이, 암환자, 대륙횡단 도보여행가, 자전거 여행자, 농부, 의사, 교수, 화가, 무역업자, 은행원, 청소부, NBC앵커 등등 여행하면서 인종과 문화와 직업에 상관없이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교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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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당신이 자전거 여행을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한낮의 폭염을 머리에 이고 길을 가다 보면 많은 미국인들은 스스럼없이 나를 부른다. 그리고 내게 혹시 무슨 일이 있는지, 필요하다면 그들이 도와줄 일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협력해 준다. 적어도 내가 만난 미국인들은 절대로 자신을 손님보다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모든 포커스를 그들이 아닌 나에게 맞춘 것이다.

보통 누군가의 집 뜰에 텐트를 치게 되면 저녁과 아침, 그리고 떠날 때 간단한 도시락 정도 손수 싸 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더러는 길 위에서 도네이션 해 주는 경우도 있었고, 인맥을 동원해 다음 경유지에서 쉬어가게끔 배려해 준 사람들도 있었다.

그뿐이면 말을 안 한다. 아예 일을 쉬거나 회사에 미리 지각 통보를 하고서 나를 끝까지 챙겨준 미국인들도 있었다. (그런 요구를 별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이는 회사도 참 대단하다) 시골 노인들은 하루 더 있다 가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믿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게 인종차별을 걱정하고 떠나온 나조차도 놀랄만한 명백한 사실이다.

왜 그럴까? 아마도 개척자 정신으로 고지와 미답지를 개척했던 그들은 어쩌면 동양청년의 무모한 도전에서 자신들의 역사적 뿌리를 보는 동시에 격렬한 개척자의 향수를 맡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은 어쩌면 그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라이드의 또다른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 동일한 시스템 내에서 부대껴야 하는 경쟁자가 아닌 그들을 만나러 온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는 '이만큼 베풀 줄 아는 미덕을 가진 미국'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삐쩍 마른 내 몰골이 과도한 측은지심을 유발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도 버려두진 않겠다.

하지만 비약적으로 해석하기에 앞서 언제나 그들은 온정적이었고 나는 그들의 손길이 결코 가식적이거나 과장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들과 함께할 때마다 둘 다 행복이란 동일한 감정 아래서 웬일인지 언제나 그들은 웃었고, 나는 울어야만 했다. 그들은 내가 아닌 모두가 행복한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배려는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무엇'이 아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행동하는 상식' 정도일 뿐이었다. 상식을 넘어선 상식에 난 진정한 미국의 힘을 느꼈다. (난 결코 친미 혹은 반미주의자가 아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도와주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을 때 해 주었던 누군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린 누군가가 무엇에 도전할 때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특권이니까요!"

맹세코 세상의 모든 기적은 작은 배려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신이 자전거 여행을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지금도 어디에선가 수많은 인연들이 당신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음을 명심하라.

숙박의 80%를 중남미 소방서에서 해결하는 연유와 5000불 이상의 피해를 안겨준 숱한 도난사건과 뺑소니사건, 중남미의 다양한 먹거리들과 폭풍설사, 무모한 판자촌 탐험기와 최악의 가난으로 신음하는 아이들. 그리고 남미대륙과 카리브 해 섬나라 일주기. 여행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기대하시라!
▲ 더욱 흥미진진한 남미이야기! 숙박의 80%를 중남미 소방서에서 해결하는 연유와 5000불 이상의 피해를 안겨준 숱한 도난사건과 뺑소니사건, 중남미의 다양한 먹거리들과 폭풍설사, 무모한 판자촌 탐험기와 최악의 가난으로 신음하는 아이들. 그리고 남미대륙과 카리브 해 섬나라 일주기. 여행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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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전하라!

미국과 캐나다는 광대한 모험으로 끌어들이는 멋진 매력들이 여기저기 넘쳐난다. 대륙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예측불허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당신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나처럼 짐을 가득 실은 자전거를 타고 나온 길이라면 날마다 독특한 캐릭터들을 만나 이제는 '오늘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을 만날까'하는 기대감으로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게 될 것이다.

정말로 생각보다 백만 배는 재미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감동의 콘체르토가 마음속에서 장엄히 울려 퍼질 것이다. 이쯤되면 40도가 넘는 폭염도, 갑자기 불어 닥치는 폭우도 맛깔스런 여정의 양념에 불과할 뿐.

시작할 때 염려했던 많은 요소들에 대해 이제는 두려움이 몽땅 사라졌다. 미국이란 나라를 하나의 잣대만 가지고 판단할 수도 없고, 한 마디로 요약하기도 힘들지만 최소한 내가 부딪치며 겪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는 기가 막히게 매력적인 동네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세상엔 참 특별한 사람과 더 특별한 이야기가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가 이 여행 후에 값진 통찰을 줄 수 있기 바란다. 자전거를 타고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부딪치는 꿈같은 모험의 여정. 정말 자전거 세계일주, 뭐 이런 여행이 다 있을까? 말로는 도저히 이해 안 가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도전하라! 이 세상에 당신보다 잘난 사람은 많지만 당신보다 특별한 사람은 없다!

"믿는 사람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마가복음 9:23
"Everything is possible for the person who has faith." Mark 9:23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현재 '광야'를 모토로 6년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중입니다. 최근 도전과 열정, 감동의 북미 대륙횡단 스토리 <라이딩 인 아메리카>(넥서스)를 발간했습니다. 세계 자전거 비전트립 홈페이지 http://www.vision-trip.net



태그:#라이딩인아메리카, #자전거여행, #미국횡단, #세계일주, #비전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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