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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오마이뉴스 사무실 안에서 쓰레기 줄이기 실험을 한 결과를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 절반 이상이 종이다. 다 본 신문을 비롯, 우편물, 팩스 수신물이 쓸모를 다한 뒤 쓰레기로 나오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6월 13일부터 7월 20일까지 39일 동안 사무실에 쌓인 우편물 양은 48.9㎏. 하루 평균 1.3㎏인 셈이다. 상당량이 퇴직자나 이직자에게 왔거나 받는 사람 없이 스팸성으로 온 우편물들이다. 이 우편물들은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간다.

 

같은 기간 동안 쌓인 팩스 수신물 또한 6㎏. 하루 평균 154g 정도 된다. 팩스 수신물은 우편물과 달리 중복 발송된 탓에 쓰레기로 남은 경우가 많다. 전화나 메일을 통해 이미 확인한 사항을 우편물로 다시 보낸 것. 광고성 스팸 팩스 수신물은 그 동안 41장이 들어와 하루 1장꼴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했다.

 

A4 종이 사용량은 한 달 평균 다섯 상자. 한 상자당 종이 다섯통이 들어있고, 한 통당 500매가 들어있기 때문에 한 달에 종이 1만2500장을 쓴다는 계산이 나온다.

 

직원 한 명당(60명으로 계산) 한 달에 208매, 하루(한 달 20일 기준) 10매 사용한 셈이다. 종이 한 상자당 가격은 1만7000원, 1년이면 102만원이다. 직원 한 명이 하루 종이 사용량을  5매로 줄일 수 있다면 50만원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종이 사용으로 인한 환경 피해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2007년 국민 1인당 종이 사용량은 180㎏로  한 해 전(2006년)에 비해 7kg 정도 늘었다. 1인당 매년 30년생 원목 3그루를 쓰는 셈이다.

 

나무가 줄면서 생기는 폐해는 다양하다. 우선 나무를 베면 나무가 품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빠져나와 기후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숲이 줄어들면 홍수억제력이 줄어들고, 야생동물 등 숲에 살던 자연생태계가 망가진다.

 

['우편물 줄이기', 결국 실패] 수신인이 없으면 어찌 하지?

 

7월 21일부터 27일까지 '종이 쓰기 줄이기'를 시작하면서, 먼저 우편물 줄이기에 나섰다. 하루 1㎏ 넘게 생기는 우편물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면 종이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절반이 반송 대상 우편물, 나머지는 스팸성 무차별 우편물들이다. 반송 대상 우편물은 퇴직자나 이직자들에게 온 것들이다. 반송을 하면 오지 않겠지만, 직원들의 이동에 따라 이런 우편물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과거 해당 단체에 우편물 발송 중단을 요청한 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계속 온 경험이 있다. 해당 단체에서도 발송 실무자가 바뀌고, 인수 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주소록이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지만 예의상 받아야 하는 우편물도 있었다. 전혀 안 보는 우편물이지만, 발송 중단을 할 경우 상대에 대한 결례가 되는 우편물들이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냉정하게 끊어야겠지만 차마 그렇게 요구할 수는 없었다.

 

결국 우편물 줄이기는 실패. 팩스 수신물 줄이기 조사에 나섰다. 처음엔 팩스를 아예 꺼버리는 방법을 생각했다. 취재부 쪽에서 전화나 이메일로 모든 정보를 다 수신할 수 있다면 가능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취재부 쪽에선 팩스를 통해 수시로 정보를 확인한다고 답변했다. 비록 수신물 중 상당수가 읽혀지지 않은 채 쓰레기통으로 가지만 줄일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오마이뉴스 쓰레기 줄이기' 자문을 맡고 있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팀장은 "언론사이기 때문에 무차별로 들어오는 우편물과 팩스 수신물을 막기는 구조상 힘들다고 본다"면서 "직원들이 가능한 수신물을 온라인상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 되면 '이면지 재활용'] 프린터에 어떤 영향을 줄까

 

 

팩스 수신물 줄이기는 실패했지만, 이 어마어마한 이면지들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팩스 수신물 나누기에 나섰다. 6㎏에 가까운 수신물을 나누려니 시간이 꽤 걸린다. 새 종이가 18매, 새 것에 가까운 상태의 종이가 13매(가느다란 줄이 한 두 줄 있는 것), 구겨진 종이가 하나 나왔다. 나머지는 모두 순수 이면지들이다. 새종이를 썼는데도, 겹침 현상이 나타나 새 종이와 구겨진 종이가 나온 게 놀랍다.

 

나누기 작업을 해서 대략 새 종이 31장을 구했지만, 이 작업을 하느라 1시간 정도 눈이 빠지도록 수작업을 한 것을 생각하면 할 만한 것인지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하겠다.

 

여기서 나온 이면지를 그대로 프린터 출력에 쓰는 게 가장 전통적인 이면지 사용법이다. 그런데 이면지 사용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프린터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오히려 기계 수명을 줄여 낭비라는 주장과 써도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맞선다. 오래 전부터 이면지 사용을 적극 실천해온 시민단체 쪽에 물어봤다.

 

"이면지가 프린터에 안 좋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몇년째 사무실에서 이면지 쓰고 있지만, 프린터가 고장 난 적 없다. 잘못된 고정 관념 아닌가? (자원순환사회연대 직원)"

 

"대외용은 새 종이, 내부용은 이면지 사용한다. 몇 년째 그렇게 사용했지만 큰 문제 없었다. (환경연합 직원)"

 

"내부 회의자료는 이면지를, 외부 자료는 새 종이를 쓴다. 이면지를 넣으면 걸리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다. 어쩌다 구겨지는 종이는 이면지로 사용하니 큰 문제는 없다. (서울환경연합 직원)"

 

오랫동안 집에서 이면지를 사용해온 <오마이뉴스> 직원에게도 물어봤다.

 

"잉크젯 프린터를 19년째, 레이저프린터를 7년째 쓰고 있다. 출력을 일주일에 서너 장 정도 하는데, 큰 문제 없었다. 예전에 종이가 나쁘던 시절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종이도 좋지 않나. 프린터 문제라기보다는 사무실의 경우 자기 물건 아니라고 워낙 험하게 써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환경부에 물어보니, "별 무리 없이 이면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 환경성에서도 올해 '쿨비즈+1(가벼운 옷차림으로 냉방온도를 줄이자는 쿨비즈에 다른 환경 실천을 더한 운동)'을 하면서 이면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면지 사용은 진짜로 괜찮은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다. 레이저프린터의 경우 드럼 부분에 빛을 쏴서 문자나 그림을 토너로 입힌 다음 전압에 의해 드럼으로 옮긴다. 옮기는 과정에서 약 210℃의 고온이 발생한다. 이면지를 넣을 때 엉겨붙어 나오거나 구겨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 고온 때문이다.

 

즉 이면지를 넣으면 한쪽면이 인쇄될 때, 고온에 의해 이미 인쇄된 면이 녹게 된다. 이 때 녹은 토너가 접착제 역할을 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종이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녹은 토너에 의해 롤러와 정착기 등 내부 기기가 오염된다. 수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프린터기 수명이 줄어들어 일찍 폐기가 되면 그만큼 쓰레기 양이 늘게 된다.

 

레이저프린터 사용시 이면지가 잘 걸리는 문제는 한국정보통신자격협회가 시행하는 PC정비사 시험에도 나온다. 이미 이론상 검증이 끝났다는 뜻이다. 프린터와 컴퓨터 등을 만드는 휴렛팩커드코리아 고객지원팀 담당자는 "이면지 때문에 종이가 걸려서 상담전화가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면지를 사용하면 내부 기기가 빨리 마모되고 오염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선 반론이 가능하다. 레이저프린터가 오염돼 수명이 주는 것과 그 기간 동안 이면지를 사용해 나무 사용을 줄인 것을 비교해서 어느 것이 나은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하지만 꾸준한 이면지 사용이 과연 레이저프린터의 수명을 어느 정도 줄이는지에 대해선 통계자료나 연구결과가 없다. 이래선 이면지 사용을 하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잉크젯프린터를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잉크젯프린터에서 출력한 문서를 다시 잉크젯프린터에 쓰거나 레이저프린터에 쓰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도 주의할 점은 있다. 스테플러침이 종이에 붙어 있을 경우 롤러를 긁게 돼 상처를 입히게 된다. 또한 보안상 문제가 들어있는 서류나 양면지를 골라내야 한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에서 한 <오마이뉴스> 직원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면지 사용은 반대다.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관리 문제 때문에 실제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이면지 사용이 실패한 사례가 많다. 잉크젯프린터라도 결국 관리 문제가 걸림돌이다.

 

"관리는 내가 하면 되지" 하는 생각에 <오마이뉴스>에 잉크젯프린터가 있는지 살펴봤다. 없다. 이 방법도 실패다.

 

['출력양 줄이기' 정도라면...] 모아찍기 한번에 종이는 절반으로

 

이면지를 출력에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할 순 없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한 <오마이뉴스> 직원은 "정말 필요한 출력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종이양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좋은 의견이다. 문제는 필요한 출력을 했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눈에 띄는 사례를 찾아봤다. <오마이뉴스>는 올해 초부터 전자결재 제도를 시작했다. 내부 온라인 상에서 결재가 이뤄지니 종이를 출력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종이 사용량이 꽤 줄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경영기획실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예상 밖이었다.

 

"종이 사용량은 변함없는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보관을 위해서 결재가 끝난 서류를 다시 출력하거든요."

 

헉. 그렇다면 전자결재는 결재를 받느라 이리저리 다니는 시간을 줄인 효과밖에 없단 말인가. 그렇진 않다. 결재를 받기 위해서 문서를 두세 번씩 뽑곤 한다. 직원 다섯 명에게 전자결재 이전 평균 출력 횟수를 물어 평균을 냈더니 1.4회에서 2회 정도 나왔다. 전자결재 이후 0.4장에서 1장 정도 종이 낭비를 줄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른 한 직원은 내부 회의용 자료는 모아찍기를 사용해 출력하고 있었다. 모아찍기를 하면 두 쪽을 한 쪽에 밀어넣어 출력하기 때문에 종이 사용량이 절반으로 준다. 이 방식을 모든 직원들이 쓴다면 종이 사용량이 많이 줄 것이다. 글자 크기나 간격 등을 조금 조절해도 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두 직원은 이면지를 메모장으로 쓰고 있었다. 한 블로거는 종이상자를 겉에 입혀 이면지로 보기 좋은 메모장을 만들었다. 그림을 그리고 꾸미니 제법 근사하다.

 

눈여겨볼 사례는 이 정도다. 참가 직원도 아직 적은 편이다. 전체 종이 사용량을 줄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엔 좋은 방법을 찾아서 전파하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다. 이면지 사용에 대해선 앞으로 좀더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아, 그리고 이것은 글쓰는 막바지에 생각난 것인데, 손수건을 갖고 다니는 것도 종이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난 뒤, 이를 닦고 난 뒤, 얼굴을 씻은 뒤 화장지로 닦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개인 경험을 말하자면 손수건을 갖고 다닌 뒤, 큰 휴지 세 장 정도를 하루에 안 쓸 수 있었다.

 

손수건 사용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한 번 해볼 생각이다.

 

다음 '쓰레기 줄이기' 과제는 '컴퓨터 모니터 전원 끄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쓰레기, #종이, #이면지,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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