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인의 사망요인으로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자살이 4위에 올랐어요. 자살도 암과 같은 '현대의 난치병'이 된 것이죠.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청소년 10명 중 6명이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조사되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에요. 이왕이면 누구나 즐겁게 살고 싶지요. 그런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위기의식을 담은 영화 <해프닝>


영화 <해프닝> 이상 재해를 동기삼아 사람들이 갑자기 자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 영화 <해프닝> 이상 재해를 동기삼아 사람들이 갑자기 자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 20세기 폭스사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해프닝>(2008. 샤말란 감독)은 시작해요.

고등학교 과학교사 앨리엇(마크 윌버그 분)이 전 세계에서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을 때, 도시는 집단자살 행렬로 혼란에 빠지죠. 동료 수학 교사 줄리앙(존 레귀자모 분)과 펜실베니아로 피난을 가기로 하고 앨리엇은 부인 알마(주이 디샤넬)와 함께 기차에 오르죠.

이상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미국 북동부를 휩쓸지요. 주인공들이 타고 있던 기차는 다른 역들과 연락이 안 되어 도중에 멈춰 서요. 원인을 알 수 없는 발병과 낯선 장소에서 고립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네요.

<해프닝>이 샤말란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서 재미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고민을 안겨주는 가치 있는 영화에요.

서구 문명의 결과인 자살률 증가와 이상 징후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한계에 다다른 현재 생활양식을 돌아보게 하니까요. 

자살 이유, 사회가 문제

고립된 주인공들 현대 사회는 사람들을 파편화 시킨다. 쪼개진 개인은 자유보다 소외감을 느낀다. 소외는 불안을 낳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고립된 주인공들 현대 사회는 사람들을 파편화 시킨다. 쪼개진 개인은 자유보다 소외감을 느낀다. 소외는 불안을 낳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20세기 폭스사


영화를 보면, 끔찍하게 이어지는 자살 사태의 원인을 모르지요. 언론에서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지만 자살을 막지는 못하지요.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어쩌면 이렇게 비슷할까요. 자살의 요인으로 외로움, 우울증, 스트레스, 경제 어려움, 급격한 변화 등을 꼽지만 자살은 줄어들지 않지요.

자살은 인류 역사에 늘 있던 일이지만 최근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지는 않았지요. 현대의 자살은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얘기지요. 지나친 경쟁 체제와 승자 독식구조는 사람들을 개개인으로 갈라놓지요. 사람관계에 소외된 사람들은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사회에서 삶의 이유를 찾기 어렵지요. 더 잘살자는 '밥벌이 압박'이 사람들 수저를 놓게 하는 것이죠.

<해프닝>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그 누구도 자살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요. 자살은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문제라는 것이죠. 영화에서 자살을 유발하는 걸로 설정된 자연이 왜 이상하게 되었는지 현실을 생각해보면 자살의 범인과 해결책이 나오지요.

자연의 경고, 이상 징후

자살 영화에서 사람들은 원치 않아도 자살을 하게 된다. 자살을 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피난을 간다.

▲ 자살 영화에서 사람들은 원치 않아도 자살을 하게 된다. 자살을 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피난을 간다. ⓒ 20세기 폭스사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가만히 멈춰서서 돌아보자. 왜 사람들은 자살을  선택하는가. 왜 살고싶지 않은 사회가 되어 가는가.

▲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가만히 멈춰서서 돌아보자. 왜 사람들은 자살을 선택하는가. 왜 살고싶지 않은 사회가 되어 가는가. ⓒ 20세기 폭스사

영화는 농촌에서 식물원을 운영하는 인물의 말을 빌려 신비한 자연의 힘을 설명해요.

담배작물은 힐리오 애벌레가 자신을 괴롭히면 말벌을 유인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말벌로 애벌레를 죽이게 하지요.

나무와 덤불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모든 것들이 서로 소통하지요. 음악을 듣고 자란 식물이 더 잘 자라듯이 자연은 정직하게 반응을 하지요.

요즘 들어 더욱 자주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자살률 증가도 어쩌면 자연의 이상 징후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많은 수가 목숨을 끊는 생물은 없으니까요. 수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무던해진 사람들의 가슴은 더 큰 이상 징조지요. 영화에서처럼 자기만 살겠다는 사회는 정말 희망이 없으니까요.

빈번해진 자연재앙과 도시사회에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자살은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문명을 당연하지 않게 하지요. 겉모습은 다를지 몰라도 재해와 자살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지요. 누가 이 무서운 형제를 낳았는지 절실하게 관심을 갖으라고 영화는 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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