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반신수영복.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반신수영복. ⓒ 이승배

대학생 김태현(27)씨는 한 달 전 수영복을 이른바 '반신'으로 바꿨다. 골반에서부터 발목까지 내려오는 9부 수영복이다. 김씨는 "자유형에는 반신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샀다"며 "실제 발차기를 해보니 물에 뜨는 느낌이 난다"고 했다.

수영경력 3년인 정재진(27)씨도 평소 무릎까지 오는 5부 수영복을 입다가 얼마 전 반신수영복을 주문했다. 가격은 전에 입던 수영복보다 약 2배(14만8천원)가 비싸다. 정씨는 "반신은 삼각 등 다른 수영복에 비해 멋있다"면서 "특히 물의 저항을 덜 받고, 몸에 착 달라붙는 밀착감을 주는 등 기능성까지 갖춰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국내 남자 수영복의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2년 여 전 무릎 위까지 오는 5부 수영복이 대세를 이뤘지만, 이젠 발목까지 닿는 9부 수영복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전신 수영복 인기가 급부상하면서, 이를 찾는 일반인들도 늘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체육센터 지하 수영복 판매점의 경우, 지난달부터 반신수영복이 2~3개씩 팔린다. 매점 주인 김수자(61)씨는 "9부 수영복은 1년 여 전부터 출시됐는데, 찾는 사람이 없어 안 들여왔다"면서 "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반신은 전혀 찾는 사람이 없었지만, 최근엔 조금씩 늘고 있다"고 했다. 수영복 전문 온라인 쇼핑몰인 '아쿠아몰'도 9부 수영복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약 30% 늘었다.

세계 유명 선수들이 입고 잇따라 신기록을 경신, '마법의 수영복'이라고 불리는 영국 스피도(Speedo) 사의 수영복 '레이저 레이서'(LZR Racer)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스피도 코리아 이명기 주임(31)은 "가격, 기능, 출시 날짜 등을 묻는 전화가 하루 평균 10통 넘게 걸려온다"며 "보통 현 수영선수나 부모님, 수영 동호인들이 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9부 수영복은 삼각 등 다른 수영복에 비해 제법 비싸다. 제조사와 상관없이 반신은 가격이 보통 10만원을 웃돈다.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 제품을 사려면 20만원 이상은 줘야 살 수 있다. 게다가 전신 수영복인 '레이저 레이서'는 출시 예정가격이 60만원 후반대로 알려져 있다. 수영을 업으로 하는 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겐 한번 사려면 정말 '큰마음' 먹고 사야할 정도로 부담스럽다.

비싼 가격에도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뭘까? 선수와 달리 일반인들은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구입하는 경향이 크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아쿠아몰' 정선봉(38) 대표는 "9부 수영복을 입는 사람들은 보통 10년 이상 수영을 했던 이들이 많다"면서 "수영 실력이 상급 이상인 이들은 수영을 막 시작한 사람과 차별화되길 원하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어 "보통 선수들의 최신 트렌드를 쫓아가는 현상을 보이는데, 최근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이 기록 단축 등을 이유로 삼각보다는 반신이나 전신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일반인들의 호감도 부쩍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반신수영복.

ⓒ 이승배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반신수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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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화가 나도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내가 너무나 바보 같습니다. 돈이, 백이, 직장이 뭔데, 사람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는 지 정말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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