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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인삼축제 축제 한마당 프로그램으로 초청가수들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검은 고무신에 예쁜 들꽃이 자라고 있습니다. 금산인삼축제에는 많은 야생화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가을이 하늘에서부터 오나 보다. 늘 잿빛 얼굴로 찌푸리고 있던 하늘이 밝게 웃는다. 푸르다 못해 에메랄드를 박아놓은 것 같은 가을 하늘이 슬슬 발갛게 물들고 있는 나무 이파리들을 향하여 햇살 손을 내민다. 머잖아 새빨갛게 익을 가을로 가자고 이끄는 듯.

 

여전히 여름이 옷을 벗어놓고 가기가 아쉬운지 한낮에는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시고야 저녁 으스름가운데로 사라진다. 그런 후에야 가을바람이 다시 나와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다. 알싸한 여름의 진한 고비에서 가을은 그렇게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며 한 발짝씩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기] 얼마나 기다렸던가, 인삼축제를

 

가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올 때 꼭 하기로 한 일이 기억난다. 그냥 기억이 난 것은 아니고 신문기사 때문이다. 아내가 신문을 읽다가 소리친다.

 

"여보, 금산 인삼축제 한데요."

"그래? 그럼 가야지."

 

이렇게 단 한마디에 금방 맞장구를 칠 수 있었던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지난겨울이 가려고 하는 이른 봄에 홍삼을 만들어 달여 먹을 수삼을 살 요량으로 금산 인삼센터를 찾았던 적이 있다. 인삼이 생각보다 퍽 비쌌다.

 

우리는 금산 인삼거리를 둬 바퀴를 돈 후에야 한 차에 3만5000원씩 다섯 차를 샀다. 질이 그렇게 좋지도 않은 인삼이 너무 비싸다는 아내의 불평에 인삼 파는 아주머니가 말했었다.

 

"지금은 비싸유. 인삼 싸게 사려면 인삼축제 할 때 오셔유. 그때가 제일 쌀 때 거덩유."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얼마나 이때를 기다려 왔던가. 바로 그때가 온 것이다. 지난달 29일부터 7일까지 금산인삼축제를 한단다. 인삼축제의 화려함이나 인삼축제의 축제마당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그때가 인삼이 가장 싼 때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 터라 인삼축제를 그토록 기다려 왔다.

 

 '향사평위산'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금산인삼거리 금산인삼축제 기간 동안 이곳을 통하여 인삼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승] 목적 지향 버리고 과정 지향이 되면

 

아내는 부리나케 이웃의 사모님께 전화를 건다. 그쪽에서도 좋다고 하는 모양이다. 전화로 드디어 디데이가 결정되었다. 9월 2일 오후 2시. 두 부부로 급조된 '인삼 싸게 사기 드림팀'은 정해진 시간에 만나 그들만의 비법으로 인삼을 싸게 사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금산에 도착하자마자 작전회의가 열렸다. 이왕에 금산인삼축제 할 때 왔으니 축제를 즐기고 집에 갈 때쯤 인삼을 사자는 의견과, 인삼을 사고 시간이 남으면 축제를 즐기자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축제현장에 와서 인삼 사는 데만 골몰하는 게 축제를 연 주최 측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즐긴 후 인삼을 사기로 결정했다.

 

물론 모두 사모님들의 입심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이런 때 남자들이란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같이 간 동료 목사님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반대의견 없는 싱거운 회의다. 아내들은 자기들 세상을 만난 듯 남편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남자는 '목적 지향적'이다. 인삼 사러 왔으니 인삼을 사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여자는 '과정 지향적'이다. 인삼을 사러 왔지만 그래도 보고 듣는 것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부부가 행복하고 가정이 구순하려면 이런 때 남자가 져야한다. 목적 지향적 꿈을 접어야 한다. 내 평소지론에 같이 가신 목사님도 동의하는 눈치다.

 

[전] 인삼축제 마당에서 놀아나는 남편들

 

두 아줌마는 먼저 공연장으로 간다. 두 남편은 무조건 그들의 뒤를 따른다. 구성진 가락의 민요가 무대에서부터 울려 퍼진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두 아줌마가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원래 교회 체질이다 보니 니나노 곡조하고는 안 어울리는 모양이다.

 

두 아줌마가 발길 닿은 곳은 사상체질을 진단해 주는 곳, 역시 기다릴 시간이 아까운지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결국 우리 내외는 환약 만들기에 도전했다. 정확히 반죽을 3g에 맞게 잘라 동그랗게 환약을 빚는 것인데, 한 알을 만드는데 자그마치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성공을 했다.

 

각각 두 알씩 네 알을 만들어 진행요원이 고이 싸주어 가지고 왔다. '향사평위산'이라는 약인데 창출, 진피 향부자, 지실 곽향, 후박 사인, 목향 감초, 생강가루를 섞어 만든다. 급성 위장카타르와 과식, 체기로 인한 소화불량에 사용하면 특효라고 한다.

 

"여보, 이거 미리내 줍시다." 누가 그 딸의 어미 아니랄까 봐 아내는 딸부터 챙긴다. "그럽시다." 딸내미가 가끔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걸 알고 있는 터라 소화제란 소리에 딸부터 생각하는 부모, 딸은 이런 부모의 맘을 아는지 모르겠다. 내 어미가 또한 내게 그랬을 것이다. 자식이 무엔지.

 

무슨 차인지 이름도 모른 것을 여기저기서 얻어먹고, 장금이 코너에서 인절미도 얻어먹었다. 다시 두 부부의 발걸음은 두 아줌마들의 주도로 인삼족욕코너에 이른다. 번호표를 받아들고 기다리는 꼴이라니. 대부분이 우리보다는 더 나이 드신 분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다른 그 어떤 코너보다 인기가 있는 곳이다. 모두가 공짜여서 더 좋다.

 

[※ 막간] 내 다리 긁어주는 아줌마

 

20분을 기다려 20분의 족욕을 한다. 나 혼자라면 절대로 그 족욕통에 발을 들이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화만사성'이라 하지 않았나. 두 아줌마에게 주도권을 내준 남편들은 한마디 의견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름 모를 무수한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들이 그들의 발을 담갔던 그 통에 발을 담근다.

 

 인삼족욕을 하는 아내의 모습입니다.

내 맘을 알아서일까, 그도 내 맘과 같아서일까. 내 옆에서 막 발을 족욕통에 담그던 아주머니가 진행요원인 젊은이에게 묻는다.

 

"여기다 발 담갔다가 무좀 옮기면 어떡해요?"

"걱정하지 마세유. 특수 처리된 인삼엑기스가 들어가 다 살균이 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거예유."

 

너무 자신 있게 대답하는 총각의 말이 믿음직해 보인다. 아니 그렇게 믿고 안심하는 게 나으리라는 게 내 속의 소리다. 내 속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고 마음먹는다.

 

그렇게 20분을 인내하니 등줄기에서 땀이 흐른다. 닦고 신발을 신어보니 한결 개운하다. '이래서들 족욕을 하는구나' 생각했다.

 

'건 그렇고 인삼은 언제 사는 거야?' 목까지 이 말이 넘어오지만 참는다. 그냥 두 아줌마가 향하는 데로 뒤를 따른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에 이른다. '허'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가화만사성' 때문에 많이 망가진다 싶다. '목적 지향'을 버린다는 게 이리 고통스러울 수가.

 

화장실에서 나온 두 아줌마가 본격적으로 수삼을 사겠다며 인삼거리로 들어선 것은 오후 4시경,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다. 인삼거리에선 뙤약볕 아래로 손에손에 보따리를 든 아줌마들이 분주하게 오고간다. 그들의 보따리에는 그들의 건강을 담보할 인삼이 들었을 것이 분명하고.

 

[결] 드디어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

 

이후 두 아줌마는 이 가게, 저 장사 앞을 수도 없이 지나친다. 인삼을 만져보고 들어보고 재어보고 들었다 놓아본다. 무수한 질문과 기나긴 흥정들이 오고간다. 그러고는 다시 다른 곳으로 간다. 한 바퀴를 돌고 또 한 바퀴를 돈다. 이쯤 되면 내 입이 어떤 사명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입 무겁기 대회를 하는지 '오늘만큼은 아무 말도 말자'라는 생각이 이긴다. 내 곁에 서서 걷는 목사님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오후 5시 23분, 드디어 결재가 시작된다. 2만3000원짜리 수삼을 우리가 열다섯 차, 이웃 목사님네가 다섯 차 사기로 하고 5천원씩 깎아 1만8000원에 사기로 한 것이다.

 

"이거 얼마예요?"

"거기 써있잖아유. 2만3000원에유. 많이 사면 2만원에 드릴께유."

"20차 살 건데. 저쪽에서 1만8000원에 준다는데 그렇게 해주세요."

 

끈질기게 두 아줌마가 달라붙어 흥정을 하더니 결국 장사가 손을 든다. 그렇게 흥정을 하고서도 덤을 외친다. 결국 다섯 뿌리 더 들고야 그 자리에서 일어난다. '대한민국 아줌마 파이팅!' 속으로 그리 응원을 하고 지친 다리를 끌고 음식점에 들러 추어탕으로 고픈 배를 달랜다.

 

하루의 어스름이 시커먼 얼굴을 들이밀 때 집에 도착했다. 그것으로 지난한 하루일과가 끝인가 싶었더니 그게 아니다. 목욕탕으로 직행한 아내가 인삼을 닦는다. 신문을 펴고 씻은 수삼들을 나란히 누이고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시간은 밤 11시 25분. 잠이 들려는 내 손을 잡더니 아내가 말한다.

 

"인삼은 이렇게 사는 거예요. 일년동안 홍삼 달여 먹을 양을 참 싸게 샀네요."

"그래, 당신 참 장하우."

 

길고 징한 인삼축제의 한날이 이렇게 저문다는 걸 금산인삼축제를 연 사람들은 알까 모를까.

인삼 전시되고 있는 금산인삼센터의 인삼입니다.
인삼 집에 돌아와 잘 씻어 물기를 빼놓은 인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갓피플,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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