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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문법 주시경 선생의 육필원고본 <국어문법>, 오른쪽에 "주시경 서"라는 글씨가 보인다.
▲ 국어문법 주시경 선생의 육필원고본 <국어문법>, 오른쪽에 "주시경 서"라는 글씨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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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에 '한글'이란 또 다른 이름을 붙인 주시경 선생. 그는 대한제국 말기 애국독립운동가요, 사상가이며 국어학자였다. 특히 주시경 선생은 우리말과 한글의 전문적 이론 연구와 후진 양성으로 한글의 대중화와 근대화에 큰 역할을 하였고, 그의 제자 최현배 선생과 함께 근세 이후 한글 발전에 가장 커다란 공헌을 한 분이다. 황해도 봉산 출신으로 호는 한힌샘·한흰메이며, 주요 저서로는 <국어문법><월남망국사><한문초습> 등이 있다.

주시경 선생의 저서 가운데 <국어문법(國語文法)>은 1910년 박문서관에서 납활자본으로 펴낸 책으로, 현대문법의 종합적인 체계를 개척하여 오늘날 정서법의 자리를 굳힌 '한글맞춤법통일안'의 기본이론을 세운 귀중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소리갈(音聲論)·기난갈(씨갈:品詞論)·짬듬갈(월갈:構文論) 등 3가지로 크게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국어문법> 납활자본이 아닌 주시경 육필 원본이 발견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힌샘 주시경 선생이 1908년 창립한 '국어 연구 학회'가 '배달 말글 몯음', '한글모', '조선어 학회', '한글 학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우리 말글을 지켜 온 지 올해로 100돌을 맞았는데 이 창립 100돌 기념으로 "국어학 자료 특별전"을 열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 주시경 선생의 <국어문법> 육필 원고본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한글학회에서 보관하여 오던 것인데, 한글학회 회장이었던 고 허웅 선생께서 생전에 소중히 간직하면서 절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직접 관리하여 오다가 선생께서 돌아가시고 한글학회 금고에 보관하던 원고본이다. 머리말 끝에 '융희 3년(1909) 7월 주시경 서'라고 적고, 본문을 직접 행을 맞추어 인쇄하도록 편집하여 적은 친필 원고로서, 내부경무국장 검열을 받은 흔적과, 붉은 점으로 표시를 하거나, '母音'을 '읏듬소리'로 수정하는 등 교정한 흔적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또 책은 국어 품사를 9개로 갈랐다. 곧, 임(名詞), 엇(形容詞), 움(動詞), 겻(助詞), 잇(接續詞), 언(冠形詞), 억(副詞), 놀(感歎詞), 끗(終止詞)으로 나누었는데 문법용어를 순 한글로 표기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책은 1911년 12월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고, <조선어문법>으로 이름을 바꾼다.

홍현보 주시경의 육필원고본 <국어문법>에 대해 설명하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홍현보 연구원
▲ 홍현보 주시경의 육필원고본 <국어문법>에 대해 설명하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홍현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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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회를 주관하고 있는 (사)세종대왕기념사업회 홍현보 연구원은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준다.

"세로줄이 쳐진 원고 종이를 접고 끈으로 묶어서 양장본으로 만든 이 책은, 1910년 박문서관에서 간행되었고, 머리말에 1909년 7월이라고 적은 것을 보면, 주시경 선생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08년 즈음으로 짐작할 수 있다. 곧 주시경 선생이 지금부터 100년 전에 쓴 육필 원고이다. 그러므로 100년 만에 첫 나들이를 하는 선생의 육필 원고를 볼 수 있는 이 전시회는 한글학회 창립 100돌을 더욱 빛나게 하는 큰 의미를 지닌다."

주시경 선생의 <국어문법> 육필 원고본을 살펴본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의 저자 김슬옹 박사는 "친필 원고 짜임새가 인쇄본과 같은 것으로 보아 인쇄하기 직전 마무리 원고로 보인다. 이 책은 한국어 말본 연구를 통해 근대 언어학의 방법론을 보여 주면서 한국어의 과학적 문법 연구를 보여준 주시경 님의 업적으로 보아 인쇄본보다도 더 가치가 있는 사료라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전시장에는 특히 '조선어 큰사전' 원고 뭉치와 '함흥경찰서 예심판결문'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큰 사전 원고 뭉치 조선어학회(한글학회)가 1929년부터 우리말 사전 편찬 작업을 해온 흔적인 "큰 사전 원고 뭉치"
▲ 큰 사전 원고 뭉치 조선어학회(한글학회)가 1929년부터 우리말 사전 편찬 작업을 해온 흔적인 "큰 사전 원고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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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경찰서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된 학자들에 대한 ‘함흥경찰서 예심판결문’
▲ 함흥경찰서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된 학자들에 대한 ‘함흥경찰서 예심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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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인 1942년 이른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많은 학자가 투옥되었는데, 이 일로 해서 조선어학회(한글학회)가 1929년부터 우리말 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하여 계속 써온 '큰사전' 원고 뭉치를 일제가 강제로 압수한 뒤 잃어버렸다. 다행히 해방 뒤 서울역 창고에서 그 원고가 다시 발견되어 1947년 첫 권을 발간하기에 이른다. '조선어 큰사전' 원고 뭉치는 우리 말글을 살리려고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선각자들의 얼이 살아 있는 책이다.

또 '함흥경찰서 예심판결문'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된 학자들에 대한 일제의 예심판결문이어서 당시 일제가 조선어학회를 어떻게 보고 조선어 말살을 위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 수 있는 자료다.

이밖에 전시회에는 광해군 4년(1612) 펴낸 '용비어천가", 중간본 "삼강행실도", 최세진의 "훈몽자회(訓蒙字會)" 등의 목판류 자료, "두시언해", 정조 때 강명길이 펴낸 의서 "제중신편", 1897년에 펴낸 천주교 문헌 "성경직해" 등의 활자류 자료, "이윤탁 한글 영비" 등의 필사류와 금석문, 조선어학회가 1933년 10월 29일에 공표한 "한글맞춤법통일안", 유길준이 써서 1909년 융문관에서 납활자본으로 발행한 "대한문전(大韓文典)", 조선어학회가 짓고 군정청 학무국이 펴낸 해방 뒤 첫 교과서 "한글 첫 걸음" 등이 전시되었다.

용비어천가 광해군 4년(1612) 펴낸 목판본 “용비어천가”
▲ 용비어천가 광해군 4년(1612) 펴낸 목판본 “용비어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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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몽자회 중종 22년(1527)에 펴낸 최세진의 "훈몽자회" 활자본
▲ 훈몽자회 중종 22년(1527)에 펴낸 최세진의 "훈몽자회" 활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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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행실도 중간본 삼강행실도
▲ 삼강행실도 중간본 삼강행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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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전 융희 3년(1909) 펴낸 유길준의 말본책 <대한문전>
▲ 대한문전 융희 3년(1909) 펴낸 유길준의 말본책 <대한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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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첫 걸음 조선어학회가 짓고 군정청 학무국이 펴낸 해방 뒤 첫 교과서 “한글 첫 걸음”
▲ 한글 첫 걸음 조선어학회가 짓고 군정청 학무국이 펴낸 해방 뒤 첫 교과서 “한글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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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오는 10월 15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홍릉에 있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특별전시실에서 "한글학회 창립 100돌 기념사업회" 주최, 문화체육관광부·교육과학기술부·국립국어원·서울특별시·세종대왕기념사업회·외솔회 후원으로 열리고 있다.

엷은 회색 바지저고리에 조끼를 받쳐 입고 그 위에 두루마기를 걸친 선생에게 그의 동생이 왜 한복만 입느냐고 묻자 "한복은 예부터 우리 민족이 입어온 옷으로 우리 겨레의 정신과 얼이 담겨 있다. 기울어 가는 나라를 다시 바로 세우려면 그 정신을 놓아서는 안 되는데 한복은 마치 우리글과 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는데 선생의 겨레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선생은 "주보따리"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보따리에 책을 싸서 들고 다니면서 한글을 가르치기에 온 정성을 쏟았다. 세종임금이 창제하신 위대한 글자를 잘 계승, 발전시킨 선생은 우리에게 큰 스승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곧 562돌 한글날을 맞는데 이때 주시경 선생의 육필원고본 <국어문법>과 만나는 일은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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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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