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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내 자린데 왜 여기 앉아있고 그래? 미친년 같으니.”

“내 자리, 니 자리가 어디 있어? 앉으면 되지, 염병헐 X ….”

 

이런 대화가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까? 시장?, 극장?, 야구장?, …. 하, 아니올시다. 교회랍니다. 아마 놀라셨을 겁니다. 아니 교회에서 그리 욕지거리를 하느냐고,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예 모두 한 마디씩 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러나 사실입니다. 좀 특별한 교회지요. 전국 욕대회(그런 게 있다면)에 출전하면 1등은 아마 떼놓은 당상일 겁니다. 저도 이리 욕 잘 하는 선수들이 교회에 있다는 걸 목회 26년 하면서 처음 알았으니까요.

 

이젠 하도 단련이 돼 익숙하지만, 처음에 우리 교회에 부임했을 땐 예배시간 전에 큰소리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잘 안되는가 싶으면 육두문자와 심지어는 잡았던 지팡이나 주먹이 날아가기도 한답니다. 그러면 "어이쿠!", '꽈당!' 등 별별 소리가 다 나고 난리 브루스 판이 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예배는 고사하고 뜯어말리느라 한참 애먹어야 했습니다.

 

예배 풍경치고는 참으로 황당하지요? 하지만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사실입니다. 목사로서 그런 예배 전 풍경이 달가울 리 없잖습니까. 그래서 고민 무척 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간단한 조처를 취했답니다.

 

지금은 전혀 자리싸움은 안 합니다. 왜냐하면 자리에 이름표를 붙여놓았기 때문입니다. 이젠 자기 자리 찾아가 앉으면 그만입니다. 계절에 한 번씩 바꿔주기로 했고, 어제 자리가 바뀌어서 두 번째 자기 자리를 찾아가느라 좀 부산했을 뿐 또 안정되었습니다.

 

자리싸움은 늙은이나 젊은이나, 배운 이나 못 배운 이나, 교회 밖이나 교회 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요새 감리교회의 각 연회별로 감독을 뽑고, 감독회장을 뽑는 선거가 다가오자 자리싸움이 볼 만합니다.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에서부터 시작하여 금권선거라느니, 탈·불법선거라느니,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느니, 자신을 찍어달라느니, 누구를 찍으라느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언어와 언어들이 오고가고, 부딪히고 있습니다.

 

감독이 되고자 하는 본인들이나 어떤 후보를 돕는 분들이야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런 게 다 자리싸움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말로는 섬기는 자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섬기는 자리를 놓고 이리 싸운다면 정말 기독교는, 아니 감리교만이라도 그 안에 몸담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난 그 안에 몸담고 있는 게 그리 달갑지도, 뿌듯하지도 않으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섬기겠다는 종들이 이리도 많이 나서서 서로 섬기게 해달라고 하는데도 말입니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교회 어르신들이 다시는 자리싸움 안 하듯, 우리 기독교 안에서, 작게는 감리교회 안에서 이런 자리싸움 안 하게 하는 무슨 장치는 없을까요. 아무리 둔한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봐도 묘안이 없습니다. 섬기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면 날수록 더 자리싸움이 치열할 테니 이를 어찌하리요.

 

오늘도 지정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열심히 예배를 드리는 욕쟁이 할머니, 고집쟁이 어르신, 졸기쟁이 할아버지, 그들의 모습이 이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자리에 순응하는 그들을 보며 한편으론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잠을 자다가도 설교 중에 내가 던지는 질문에 의외의 바른 대답을 하시는 은퇴하신 치매 장로님, 말씀의 끝마다 외쳐대는 ‘할렐루야, 아멘’ 때문에 오해도 받으시는 은퇴하신 권사님, 좀 더 일찍 예수 믿었으면 이리 답답하진 않을 거라는 할머니….

 

다 열거할 수 없는 이들이 오늘도 성도란 이름으로 우리교회를 빛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자리싸움은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고, 하면 안 되는 여건 속에서….

 

기독교인들(나를 포함한)은 말합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이 말이 지금처럼 공허하게 들릴 때가 없습니다. 장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종교편향'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으니 말입니다.

 

나라의 정치에서 기독교인의 위치가 그렇듯, 우리교회가 속한 감리교단에서 감독을 뽑는 일이 그냥 자리싸움에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인데 아무래도 틀린 것 같습니다. 그냥 우리교회에서 자리배치로 싸움 없어진 것에 만족해야 하나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갓피플,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리싸움, #교회, #종교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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